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번 '단일화'로 얼룩지는 대선 보도, 끝낼 방법 있다

장슬기 기자 2025. 6. 3. 16: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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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때마다 반복되는 단일화 요구, 결국 지지율 낮은 후보 사퇴 압박으로
유권자 선택권 보장·과반 지지로 안정적 국정 운영 위한 '결선투표제' 도입 필요성
대선으로 한정하면 이재명·권영국·이준석 찬성…시민 의견 반영해 개헌 논의해야

[미디어오늘 장슬기 기자]

▲지난달 14일 서울 중구선거관리위원회에서 관계자들이 제21대 대통령선거 후보자들로부터 제출받은 선거 벽보를 확인하고 있다. 이후 기호 6번 구주와 후보와 기호 7번 황교안 후보는 사퇴했다. ⓒ연합뉴스

21대 대선 보도의 키워드 중 하나는 '단일화'다. 뉴스 빅데이터 분석 서비스 빅카인즈에 따르면 최근 한달간 104개 주요 언론사에서 '단일화' 키워드가 포함된 기사·칼럼·사설은 1만5011건이었다. 하루에 500건 이상 수준이다. 공식 선거운동 기간인 지난달 12일부터 단일화의 마지막 시점(사전투표 전날)인 지난달 28일까지 문화일보 지면 기준 '단일화'가 들어간 기사는 총 19건이었다. 매일 '단일화'가 제목에 들어간 기사가 지면에 실린 것이다.

김문수 국민의힘 대선 후보와 이준석 개혁신당 후보의 단일화가 이뤄질 것인지, 누구로 단일화를 해야하는지, 단일화를 왜 하지 않는지 등의 기사가 선거운동 기간 내내 보도됐다. 기간을 더 확장하면 국민의힘 내에서 '단일화'의 외피를 쓴 채 이미 당내 경선을 해서 선출한 김문수 후보를 한덕수 전 국무총리로 강제로 교체하려는 시도가 선거운동 직전에 벌어지기도 했다.

이번 대선에서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의 지지율이 선거운동 이전부터 큰 격차를 보이며 앞섰기 때문에 민주진보진영에서는 '단일화' 담론이 상대적으로 덜했지만 지난 대선 때도 단일화는 핫이슈였다. 심상정 당시 정의당 후보에게 사실상 사퇴를 강요하며 이재명 당시 후보로의 단일화 요구 목소리가 컸고, 실제 0.73%p 차로 이재명 후보가 패하자 심상정 책임론이 나오기도 했다.

당시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와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도 결국 3차 TV토론 직후 단일화를 했다. 소수정당, 지지율이 낮은 후보 입장에서는 세가 크지 않다는 이유로 매번 사퇴를 요구받고, 해당 후보 지지층 입장에서는 선택지를 잃는다. 때문에 거대양당을 제외한 후보들이 과거부터 주장해온 것이 결선투표제 도입이다.

▲ 3일 중앙일보는 이번 대선의 키워드 중 하나로 '단일화'를 꼽았다

이번 대선에서 권영국 민주노동당 후보는 “프랑스와 같이 대통령선거, 지방자치단체장 선거뿐 아니라 1인을 선출하는 모든 각급 선거에서 결선투표제를 전면 도입하겠다”며 “결선투표제는 공직자 선출시 민주적 정당성·대표성을 부여할뿐 아니라 유권자의 권리가 확대된다는 측면에서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과제”라고 공약했다.

이는 정치 성향의 문제가 아니다. 이준석 개혁신당 후보도 “대통령, 광역단체장 선거에 한해 결선투표제를 도입해 1차 투표에서 과반득표자가 없을 경우 상위 2인을 대상으로 결선투표를 실시해 통합성과 대표성을 확보하자”며 “유권자의 과반 지지를 받지 못한 당선자가 발생하는 구조를 개선하고, 선출의 정당성을 강화할 것”이라고 했다. 지난 대선에서 결국 단일화를 했지만 안철수 후보도 대통령 결선투표제를 주장했다.

