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 오른 이재명의 시대…‘절대 권력’의 명과 암

박성의 기자 2025. 6. 4. 00:41
음성재생 설정 이동 통신망에서 음성 재생 시 데이터 요금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글자 수 10,000자 초과 시 일부만 음성으로 제공합니다.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계엄 역풍 탄 李, 도전 3수만 김문수 꺾고 대권 쟁취
입법·행정 권력 쥔 李…사법 개혁 예고에 ‘독주’ 우려도
2004년 열린우리당 실패 전례도 언급…“尹 반면교사 삼아야”

(시사저널=박성의 기자)

이제 '대통령 이재명'의 시간이다. 세 번째 도전 끝에 대권을 거머쥔 그는 6월4일부터 대한민국 국정 운전대를 잡게 됐다. 동시에 대통령에게 창끝을 겨눴던 거야(巨野)는 이제 대통령을 지키는 거여(巨與)가 돼 이재명 정부의 든든한 지원군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삼권의 두 축인 입법·행정을 모두 장악한 이재명 정부는 말 그대로 '무엇이든 할 수 있는 절대권력'을 손에 쥐게 된 셈이다.

그러나 국회의 견제가 사라지면서 이재명 정부의 독주를 우려하는 시각도 적지 않다. 여당이 사법부 개혁까지 시도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자, 여의도 안팎에서는 대통령의 사법 리스크를 덮기 위한 입법 독주라는 우려도 제기된다. 윤석열이라는 적이 사라진 지금 이재명에게 남은 상대는 냉정한 국민뿐이다. 변화를 이끄는 대통령과 권력을 휘두르는 통치자 사이, 제21대 대통령 이재명은 역사에 어떤 지도자로 기록될까.

여의도-용산 '원팀', '고속 개혁' 동력 확보

이변은 없었다. 윤석열 정부의 비상계엄 여파로 치러진 6·3 대선에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대권을 거머쥐었다. 여론조사 공표가 금지되는 '블랙아웃' 기간 김문수 국민의힘 후보 측은 '이재명 독재 타도'를 내세우며 골든크로스(지지율 역전)를 노렸으나 민심은 냉랭했다. 국민의힘이 '계엄·탄핵의 늪'에 빠져 내홍을 겪는 사이 이재명 후보는 대세론을 굳건히 지켰다.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대선은 심판의 성격이 큰데, 특히 이번 선거는 계엄 후 치러지는 조기대선이었던 만큼 '윤석열 심판론'이 더욱 크게 작용한 것"이라고 봤다.

닻을 올린 이재명 정부는 상당한 개혁 동력을 확보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국회 지형이 전례 없는 규모의 여대야소로 재편됐기 때문이다. 현재 민주당 의석수는 171석으로 조국혁신당 등 민주당에 우호적인 의석수를 합하면 범여권 의석수가 190석을 넘는다. △2004년 노무현 정부 열린우리당 152석 △2008년 이명박 정부 한나라당 153석 △2012년 박근혜 정부 새누리당 152석 등 과거의 여대야소 지형과 비교해도 현 여당의 세가 압도적이다. 2020년 문재인 정부 당시 민주당이 180석이었지만 그때는 대통령 임기를 2년 남겨둔 시점이었다.

이에 윤석열 정부가 거야와 충돌하며 '줄탄핵→줄거부권' 공회전을 반복했던 것과 달리, 이재명 정부와 국회는 사실상 '원팀'처럼 움직일 것으로 보인다. 예산 편성권을 쥔 행정부와 예산 심의·의결권을 가진 입법부가 모두 친명(親이재명)계로 채워진 지금, 이재명 정부는 어느 정권보다 공격적으로 국정 드라이브를 걸 수 있는 조건을 갖춘 셈이다. 전임 정부가 임기 내내 치고받는 '정치의 시간'에 갇혀 있었던 것과 달리, 이재명 정부는 집권 초반부터 곧장 '정책의 시간'으로 진입할 힘과 명분을 같이 확보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재명 대통령은 여대야소 정치지형을 발판 삼아 '사회 통합', '민생 경제 회복'에 집중하겠다는 계획이다. 이 대통령은 대권 후보 시절이던 지난 5월25일 여의도 민주당사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일이 안 되는 것보다 일이 되는 게 낫다"며 "정권이 부도덕하고 무능하고 반(反)국민적인 상태가 아니라면 오히려 안정적 국정 운영을 위해 여대야소가 바람직하다"고 주장한 바 있다.

이 대통령은 막강한 권력을 사법개혁과 검찰개혁보다는 경제 문제를 푸는데 사용하겠다는 뜻도 밝혔다. 그는 "해야 될 시급한, 간단한 일부터 신속하게 해치워야 한다. 제일 급한 게 현장의 민생 경제를 되살리는 것"이라며 "사법개혁과 검찰개혁도 중요하지만 조기에 주력해서 힘을 뺄 상황은 아닌 것 같다. 지금은 모든 에너지를 초기에는 경제 회복과 민생 회복에 둬야 한다"고 강조했다.

