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연수구에 신고해도 배짱 주차… 거리의 무법자 ‘무판차량’
인천시를 중고차 수출시장 메카로 이끌어 낼 스마트 오토밸리 구축 사업이 답보 상태다. 중고차업계는 수년째 차일피일 미뤄지는 단지 조성사업에 이제는 아무런 관심도 갖지 않는다.
중고차 수출단지 인근 공영주차장과 주택가는 중고차 업체가 무분별하게 세워 둔 무판 차량(번호판 없는 차량)으로 신음한다.

"집 앞 공영주차장에 번호판 없는 차량이 한 달 가까이 있는데 구청은 전혀 단속을 안 해요."
휴일인 지난 1일 인천시 연수구 연수동 장미근린공원 인근 공영주차장에 무판 차량 1대가 주차돼 있다. 다가구주택 등이 밀집한 함박마을 골목 안쪽에도 무판 차량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주민들은 동네 공영주차장과 골목 곳곳에서 쉽게 목격하는 무판 차량을 행정기관에 신고해도 해결되지 않는다고 호소한다.
박영민(32·여)씨는 "퇴근시간 때면 주차할 공간이 없어 마을 전역이 북새통을 이룬다"며 "구청에 숱하게 민원을 넣어도 개선되지 않고 있다"고 토로했다.
함박마을뿐 아니다. 비슷한 시간, 중고차 집하장이 된 연수구 동춘동 옛 송도유원지 주변에서는 여지 없이 무판 차량을 볼 수 있다. 이곳 주변 나대지에는 무판 차량이 20~30대씩 세워져 있다. 심지어 일반 상가 주차장에도 무판 차량 수십 대가 자리를 차지했다.
한 상가 관계자는 "주차장을 공유하도록 계약은 했지만 대부분은 지키지 않아 불편한 심정"이라며 "조만간 계약을 파기할 계획"이라고 분통을 터뜨렸다.
연수구 송도동 라마다송도호텔 인근 골목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이면도로 한쪽으로 주차된 수십 대의 차량 중 서너 대는 번호판이 없다. 인근 상인들은 골목가 전역에서 무판 차량을 쉽게 볼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인근 편의점 직원은 "주차 단속 차량이 수차례 지나갔지만 견인 등의 조치는 이뤄지지 않는다"며 "통행이 불편해 민원을 넣었지만 해결되지 않아 그냥 방치하고 있다"고 한숨을 쉬었다.
이처럼 옛 송도유원지를 중심으로 연수구 일대는 중고차업체들이 무분별하게 주차한 무판 차량들로 몸살을 앓고 있다. 상가 주차장은 물론 공영주차장과 주택가 골목 등 차를 세울 수 있는 공간에서는 여지 없이 무판 차량을 볼 수 있다.
연수구도 손을 놓고 있는 것은 아니다. 최근 2년간 중고차 상가가 밀집한 능허대로 일대에서 적발한 무판 차량 불법 주차 단속 건수는 7천32건에 달한다. 2023년에는 2천53건의 단속이 이뤄졌으며 지난해는 4천979건으로 급증했다. 올해도 지난달 기준 1천447건의 무판 차량 불법 주차를 단속해 단속 건수가 급증한 지난해와 비슷한 수치를 보였다.
하지만 풍선효과와 '메뚜기식 주차'로 주민들의 피해가 확산하고 있다.
구에서 옛 송도유원지 일대에 대한 단속을 강화하자 동춘동과 연수동, 심지어는 송도동까지 무판 차량 주차가 횡행하고 있다.
또한 단속에 적발되더라도 일정 기간이 지나야 강제 견인하는 점을 노려 그 사이에 다른 지역으로 은근슬쩍 옮겨놓는 메뚜기식 주차로 행정기관과 숨바꼭질을 하고 있다.
구는 단속을 강화하기 위해 주정차가 금지된 황색 점선, 황색 실선, 황색 복선에 주차한 무판 차량에 대해선 '무단 적치물'로 규정하고 도로교통법에 따라 10일 뒤 강제 견인한다.
그러나 공영주차장에 주차한 무판 차량은 현행 주차장법을 적용할 수밖에 없어 계고장 부착 후 1개월이 지나야만 강제 견인할 수 있다. 주택가에 불법 주차한 무판 차량도 소유자를 찾을 수 없어 일정 기간이 지나야만 강제 견인이 가능해 일부 중고차 업주들은 이를 노리고 메뚜기식 주차를 연수구 전역으로 확대하고 있다.
구 관계자는 "불법 주차에 강경 대응하고 있지만 현행법상 강제 견인까지는 힘들어 강한 대응에는 한계가 있다"며 "주민이 불편을 겪지 않도록 대응 방안을 강구하겠다"고 말했다.
학계에서는 무판 차량을 식별할 수 있는 인공지능(AI) 기술을 접목한 교통시스템을 설치해 체계적인 단속을 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AI로 모든 차량의 이동 동선을 식별할 수 있는 만큼 실시간으로 단속에 나서야 한다는 설명이다.
김도경 서울시립대 교통공학과 교수는 "무판 차량이 중고차 수출단지 업체에 집중된 만큼 AI 기술을 접목한 교통시스템 도입이 필요하다"며 "실시간으로 즉각 식별하고 현장 출동해 단속하는 체계가 갖춰져야 한다"고 말했다.
지우현 기자 whj@kiho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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