"빨간색 배제하지 않을 것"... 중도 보수 겨눈 이재명의 '우클릭' 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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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대통령 당선인은 지난 2월(당시 더불어민주당 대표) 유튜브 방송에 출연해 민주당의 '중도 보수'를 선언했다.
실제 이번 대선에서 중도층은 줄곧 정권교체를 지지했고, 합리적 보수층 역시 돌아서면서 이 당선인의 안정적 승리를 이끄는 밑거름이 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대선 후보 선출 이후 첫 일정으로 국립현충원을 참배하며, 이승만·박정희 전 대통령을 처음 찾은 것도 보수 진영을 향한 예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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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남 공들이고 "빨간색 배제 않는다"
국힘 '극우'에 가두며 '운동장 넓게 쓰기'
보수 확장이 '중도'서 효과… 영남 약진 밑거름

앞으로 대한민국은 민주당이 중도 보수, 오른쪽을 맡아야 합니다.”
이재명 대통령 당선인, 2월 18일 유튜브 '새날' 발언
이재명 대통령 당선인은 지난 2월(당시 더불어민주당 대표) 유튜브 방송에 출연해 민주당의 '중도 보수'를 선언했다. 불법 계엄 이후 치러지는 조기 대선에서 집토끼가 아닌 산토끼를 공략하겠다는 일종의 선전포고였다. 2022년 대선에서 0.73%포인트 차이로 석패했던 이 당선인은 일찌감치 진영 결속을 넘어선 외연 확장이 승리의 대전제임을 간파했던 것이다. 실제 이번 대선에서 중도층은 줄곧 정권교체를 지지했고, 합리적 보수층 역시 돌아서면서 이 당선인의 안정적 승리를 이끄는 밑거름이 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보수인사 영입하고 영남으로 '동진'
이 당선인의 보수 확장 시도는 계엄 이전부터였다. 이 당선인은 지난해 9월 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이상돈 중앙대 명예교수와 잇따라 만났다. 10월에는 ‘보수 책사’ 윤여준 전 환경부 장관, 11월에는 이석연 전 법제처장과 회동했다. 윤 전 장관과 이 전 처장은 대선 캠프에 각각 총괄선대위원장, 공동선대위원장으로 합류하며 ‘우측 날개’ 역할을 했다.
대선 국면에서는 더 적극적으로 보수층에 손을 내밀었다. 대표적 보수 논객인 조갑제 전 월간조선 대표, 정규재 전 한국경제 주필과 만나 “민주당 내 극좌는 없다”, “장관은 보수 진보를 가리지 않고 일 잘하는 분을 모시겠다”라며 보수층에 퍼진 이른바 이재명 포비아를 덜어내는 데 주력했다. 경북에서 3선을 지낸 권오을·이인기 전 의원을 영입한 것도 보수 확장의 일환이다.
대선 후보 선출 이후 첫 일정으로 국립현충원을 참배하며, 이승만·박정희 전 대통령을 처음 찾은 것도 보수 진영을 향한 예우였다. 성장론인 '경제 강국'을 대선 1호 공약으로 앞세우고, 지난 대선 당시 앞세웠던 '기본소득'을 언급하지 않은 것도 이 당선인의 우클릭을 상징하는 장면이다. 공식 선거 레이스 돌입 전에 누빈 민심 투어 51곳 가운데 강원·충청·영남 등 보수세가 강한 지역 38곳에 상당 부분을 할애하며 공을 들이기도 했다.
공식 유세에서도 보수층을 향해 '함께 가겠다'는 메시지를 거듭 강조했다. 이 당선인은 선거운동 마지막 날 유세에서도 "파란색에 의지해 대통령이 됐을지라도, 빨간색 좋아하는 사람들이라고 해서 배제하지 않겠다"며 "절대로 국민을 편 가르지 않겠다"고 약속했다.
계엄 빈틈에 '합리적 보수' 공간 차지
이 당선인의 중도 보수 선언은 ‘운동장 넓게 쓰기’의 일환이다. 12·3 불법계엄과 부정선거 논란을 계기로 국민의힘에 ‘극우’ 프레임이 덧씌워지면서 갈 곳 잃은 ‘합리적 보수’의 공간을 민주당이 선점하겠다는 구상이다. 이 대통령은 수차례 국민의힘을 ‘가짜 보수’로 규정하며 “민주당이 합리적 보수의 가치를 지키겠다”고 강조했다.
진보 진영에서 뚜렷한 경쟁자가 없는 정치 지형도 민주당이 더 오른쪽으로 치고 나갈 수 있는 배경이었다. 원내 3당인 조국혁신당은 후보를 내지 않았고, 진보당도 대선후보 등록 직전 불출마를 선언했다. 원내 야당들은 이 당선인을 ‘광장 대선 후보’로 선정하고 힘을 보탰다. 지난 대선에서 3.27%를 얻었던 정의당은 민주노동당으로 간판을 바꿔 완주했지만 원외 정당의 한계를 절감해야 했다.
조귀동 민 컨설팅 전략실장은 "계엄으로 중도적 유권자들이 '윤석열 보수'를 떠날 수밖에 없게 된 상황에서 민주당이 택할 수 있는 전략은 이들을 붙잡아두는 것이었다"며 "보수층이 보기에 '우리는 불안한 사람이 아니다'는 점을 부각한 것이 먹혀든 것"이라고 분석했다.
박세인 기자 san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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