왼쪽은 더불어민주당의 박찬대, 윤여준 상임총괄선대위원장이 6월3일 국회의원회관 개표상황실에서 제21대 대통령선거 지상파 출구조사 결과 발표에 웃으며 악수하는 모습이다. 오른쪽은 같은 시간 국민의힘의 김용태 비상대책위원장과 나경원 공동선거대책위원장 등이 국회도서관에 마련된 개표상황실에서 방송사 출구조사 결과를 침울하게 지켜보는 모습이다. ⓒ연합뉴스

균형 잃은 권력의 추, '李 방탄' 논란 가열

팽창한 권력은 이 대통령에게 분명한 기회다. 다만 이재명 정부를 향한 기대만큼 우려도 적지 않다. 우선 역설적으로 '윤석열의 부재'가 '이재명의 위기'를 낳을 수 있다는 시각이 있다. 윤석열 정부의 실책, 나아가 비상계엄이라는 극단의 상황 속에서 이 대통령은 빠르게 대권 주자 입지를 다졌다. 선명한 공공의 적이 생기면서 당내 계파 갈등도 가라앉았다. 국민의힘 일각에서 '윤석열이 이재명의 숨겨진 선대위원장'이라는 푸념 섞인 비판이 나온 이유다. 그러나 이제 윤석열이라는 변수는 사라졌고, 이재명과 민주당은 상대평가가 아닌 절대평가로 국민의 시험대 위에 서게 됐다.

당장 견제 없는 구조가 빚어낼 독주에 대한 경계심이 커지고 있다. 논란의 중심에 선 건 '사법부 개혁'이다. 이 대통령이 '대법관 증원'을 공약집에 넣고 공식화하면서 법조계에서는 우려와 기대가 교차하고 있다. 민주당 공약집에는 정확히 몇 명을 늘린다는 것인지 구체적인 언급은 없지만, 김용민 민주당 의원의 1년간 8명씩 2년 후 총 16명을 늘리는 '30명 증원안'이 국회 발의돼 있다. 법조계에서는 이를 두고 이 대통령의 임기 중 사법리스크를 우려한 '대법관 알박기' 포석이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특히 대통령 본인이 여전히 수사를 받고 있는 '피고인 신분'이라는 점에서 사법개혁의 정당성과 동기를 두고 의심의 시선이 따른다.

또 이 대통령은 '민생 경제'를 최우선 과제로 천명했지만 여권 내 일부 강경파는 사법개혁 드라이브를 서둘러야 한다는 입장이다. 민주당은 이르면 대선 이틀 뒤인 6월5일 국회 본회의를 열고 대통령 당선 시 형사재판을 받지 않도록 하는 법안(형사소송법 개정안)과 허위사실공표죄의 대상을 축소하는 법안(공직선거법 개정안)을 처리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두 개정안은 이 대통령을 위한 '방탄 입법'으로 논란이 됐던 사안이다. 형사소송법 개정안이 본회의를 통과, 공포되면 이 대통령을 둘러싼 형사재판은 모두 중단된다. 공직선거법 개정안은 허위사실공표 구성 요건 중 '행위'를 삭제하는 내용으로, 공포되면 이 대통령의 관련 재판은 처벌 조항 삭제로 종결된다.

정부 여당이 이 같은 사법 개혁을 단행할 시 야당의 반발도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국민의힘 일각에선 벌써부터 조기대선 가능성이 언급되기 시작했다. 김용태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6월3일 대선 개표결과가 발표되기 전 자신의 페이스북에 "이재명 후보가 당선된다 하더라도 재판이 예정대로 열리고 대법원의 유죄 취지 파기 환송 결정에 따라 벌금형 100만원 이상의 판결을 받을 경우 (대통령직을 상실하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할 수 있다"며 "두 달 안에 대통령 선거를 또 치러야 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이재명 후보에게는 민주주의가 없다"며 "국민은 더 이상 민주당과 이재명 후보의 거짓과 위선에 속지 않겠다"고 지적했다.

정치권 일각에선 여당이 사법개혁으로 민심의 역풍을 맞을 시 노무현 정부 당시 열린우리당의 전철을 밟을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노무현 정부 때인 2004년 열린우리당은 노 전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국회를 통과한 직후 치러진 17대 총선에서 152석을 얻는 대승을 거뒀다. 이후 4대 입법 과제 중 하나로 국가보안법 폐지를 내걸었다. 그러나 한나라당이 격렬하게 반대하고, 열린우리당 내에서도 폐지와 부분 개정론이 갈리면서 역풍을 맞았다. 당시 열린우리당에선 "강경파가 국가보안법 폐지 외에 일체의 타협을 거부하면서 당이 분열하고 총선 압승으로 얻은 국정 동력도 잃었다"는 평가가 나온 바 있다.

