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시험대 오르는 새 정부... 관세·내수 숨통 틔우기 과제

강유빈 2025. 6. 3.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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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경제성장률 1% 못 미칠 전망
양당 후보, 내수 진작용 2차 추경 공약
한국의 5월 수출이 작년보다 1.3% 감소하면서 수출 증가율이 4개월 만에 마이너스로 떨어졌다. 핵심 주력 상품인 반도체 수출은 역대 5월 최고치를 기록해 양호했지만, 미국의 관세 부과 영향에 자동차를 중심으로 한 대미 수출이 전달에 이어 감소했다. 1일 경기도 평택항에 수출용 자동차가 세워져 있다. 연합뉴스

선거 승리의 기쁨을 누릴 틈도 없이 21대 대통령 당선인은 취임하자마자 '성장 절벽'이라는 어려운 과제와 마주하게 됐다. 올해 우리나라 경제성장률이 1%에도 못 미칠 것이란 암울한 전망이 잇따르고 있어서다. 민간 소비가 처참한 수준으로 가라앉은 상황에서 관세 충격파로 인한 수출 타격이 현실화한 결과다. 미국과 '관세 빅딜'로 우리 산업을 지키고, 안으로는 내수 온기를 확산시켜 성장 동력을 되살리는 것이 새 정부에 닥친 지상과제다.


관세 협상 해법 李 '천천히' 金 '속도전'

지난달 30일 통계청이 발표한 산업활동동향에 따르면, 4월 우리 경제는 산업생산과 소매판매, 투자까지 모든 부문이 마이너스(-)로 3개월 만에 '트리플 감소'를 보였다. 특히 품목별 관세 25%를 적용받기 시작한 자동차 생산이 전월 대비 4.2%나 급감해 눈길을 끌었다. 앞서 한국은행은 현재 유예된 수준의 미국 관세율이 계속될 경우 미국 수출 비중이 큰 자동차 산업이 가장 큰 타격을 입을 것이란 분석을 내놨는데, 실제 이런 전망이 가시화하기 시작한 것이다.

새 정부의 대미 관세협상 성패에 따라 생산 침체는 더 깊고, 길어질 수도 있다. 한미는 4월 재무·통상장관급 '2+2 협의'에서 상호관세 유예기간이 끝나는 7월 8일까지 '패키지 딜'을 만들기로 했지만, 한 달 남짓 남은 기간 중 합의를 도출할 수 있을지 불투명한 상황이다. 설상가상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외국산 철강 및 알루미늄 관세율을 기존 25%에서 50%로 두 배 인상하겠다고 기습 발표하면서 새 정부의 부담감이 한층 가중됐다.

대선 기간 후보들도 트럼프 행정부와의 관세 협상을 최우선 과제로 꼽으며 의지를 드러냈다. 다만 협상 전략은 다소 엇갈렸다. 지난달 18일 경제 분야 TV토론에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는 "미국이 요구를 100% 관철하겠다는 건 아닐 것"이라며 "맨 먼저 나서서 서둘러 협상을 조기 타결할 필요는 없을 것 같다"고 했다. 국익 우선의 '신중한 접근'에 방점을 찍은 것이다. 김문수 국민의힘 대선 후보는 정상급 경제 외교를 통한 '속도전'을 강조했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과 협상에서 가장 중요한 건 신뢰"라며 "당선 즉시 한미 정상회담을 개최해 상호관세 유예 종료 전 성공적으로 협상을 끝내겠다"고 밝혔다.

어떤 방식이든 핵심은 상호관세 면제 또는 유예와 품목별 관세 조정을 받아내면서 우리 산업을 지키는 데 있다. 장상식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장은 "30개월 이상 소고기나 쌀 수입 개방 등 미국의 요구를 방어하며 조선업이나 에너지, 첨단 산업 공급망 등 우리가 강점을 가진 분야의 협력 플랜으로 진정성을 표현해야 '이익의 균형'을 달성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30~35조 규모 '2차 추경'으로 경기 부양 '속도'

통계청은 4월 산업활동동향에 따르면 전월 대비 0.8% 줄고 소비·투자도 감소하며 '트리플 감소'를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건설 수주는 토목과 건축 부문 부진으로 전년 동월 대비 17.5% 감소해 15개월 만에 최대 폭 하락했다. 동행·선행지수는 소폭 상승했지만, 통계청은 건설업 부진과 대내외 불확실성, 소비심리 위축 등을 원인으로 지목했다. 5월 30일 서울 시내의 대형 아파트 건설현장. 뉴시스

빨간불이 켜진 건 수출만이 아니다. 국내 경기 부양도 시급하다. 지난달 한은은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1.5%에서 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 수준인 0.8%로 하향 조정하면서 내수에 해당하는 건설투자와 민간소비가 각각 0.4%포인트, 0.15%포인트씩 하락 요인으로 작용했다고 설명했다. 그렇다고 과감한 통화정책을 펴기도 어렵다. 부동산 가격 급등과 가계부채 확대가 우려되기 때문이다. 결국 새 정부가 재정 투입을 통해 내수를 뒷받침해야 한다는 목소리에 힘이 실린다.

누가 당선되든 내수 진작용 2차 추가경정예산안(추경)은 본궤도에 오르게 된다. 이재명 후보는 취임 즉시 1호 지시로 비상경제대응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하고, 최소 35조 원 이상 규모의 추경을 편성하겠다는 입장을 수차례 밝혔다. 추경안에는 지역사랑상품권(지역화폐) 발행을 통한 소비 촉진 방안과 소상공인 채무 부담 완화 대책 등이 중점적으로 담길 것으로 보인다. 김문수 후보도 취임 당일 오후 즉시 30조 원 규모의 추경 편성에 착수하겠다고 밝혔다.

전문가들도 2차 추경 필요성에 대해선 이견이 크지 않다. 현대경제연구원은 30조 원 규모의 추경이 편성되면 올해 성장률을 0.4~0.5%포인트가량 올리는 효과를 낼 것으로 추산했고, 글로벌 투자은행(IB) 모건스탠리도 22조~35조 원 규모의 2차 추경 편성 시 성장률이 0.22~0.31%포인트가량 높아질 수 있다고 봤다.

다만 성장률 하강의 주원인으로 지목된 건설투자 부문에 보다 초점을 맞출 필요가 있다는 조언이 나온다.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부 명예교수는 "내수 침체로 금융 부실이 확산하고 있는 만큼, 한시적으로 재정 지출을 늘리는 추경은 필요하다"면서 "저소득층 거주 지역의 교통 인프라를 구축하는 등 사회간접자본(SOC)에 예산을 투입해 건설 경기를 회복시켜야 추경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강유빈 기자 yubi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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