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몸으로 사고하는 식물지능이 일으킨 인지 혁명
인간과 기계를 넘어선 제3의 인지모델
뇌 없이도 생각할 수 있는가(파코 칼보 지음·하인해 옮김 / 휴머니스트 / 368쪽 / 2만 2000원)

구글 딥마인드가 인공지능의 '마음'을 연구하고 있는 지금, 거대한 철학적 질문이 다시금 인류 앞에 놓였다. 인간만이 감정을 느낄 수 있는가? 의식은 어디에서 오는가? 뇌가 있어야만 지능이 존재하는가? 챗GPT(chatGPT), 제미나이(Gemini), 퍼플렉시티(Perplexity) 등 대형언어모델(LLM)이 사람처럼 대화하며 심리 상담을 해주고 그림과 영상을 포함해 온갖 창작물까지 만들어내는 상황에서, 우리는 지능과 의식의 본질을 다시 묻지 않을 수 없다.
그런 와중에도 우리는 여전히 뇌를 가진 유기체, 그중에서도 인간을 중심으로 사고하고 있다. 책은 그 틀을 깨는 강력한 도전이다. 세계를 이해하는 패러다임을 거세게 뒤흔든 양자역학의 등장에 비견할 만한 이 책의 대담한 시도는 식물지능을 통해 '살아 있는 지능'이 무엇인지에 대해 다시 생각하고 기계적 지능의 한계를 넘어서게 한다.
식물은 뇌도, 신경도 없다. 그러나 놀랍게도 수많은 결정을 내리고, 환경을 예측하며, 자신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성장해 나간다. 이 책은 신경과학, 식물생리학, 심리학, 철학의 경계를 넘나들며 식물이 보여주는 고차원적 정보처리 능력을 조명한다. 단순히 식물의 생존 전략을 설명하는 것을 넘어, 인간과 인공지능이 나아갈 방향을 근본부터 다시 그려보게 만든다.
책은 초록의 생명에게 화학적 자장가를 불러주며 시작된다. 동물을 마취시키는 것과 정확히 동일한 물질의 작용으로 '잠이 드는' 미모사 실험을 소개하며, 오랜 진화 과정의 연속선상에서 생명체들이 생화학적으로 얼마나 닮았는지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게 한다. 20세기 들어서야 동물행동학의 등장과 함께 인간 아닌 생명의 의식에 대해 고민하게 된 인류에게 저자는 "모든 유기체는 고유한 지능을 갖고 있다"고 말하며 '식물행동학'의 등장을 암시한다.
온갖 식물에 둘러싸여 살아가지만 이를 인지하지 못하는 현상을 의미하는 '식물맹'이라는 학술 용어가 있을 정도로 식물을 그저 '녹색의 배경' 정도로 여기는 인류에게 저자의 연구는 새로운 경종을 울린다. '독창적으로 성장하는' 식물지능이라는 이 책의 아이디어는 단순한 생물학의 문제를 넘어 우리에게 지속 가능한 생존 전략과 사고 모델을 제공해준다.
오늘날 인간 실존의 위협으로 다가오는 기후 변화 속에서 식물이 어떤 식으로 논의되는지를 잠시 떠올려보자. 여전히 인류는 먹고 사는 문제에 갇혀 그저 작물 성장률을 높을 방법에만 혈안이 돼 있다. 실시간으로 무너지는 지구의 생물권 앞에서도 여전히 식물을 '인류의 이익을 위해 조작되고, 재배되고, 심지어 우주로 이동되는 수동적 자원'으로 여기고 있는 것이다.
우리는 이제 이러한 관점을 근본적으로 전환해야 할 시점에 와 있다. 식물을 자원으로만 보지 않고 스스로 환경을 인식하고 조율하며 살아가는 '인지적 존재'로 바라본다면, 식물과 인간 사이의 관계는 전혀 다른 과학적·윤리적 지평으로 나아갈 수 있다. 식물처럼 느리고 신중하지만 환경에 깊이 뿌리내리고 조화를 이루는 존재방식, 그것이야말로 지금 우리가 기술과 삶 모두에서 배워야 할 급진적이고 생태적인 상상일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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