이에 민주당 내부에서도 경계와 자성의 목소리가 나온다. 친명(親이재명)계 민주당 한 재선의원은 "'권력이 오만하면 언제든 심판받을 수 있다'는 것이 이번 대선뿐 아니라 역사의 공통된 교훈"이라며 "국민의힘도 '윤석열 심기경호'에만 치중하다 위기를 맞지 않았나. 민주당은 대통령이 아닌 국민을 섬기는 정당임을 증명해야 한다"고 밝혔다.

대선을 앞두고 민주당에 입당한 허은아 전 개혁신당 대표는 민주당의 언행일치, 탈(脫)이념화 필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시사저널과의 통화에서 "민주당이 단지 선거에서 이기기 위해 보수색을 덧입히는 게 아니라, 진보 기반 위에 보수의 긍정적인 면을 담아내는 국민 플랫폼이 되어야 한다"며 "리더(이재명 대통령)의 방향 설정이 중요하다. 앞으로도 (중도 보수가 되겠다는) 그 자세가 변하지 않길 바란다"고 밝혔다.

윤석열 전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가 제21대 대통령 선거일인 6월3일 서울 서초구 원명초등학교에 마련된 서초4동 제3투표소에 도착하고 있다. ⓒ 연합뉴스

"이재명, 尹정부 실패 반면교사 삼아야"

전문가들은 이재명 정부가 윤석열 정부의 실패를 통해 교훈을 얻어야 한다고 조언한다. ①임기 초부터 민심 전광판은 보지 않은 채 ②측근들에 둘러싸여 자신과 가족을 겨냥한 의혹과 수사에 '방탄'으로 일관하다 국정 동력을 상실하고 ③이념과 충성의 정치에 매몰된 끝에 결국 국민과 괴리됐던 윤석열 전 대통령의 전례를 반면교사(反面敎師, 부정적인 면에서 얻는 깨달음) 삼아야 한다는 얘기다.

최병천 신성장경제연구소 소장은 "여대야소가 특별한 상황은 아니다. 다만 그 힘이 '동전의 양면'이 될 수 있다"며 "2004년 총선에서 열린우리당이 과반을 차지한 뒤 국가보안법 폐지 등 4대 개혁 입법을 추진했지만, 결과적으로 반대 연합을 만들어주며 개혁 동력을 상실하고 비판자들을 조직화하게 된 전례가 있다"고 했다.

최 소장은 "그간의 민주당과 이재명 대통령은 윤석열 전 대통령 실정의 반사이익을 누린 측면도 있다"며 "거대 여당에겐 '힘의 절제'와 '고품질의 아젠다(의제) 설정'이 함께 필요하다. 국민들에게 박수 받는 의제를 추진하면 유능한 개혁으로 칭찬받을 수 있지만, 과도한 힘 자랑을 하게 되면 오히려 역풍을 맞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결국 국민이 묻고 있는 건 하나다. '이 권력을 누구를 위해, 어떻게 쓸 것인가.' 이에 전문가들은 이재명 대통령이 집권 이후 '통합의 리더십'과 '실용적 개혁'이라는 두 축을 어떻게 조율하느냐에 따라 향후 정국의 향방이 갈릴 것이라고 진단한다. 국민 통합, 경제 회복, 양극화 해소라는 시대적 과제를 앞에 둔 지금, 거대 권력을 손에 쥔 이재명 정부가 그 무게를 어떻게 감당할지가 관건이란 것이다. 국정 전반의 주도권을 쥔 이재명 정부가 국면마다 유능한 해법을 제시한다면 유능한 정부로 역사에 남을 수 있다. 반면, 이에 실패할 경우 압도적 권력은 곧 거센 책임으로 돌아올 수 있다는 경고도 뒤따른다.

안병진 경희대 미래문명원 교수는 "이재명 정부의 가장 큰 과제는 '공동체의 통합'이다. 진영을 넘어 이념적 스펙트럼, 민주공화국의 가치라는 정체성을 가진 모든 사람들을 통합시켜야 한다"며 "이재명 대통령이 의지만 갖으면 된다. 그에게 반대하는 민주당 내 세력이 없다는 게 정치양극화를 해결하는데 유리한 지점"이라고 밝혔다.

이어 "경제도 심리라는 측면에서 결국 대통령이 국민의 마음부터 얻어야 한다. 경제 문제의 경우 제갈공명이 와도 갑자기 해결할 수는 없다"며 "대통령이 기존 이미지와 달리 전혀 기대하지 않은 신선한 행보를 한다면 국민의 심리에도 긍정적인 변화가 일어날 것"이라고 강조했다.

Copyright © 시사저널.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