▲ 3일자 한겨레 보도. 김문수 후보가 이준석 후보를 뽑으면 이재명 후보가 당선된다는 주장을 선거운동 기간 내내 이어오고 있는데, 결선투표제가 도입될 경우 이러한 불필요한 주장이 사라질 수 있다

결선투표제를 도입할 경우 세 가지 장점이 생긴다. 일단 지금처럼 소수정당 소속 후보자들에게 단일화를 요구해야 한다는 주장으로 불필요한 정치적 메시지나 언론보도가 나오지 않게 된다. 또한 현재 과반을 얻기 힘든 상황에서 당선자가 과반을 얻어서 당선되면 조금 더 안정적으로 국정을 운영할 수 있다.

2차 투표(결선투표)에서 단일화를 더 '잘' 할 수 있는 장점도 생긴다. 지금껏 대선 때마다 단일화 요구가 나오고 실제 단일화가 이뤄졌는데 이때 후보자들간 단일화 조건을 유권자들에게 공개할 수 없었다. 공직선거법 제232조에 따르면 후보자 매수나 이해유도를 금지하고 있어서다. 즉 사퇴를 조건으로 이익이나 자리제공의 의사를 표시할 수 없다. 과거 곽노현 전 서울시교육감이 이 조항으로 처벌을 받은 바 있는데 이는 투명하고 책임감 있는 단일화를 막는 요인이다.

실제 안철수 후보는 윤석열 후보와 단일화를 했지만 구체적으로 어떤 조건으로 했는지 알 수 없고,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에 참여한 이후 안 후보는 윤석열 정부에서 이렇다할 역할을 맡지 못했다. 안 후보 입장에서는 제대로 된 협상이라고 보기 어려운 상황이었다.

만약 지난 대선에서 결선투표제가 있었다면 이재명, 윤석열, 안철수, 심상정 후보는 1차 투표에서 사퇴 압박을 받을 필요 없이 완주했을 것이다. 이후 1, 2위 후보인 이재명, 윤석열 후보가 2차 투표(결선투표)를 진행하는데 이때 탈락한 3, 4위 후보가 각각 1, 2위 후보와 협상을 통해 인사와 정책을 계승하면서 지지여부를 협상하고 이를 유권자들에게 알릴 수 있다.

일단 이재명 후보는 대선 결선투표제에 대해서는 긍정적인 입장이다. 지난달 27일 TV토론에서 나온 결선투표제 요구에 대해 이 후보는 “지방선거로까지 확장할 수 있을지 생각해봐야 한다”며 “대선 결선투표를 (가능하다고) 말씀드렸다”고 했다. 김문수 후보는 결선투표제에 대해 “결선투표는 맞지 않는다”라며 반대 입장을 보인 가운데 대선으로만 한정하면 이재명·권영국·이준석 세 후보가 결선투표제 도입을 찬성했다. 물론 찬성했다고 해서 실제 개헌이 이루어질지, 개헌에서 결선투표제 도입이 포함될 것인지, 국민 다수가 동의할지 넘어야 할 산이 많다.

3일 이지문 연세대 연구교수는 한겨레 칼럼 <'숙의 민주주의'로 열어야 할 개헌의 문>에서 이재명 후보가 '대통령 4년 연임제'와 '결선투표제' 등을 주장한 것을 거론하면서 내년 6월 지방선거에서 개헌 국민투표를 함께 할 것을 제안한 뒤 “논의의 주체 역시 국민이어야 하고 이를 제도적으로 실현할 수 있는 효과적인 방식이 바로 '시민의회'”라며 시민이 참여하는 개헌을 주장했다. 선거때마다 지겹게 반복되는 단일화 논란을 이번 기회에 멈출 수 있을지, 새 정부의 과제 중 하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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