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해균의 어반스케치] 안다미로

경기일보 2025. 6. 3. 20: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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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는 손님상에 항상 고봉밥을 올리셨다.

훗날 사촌 형수가 된 예쁜 누나가 우리 집에 올 땐 더욱 고봉밥이 민망했다.

하지만 형수 누나의 밥 먹는 모습은 이 세상에서 서너 해를 넘기지 못했다.

솟아오른 고봉밥이 하늘 가신 어머니의 불문율 같은 범절임을, 밥그릇이 삶을 담보하는 인생의 경전이었음을 세월이 가파르게 흐른 후에야 깨닫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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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는 손님상에 항상 고봉밥을 올리셨다. 도시인의 세련된 공기에 비해 월등히 큰 사발 그릇이 나는 늘 불만이었다. 훗날 사촌 형수가 된 예쁜 누나가 우리 집에 올 땐 더욱 고봉밥이 민망했다. 하지만 형수 누나의 밥 먹는 모습은 이 세상에서 서너 해를 넘기지 못했다. 안다미로는 넘치도록 담는다는 순우리말이라고 한다.

솟아오른 고봉밥이 하늘 가신 어머니의 불문율 같은 범절임을, 밥그릇이 삶을 담보하는 인생의 경전이었음을 세월이 가파르게 흐른 후에야 깨닫는다. 팔달산 허리의 전망 좋은 카페 안다미로는 낮 달맞이꽃 무리가 물 마신 노랑 병아리 하늘 보듯 반겼다. 붉은 장미는 정염을 불태우듯 카페의 뜰을 온통 휘감고 사바의 중생을 측은히 굽어보고 있다. 2층 방엔 낙엽 지던 가을과 창밖의 바람이 윙윙 울고 가던 그 겨울의 추억이 묻어 있다.

스케치가 끝나고 정성스레 만들어온 김밥을 나눠 먹는다. 삶을 엮는 각자의 방식은 늘 유대적이고 봉사적이고 맑다. 단오 지나 노랑꽃창포가 물가에 피어났다. 여름이 무르익는 유월은 준비 없이 미련 없이 매우 불친절하게 건너왔다. 인생이 여행이라면 뭉게구름 핀 여름은 또 어떤 길일까. 김종삼 작사 시인학교에 곡을 붙여 찌그러진 양은냄비를 두드리며 막걸리를 마시고 싶다. 레바논 골짜기 칼릴 지브란의 집에서 하늘에서 유람온 괴짜 시인 김관식이 쌍놈의 새끼들이라고 소리 지르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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