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표소 민심 들어보니] 투표하러 들어가면서도 “누굴 뽑나”… 고심한 보수텃밭

김용락,김태형 2025. 6. 4. 00: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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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은 전국에서도 보수색이 짙은 지역 중 하나다. 경남에서도 창원시 마산합포구는 오랜 기간 보수의 텃밭으로 역할을 해왔다. 경남에서 마산합포구와 대척점에 있는 지역은 장유를 중심으로 한 김해시 을이다. 이곳은 지난 2022년 대선 당시 보수-진보정당 후보자 간 득표율 차이가 0.79%로 경남에서 가장 적었다. 제21대 대통령 선거 본투표가 3일 시작됐다. 탄핵 정국으로 인한 조기 대선이기에 집권당이던 보수정당에 불리한 구조다. 때문에 한 지역시민들은 ‘균형’을, 다른 한 지역 시민들은 ‘압도’를 바라며 투표소로 향하고 있음이 느껴졌다.

尹 득표율 높던 창원 마산합포
“그래도 보수” “거대당 견제해야”
진보성향 가장 강한 김해 장유
통합 기대하며 “이번엔 이재명”

제21대 대통령 선거 투표일인 3일 창원 반송초등학교에 설치된 투표소를 찾은 유권자들이 소중한 한 표를 행사하고 있다./성승건 기자/

제21대 대통령 선거 투표일인 3일 창원 반송초등학교에 설치된 투표소를 찾은 유권자들이 소중한 한 표를 행사하고 있다./성승건 기자/

◇마산, 굳건한 보수 속 변화= 마산합포구 지역 중 지난 대선 당시 윤석열 후보 득표율이 가장 높았던 곳은 진전면(75.32%)이다. 전체 인구 3000여명 중 절반 이상이 60대 이상인 진전면에서 만난 유권자 다수는 다양한 이유로 보수 후보자를 선택했다고 답했다.

새벽 6시, 투표 시작을 앞둔 진전초등학교 투표소에는 10여명의 주민들이 줄 서 있었다. 대기줄은 투표가 시작되고도 꾸준히 이어졌다.

붉은색 외투를 걸친 이모(72·남)씨는 이곳에서 투표를 마친 후 “사전투표 논란 때문에 기다렸다가 오늘 일찍 투표했다”며 “이곳 토박이인데 주변 사람들 중 80%는 보수정권을 뽑자는 인식이 강하다”고 말했다. 이어 투표소를 찾은 최모(83·남)씨도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를 선택했다면서 “정당보다는 인물을 봤다. 그동안 일도 잘했고 너무 보수적이지 않으면서도 혁신적이라 판단해 투표했다”고 설명했다.

마산합포구 중 4만명으로 가장 인구가 많은 월영동은 이날 9개 투표소에서 투표가 진행됐다. 월영동 또한 지난 대선 당시 보수정당에 대한 지지도가 높았던 곳이지만, 유권자들은 보다 신중한 고민들을 드러냈다.

옛 월영동행정복지센터 투표소 앞에서 만난 서현숙(53·여)씨는 “보수정당이 계엄과 탄핵 결과에 책임을 져야 한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과거 논란들 때문에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는 도저히 뽑지 못할 것 같다”고 말하고 투표소로 들어갔다.

공약과 인물보다는 민주당의 독주를 저지해야 한다는 목적의 한 표도 다수 있었다. 평범한 직장인임을 강조한 이모(46·남)씨는 “흐름상 이재명 후보가 유력해 보이지만 너무 정치판이 한쪽으로 쏠리는 건 견제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김문수 후보는 모르겠지만 조금 더 큰 보수정당에 더 잘하라는 의미의 표를 던졌다”고 말했다. 이씨의 아내인 황모(45)씨는 “주변 지인들 중에 민주당을 지지하는 분들이 많지만 견제는 필요하다고 본다”며 “논란도 있지만 개혁신당 이준석 후보를 찍었다”고 전했다.

젊은 여성들은 계엄에 대한 심판을 특히 강조했다. 대학생 김지연(22·여)씨는 “남자친구는 이준석 후보를 뽑아야 한다고 했는데 잘 모르겠더라”면서 “마산에서 살아온 건 아니지만 민주화 성지라 들었다. 계엄에 대한 충격을 전하려면 이재명 후보를 뽑는 게 맞지 않나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해는 갈등 아닌 통합 기대= 김해는 경남에서 가장 진보 성향이 강한 지역이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고향이기도 하며, 특히 장유 지역은 진보정당 지지자가 많은 40대 비율이 높다. 하지만 지난 대선에서는 윤석열 후보가 가장 많은 득표율(49.33%)을 기록하며 기세가 한 차례 꺾였다. 장유 1·2·3동은 당시에도 이재명 후보가 우세했던 지역이다. 이번 대선 투표 현장에서 만난 김해 장유 시민들은 하나같이 정치 갈등이 아닌 국민 통합을 강조했다.

오전 7시 20분께 장유1동 행정복지센터 투표소. 투표를 마치고 나온 40대 여성 김모씨는 “역사로만 생각했던 계엄을 현실로 겪었다”며 “동서남북으로 나뉜 대한민국이 하나로 통합되길 바라며 이재명 후보에게 투표했다”고 말했다. 이어 “경남은 보수정당이 우세한 곳이지만 이번에는 주변 어르신들도 공약을 꼼꼼히 보려는 모습이 보인다”며 기대했다. 최석원(71·남)씨는 “지지하는 정당이 바뀌진 않았다”며 “결과가 이래도 걱정, 저래도 걱정이다. 나라가 너무 시끄러운데 조용해지면 좋겠다”고 말했다.

오전 8시께 장유2동 삼문초등학교 투표소에 들어서던 홍창희(82·여)씨는 “아직도 누구를 뽑을지 고민된다”며 “누가 되든 경제를 살리고 정치를 잘해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30대 남성 김모씨는 “평소에도 투표를 했지만, 앞서 큰 사건들을 겪으면서 이번엔 꼭 해야겠다고 생각했다”며 “국민들끼리 싸우는 분위기인데, 앞으론 화합이 잘 되면 좋겠다”고 전했다.

보수 진영에 대한 확고한 신뢰를 드러내는 목소리도 있었다. 70대 남성 이모씨는 “평소 지지하던 국민의 힘 김문수 후보를 뽑았다”며 “아무리 그래도 이재명은 아니다”고 잘라 말했다.

김용락·김태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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