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인 줄 알았던 두 아들 바닷속 차안 시신으로…살해 가장 “빚 2억 때문”

광주=이형주 기자 2025. 6. 3. 16: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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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포해경이 2일 진도군 진도항에서 일가족 4명이 탑승한 차량을 수색하고 있다.(목포해경 제공) 2025.6.2 뉴스1
수면제에 잠든 가족들을 승용차에 태운 채 바다로 돌진해 사망케 한 뒤 홀로 탈출한 40대 남성이 빚 때문에 범행을 저질렀다고 진술했다. 지 씨는 수면제를 영양제라고 속여 두 아들에게 먹인 것으로 파악됐다.

3일 광주 북부경찰서에 따르면 2일 살인 혐의로 체포된 지모 씨(49)는 “빚이 2억 원 정도 있다. 빚 때문에 힘들어서 아내와 두 아들에게 수면제를 먹인 뒤 차를 몰고 바다로 돌진했다”고 진술했다. 지 씨는 평소 건설현장 등에서 일용직 근로자로 일해오다 공사대금을 받지 못해 빚이 크게 불어난 것으로 알려졌다.

지 씨는 1일 오전 1시 12분경 전남 진도군 진도항에서 수면제에 잠든 아내(49)와 18, 16살 두 아들을 승용차에 태운 채 바다로 돌진해 살해한 뒤 홀로 탈출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 조사 결과 지 씨는 당시 차량이 3~5m 깊이의 바닷속으로 내려가자 미리 열어둔 창문을 통해 홀로 탈출한 것으로 파악됐다. 막상 물 속으로 들어가자 공포감이 들어 탈출했다는 게 지 씨의 진술이다. 수면제로 잠들어있던 아내와 두 아들은 차 안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범행 이후 진도항 인근에서 머물던 지 씨는 2일 오후 지인 김모 씨(51)에게 도움을 요청했고, 김 씨가 제공한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을 몰고 광주로 도주했다가 같은 날 오후 9시 검거됐다.

경찰 수사는 지 씨 둘째 아들의 담임 교사의 신고로 시작됐다. 지난달 30일 “가족들과 함께 여행을 간다”고 즐거워하며 자율학습을 조퇴했는데, 나흘째 학교에 나오지 않자 담임 교사가 실종 신고를 한 것이다. 해당 교사는 지금까지 결석하지 않던 학생이 연락 없이 결석했던 것을 수상히 여겨 경찰에 알렸다고 한다.

지 씨 가족은 지난달 30일 밤 전남 무안 해수욕장 인근 펜션에서 숙박한 뒤 다음 날 전남 신안과 목포 지역을 두루 관광한 것으로 조사됐다. 지 씨는 지난달 31일 밤 목포 시내의 한 광장에서 두 아들에게 수면제와 음료수를 함께 먹게 한 뒤 승용차에 태우고 진도항으로 이동했다. 지 씨는 경찰 조사에서 “아내가 먹은 수면제는 우울증 치료 때문에 평소 복용하던 것”이라면서 “아내는 (범행을) 알고 있었고, 아들들은 몰랐다”는 취지로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지 씨가 범행을 준비하고 계획한 경위 등을 더 수사한 뒤 4일 구속영장을 신청할 계획이다. 익사로 숨진 것으로 추정되는 아내와 두 아들에 대한 부검을 실시해 정확한 사인도 확인할 방침이다. 경찰은 김 씨가 지 씨의 도피를 도운 경위도 수사 중이다.

광주=이형주 기자 peneye0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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