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해훈의 고전 속 이 문장] <474> 붉은색 작약꽃의 요염함을 읊은 고봉 기대승
- 人間絶艶誰知得·인간절염수지득
봄 지나 붉은 꽃봉오리 눈 환히 비추는데(春後紅英照眼明·춘후홍영조안명)/ 몇 떨기 섬돌 밑 이는 바람에 기울어지네.(數叢階下帶風傾·수총계하대풍경)/ 세상에 뛰어난 요염함 누가 알겠냐만(人間絶艶誰知得·인간절염수지득)/ 세속에서 다투어 작약 명성 전하누나.(浮俗爭傳芍藥名·부속쟁전작약명)
위 시는 고봉(高峰) 기대승(奇大升·1527~1572)의 ‘芍藥’(작약) 칠언절구 두 수 중 첫 수로, 그의 문집인 ‘고봉속집(高峰續集)’ 권 1에 있다. 작약은 5~6월 붉은색과 흰색, 그리고 혼합된 색으로 핀다. 붉은색 작약이 눈에 많이 뜨인다. 기대승이 본 작약꽃도 붉은색이다. 봄이 지나 초여름에 붉은 꽃봉오리가 시인의 시야에 들어왔다. 섬돌 아래 작약이 이는 바람 따라 기운다. 그 모습을 보는 시인은 세상에서 이 꽃이 가장 뛰어나게 요염하다는 느낌을 받았다. 절세 미녀처럼 생각된다. 그리하여 세속에서 사람들이 다투어 작약의 그 요염함을 전한다고 강조하였다.
첫 구와 둘째 구에서는 작약꽃 모습을 잘 읊었고, 셋째 구와 넷째 구에서 작약꽃에 대한 시인의 감성과 생각을 잘 묘사했다. 필자도 한시를 짓고 다른 사람들이 짓는 한시를 더러 보지만 이처럼 섬세하면서 절묘하게 시인의 느낌을 잘 이입시키는 시를 보기는 쉽지 않다.
백작약꽃을 읊은 시도 있다. 동춘당 송준길이 우암 송시열에게 준 시 ‘백작약을 보내준 도천에게 감사하며’(謝道川白芍·사도천백작)이다. 오언절구 두 수 중 첫째 수는 다음과 같다. “나라의 병 고치는 손 가진 그대가(斂君醫國手·염군의국수)/ 나에게 몸 고치는 약 보내주었네.(寄我醫身藥·기아의신약)/ 같은 병 앓는 것 안타까워 하시니(相憐荷同病·상련하동병)/ 수습해 한번 복용할 것 기약하네.(打疊期一服·타첩기일복)” 송준길이 1638년 지은 시다. 백작약 뿌리는 보혈(補血)과 지통(止痛) 효능이 있다고 알려져 있다.
며칠 전 하동 악양 농협 경제사업장 뒤 식당에 손님들과 저녁을 먹으러 갔다. 식당 입구에 제법 큰 작약 흰 꽃이 피어 있었다. 필자의 화단에 있는 작약은 지난봄 사서 심은 것이어서 꽃은 피지 않았다. 이곳 사람들은 부(富)를 상징하는 모란을 많이 심으려고 하지 작약은 잘 심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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