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현재를 심판해 미래를 경계한 탁월한 국민 선택… ‘이재명’, 헌법과 민주주의 존중 국민 권고 존중해야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가 21대 대통령에 당선됐다. 이 대통령은 3일 실시된 대통령선거에서 49.42%를 득표해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41.15%)와 개혁신당 이준석 후보(8.34%)를 물리쳤다. 이 대통령은 4일 오전 선거관리위원회가 당선인 결정을 선언하면 곧바로 취임식을 갖고 대통령 임기를 시작한다.
국민은 이번 대선에서 ‘심판’과 ‘저지’ 프레임 사이에서 선택을 강요받았다. 민주당은 내란 심판을 앞세웠다.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을 헌법과 민주주의를 유린한 내란으로 규정했다. 국민의힘을 내란 동조 정당으로, 김문수 후보를 내란 부역자로 단정했다. 국민의힘은 예정된 이재명 독재 심판론으로 맞섰다. 이 후보의 사법리스크 방탄을 위한 입법 전횡을 근거로 사법부 해체와 삼권분립 헌법질서 붕괴를 경고하며 저지를 촉구했다. 지지 정당과 진영이 확실한 대립적 유권자들은 고민의 여지가 없었겠지만 중도 무당층에겐 민주주의의 본질과 헌법의 가치를 두고 심사숙고할 주제였을 것이다.
최종 심판의 역할을 맡은 중도 민심은 확정된 민주주의 파괴와 헌법 유린 행위를 심판하는 쪽으로 기울었다. 국민의힘이 안간힘을 다해 심판을 자초한 결과다. 비상계엄 이후부터 대선 직전까지 국민의힘은 당 출신 대통령의 명백한 위헌 행위를 감싸고 옹호하는 반민주적 행태로 일관했다. 비상계엄을 반대해 해제시킨 당 대표와 의원들은 쫓아내고 홀대했다. 탄핵심판 국면에선 극우단체의 탄핵반대 시위에 부화뇌동했다. 친윤 당권파들은 전무후무한 정당 쿠데타로 당원이 선출한 대선 후보를 강제로 교체하려는 추행을 저질렀다. 대선 국면에서 김 후보는 탄핵당한 대통령을 예우하느라 내란 동조 혐의를 벗는데 실패했고, 자신을 교체하려던 친윤 주류를 선대위에 포진해 선거운동을 엉망진창으로 만들었다. 윤석열과의 분리를 통해 민주주의와 헌법에 복귀했어도 심판론에서 자유롭지 못했을 국민의힘과 김 후보였다. 윤석열의 잘못을 이재명과 민주당의 과실로 덮는 정략으로 정치를 포기했다. 300만표에 가까운 압도적 표 차이는 20대 대선에선 윤석열을 지지했던 유권자의 대거 이탈을 의미한다. 수도권 중도 민심이 이탈했고, 영남 지지층이 흩어졌다.
민주주의 국가의 선거는 늘 결과적으로 민주주의의 공의를 실현한다. 21대 대선에서도 국민은 현재를 심판해 미래를 경고하는 탁월한 결단을 실현했다. 위헌계엄 세력에 대한 명징한 심판으로 미래의 반헌법적, 반민주주의적 정치 가능성을 봉쇄한 것이다. 먼 미래의 이야기가 아니다. 집권이 확실한 이재명 후보와 민주당 정권에 대한 경종이다. 헌법을 명백하게 위반한 비상계엄에 가려졌지만, 지난 정권에서 국회를 장악한 민주당의 과도한 입법권력 행사는 민주적 관행과 헌법적 상식의 경계를 넘나들었다. 대통령 파면 이후 대선 정국에서 이 후보의 사법리스크가 대법원 판결로 현실화하자, 사법부에 대한 특검 및 입법공세는 삼권분립 해체를 우려할 정도로 극단적이었다. 대선에서 위헌 정권에 대한 심판을 압도적인 표 차이로 완성한 국민이다. 예상했고 예고된 삼권분립 훼손 행위를 용납할 리 없다. 국민은 국민의힘과 김 후보 심판을 통해 후보와 민주당에게 헌법적 사유와 절차적 민주주의에 대한 존중을 권고했다. 이 후보와 민주당은 국민의 권고를 무겁고 무섭게 받아들여야 한다.
보수정당 재건을 위한 희망의 불씨를 남긴 대선 결과도 유의미하다. 국민의힘을 심판한 대신 개혁신당에 보수재건의 씨앗을 뿌렸다. 국민의힘은 선거 하루 전까지 윤석열 탄핵 반대 당론 철회를 두고 집안 싸움을 벌였다. 보수정당 재건의 전제인 ‘윤석열 청산’이 불가능해 보인다. 당권보신주의에 함몰된 다선중진에 의해 국민의힘은 보수의 가치와 권위를 잃었다. 개혁신당 이 후보 선전은 결과적으로 거대 정당 차원에 못 미쳤지만, 보수를 대의할 대체정당 건설 동력으로는 충분하다.
21대 대통령선거로 대한민국은 지난해 윤석열 전 대통령의 12·3 비상계엄과 탄핵심판으로 초래된 국가 혼란과 국정 공백의 위기를 6개월 만에 가까스로 벗어났다. 반년 사이 대한민국 경제에 위기가 닥쳤고 안보에 경종이 울렸다. 국민은 민주공화국 헌법에 역행한 대통령과, 그를 추종한 정당을 엄숙하게 심판했다. 대한민국 위기 극복의 첫 관문으로 헌법과 민주주의에 헌신하는 새정치를 선택한 것이다. 선택받은 정권의 책임이 막중하다.
경인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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