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NU네] 램프는 우리 손에

김영희 2025. 6. 3. 1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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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대 위에서 램프가 반짝입니다. 푸른 안개처럼 등장한 지니가 익살스럽게 외칩니다.

 “세 가지 소원 들어줄게!”

 요즘 저의 ‘최애’가 공연 중인 뮤지컬 <알라딘>의 한 장면입니다. 이 장면이 낯설지 않고 왠지 현실에서도 기시감이 드는 이유는, 단지 어릴 적 읽었던 이야기이자 만화로 봤던 익숙한 장면이기 때문만은 아닙니다.

 “여러분, 이것도! 저것도! 요것도! 다 이뤄드리겠습니다!”

 현실 정치판에서도 지니의 램프를 손에 쥔 듯한 후보들이 도깨비 방망이를 휘두르듯 공약을 쏟아냅니다. 지역 발전, 부동산 안정, 청년 일자리, 노인 복지, 탄소중립, 안보 강화… 말하는 대로 모두 이뤄진다면, 이곳은 이미 아그라바 왕국보다 나을지도 모르겠습니다.

 대선 국면에서 우리는 끊임없이 ‘포장된 알라딘’들을 마주합니다. 이야기 속 알라딘이 공주의 마음을 얻기 위해 화려한 옷을 입고, 존재하지도 않는 나라의 가짜 왕자가 되어 거짓된 삶을 살았듯이 말입니다.

 서민 코스프레, 노동자의 손을 잡고 찍는 인증, 온갖 그럴듯한 단어로 채워진 연설. ‘가짜 왕자’를 자처하며 권력을 얻으려는 사람들. 노동자의 점퍼를 걸치고 시장에 나타나고, 카메라 앞에서 눈물 한 방울을 찍어내는 연기까지.

 그들은 마치 우리를 위한 ‘알라딘’처럼 보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한 번쯤은 질문해야 하지 않을까요. “그는 진짜 누구인가? 그의 진짜 소원은 무엇인가?”

 이제 유권자인 우리는 누군가에게 소원을 말하는 존재가 아니라, 우리가 진짜 지니의 램프를 쥔 알라딘이라는 사실을 기억했으면 좋겠습니다.

 <알라딘> 이야기의 마지막은, 알라딘이 거짓 신분을 벗고 진짜 자신을 드러내는 순간입니다. 공주 자스민 또한 ‘왕국의 딸’이 아니라 ‘자신의 목소리’를 지닌 인간으로 세상에 나서죠. 그 순간이 비로소 진짜 변화의 시작이었습니다.

 우리도 지금, 그 비슷한 기로에 서 있습니다.

 이제 “어떤 알라딘에게 투표할 것인가?”보다 “어떤 세상을 소원할 것인가?”를 자문하고, 스스로 지니의 램프를 문질러야 할 때입니다.

 혹시 즐겁고 유쾌한 <알라딘> 이야기를 너무 무겁게 써버린 걸까요? 그렇다면 뮤지컬 <알라딘> 한 편을 관람해 보시는 것도 좋겠습니다. 서울에 이어 부산에서도 공연한다고 하더라고요.  <김영희 디지털콘텐츠부장>

#알라딘 #이야기 #뮤지컬 #노동자 #기시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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