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초점] 새 대통령은 ‘통합 대통령’…정치와 법 '제자리 찾기', '협치의 묘미'로 국론분열 보듬어야

제21대 대통령이 풀어야할 최대 과제 중 하나는 바로 '통합'이다. 윤석열 전 대통령의 12.3 비상계엄과 그로인한 탄핵파면에서 비롯된 이번 6.3조기대선은 새로운 대통령 선출이라는 희망과 기쁨보다는 양분된 국론을 보듬어 하나로 통합해야할 숙제가 안겨졌다.
미국 뉴욕타임스는 본투표 하루 전인 2일 '한국의 새 지도자는 불안한 세계 속의 분열된 국가를 물려받게 된다'는 서울발 기사에서 차기 대통령은 수개월간의 정치적 혼란 뒤 양극단으로 분열된 국가를 치유하고 안정을 가져와야 할 엄중한 과제에 직면할 것이라고 전했다.
영국 BBC 방송은 최근 '헌재 결정 이후 어떻게 될까'라는 전망 기사에서 "한국은 이제 앞으로 나아갈 수 있고 첫걸음이 새 지도자 선출"이라며 "그러나 위기는 전혀 끝나지 않았다"고 진단했다. 또 "윤 전 대통령은 떠나면서 흔들리는 정도가 아니라 분열된 나라를 남겨뒀다. 한국은 그 어느 때보다 양극화돼 있다"고 지적했다.
문형배 전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도 지난달 30일 강원대학교에서 "분열된 사회를 통합하는 것이 다음 정부의 가장 큰 과제"라고 밝혔다. 그는 "진보든 보수든 우리가 수긍할 수 있는 원칙을 쌓아가야 한다. 그래야 나라가 앞으로 나아갈 수 있다"고 덧붙였다.
21대 대통령은 이런 우려 속에 경제·안보 위기 등 나라 안팎의 거센 도전을 헤쳐 나가야 한다.
분열된 국론을 하나로 모으려면 우선 '협치의 묘미'를 되살려야 한다. 계엄과 탄핵, 대선 정국을 거치면서 상대 진영을 향한 분노와 증오가 광장을 가득 채웠음에도 제도권 정치는 이를 완화하고 해소하기는커녕 오히려 동조하거나 이용하려는 듯한 행태를 보였다는 지적이 많다.
'내란 종식'을 기치로 3년 만의 정권 탈환에 나선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와 '괴물독재 저지'를 외치며 정권 재창출을 노리는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 새로운 보수를 표방한 개혁신당 이준석 후보 등 누가 당선되더라도 작금의 혼란을 수습하고 위기를 극복하려면 화합과 통합의 리더십이 절실히 요구된다.
이재명 후보는 여대야소, 김문수 후보나 이준석 후보는 여소야대의 국회 지형이 펼쳐지는 만큼 윤석열 정권 당시 극한 갈등을 노출한 바 있는 입법부가 솔선수범해 새 정부 출범 후에는 협치의 묘미를 반드시 살려야 한다.
정치와 법의 경계도 반드시 되살려야 한다. '정치의 사법화'와 '사법의 정치화'는 정치적 양극화가 낳은 샴쌍둥이다. 정치의 사법화는 정치권에서 해결해야 할 문제들을 사법부에서 결정하는 현상을 의미한다. 사법의 정치화는 사법부가 정치적 이해관계나 정파적 관점에 따라 판결하는 것을 지칭한다. 정치가 법원 판결에만 너무 기대면 사법부가 정치화되고, 사법부가 정치화되면 다시 정치세력이 법원을 더 많이 찾게 되는 악순환이 발생한다.
2000년 미국 대선에서 연방대법원이 플로리다주 재검표 중단을 결정하면서 선거 결과에 영향을 미친 것은 대표적인 정치의 사법화다. 또 보수 성향의 대법관들이 다수를 차지한 연방대법원이 50년간 유지된 낙태권 판례를 뒤집은 것은 사법의 정치화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한국도 대통령과 총리·장관 등 고위공무원의 탄핵 심판과 같이 중대한 정치적 사안을 헌법재판소가 최종 판단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한국의 정치 지형은 이제 정치의 사법화와 사법의 정치화가 일상적으로 반복하는 국면이다. 유력 정치인에 대한 수사와 기소, 재판은 여야 간 정치적 쟁점이 된다. 중요한 정책에 대한 강경 대치는 법정 다툼으로 전환된다.
대법관과 헌법재판관 인사를 둘러싼 정쟁은 사법부마저 전쟁터로 끌어들이고 있는 형국이다. 정치권은 법원의 판결에만 기대는 결정장애 증후군에 빠져 있고, 사법부는 판결의 법리적 타당성보다 정치적 반응에 더 신경 쓴다. 이런 상황에서 정치권은 대화와 타협 기능을 상실하고, 사법부는 정치적 논란의 중심에 서게 된다.
특히 법원 내부에서 이념적 분열이 심화하면 판결의 신뢰성은 극도로 저하된다. 이러한 현상이 되풀이되면 삼권분립 원칙은 깨지고, 책임은 서로에게 전가되며, 법은 특정 정치세력의 도구로 전락할 위험에 처할 수밖에 없다. 결국 국민들은 정치권과 사법부에 대한 신뢰를 버리게 된다. 이는 민주주의의 후퇴와 사회 갈등의 심화라는 부작용을 초래한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정치와 법이 각자의 영역에서 제 역할을 수행하는 '제자리 찾기'가 필요한 이유이자 시점이다.
전문가들은 "21대 대통령은 정치권이 극한 대립이 아닌 대화와 타협을 통해 사회적 갈등을 해결하는 본연의 역할을 되찾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하며 아울러 사법부가 정치적 압력이나 이념적 편향에서 벗어나 중립성과 독립성을 지킬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밝히고 있다. 이 두가지가 이뤄질 때 사회는 통합되고 민주주의는 앞으로 나아가며 국민들은 법치주의에 대한 근본적인 신뢰를 다시 가질 수 있다는 것.
영국 일간 더타임스는 탄핵에서 비롯된 혼란상황과 대선에 대해 한국의 민주주의적 과정을 낙관하는 레이프 에릭 이슬리 이화여대 교수의 발언을 최근 전했다. 이슬리 교수는 "한국 정부 기관들이 한 세대 만에 가장 큰 도전을 제기한 입법 방해와 행정부의 도 넘은 행위를 견뎌냈다"며 "이제 국가 사회 조직을 압박할 압축된 대선운동이 시작되지만 한국은 최악의 결과를 피해 왔고 긴 정치적 위기의 끝에 빛을 볼 수 있다"고 내다봤다.
이혜림 기자 lhl@idaegu.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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