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아하는 일'이라고 해서 '언제나 빛나는 건' 아닙니다

칼럼니스트 김재원 2025. 6. 3. 1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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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지사람 제주 이야기] 150. 좋아하는 일을 흔들림 없이 해나가는 것도 중요할 때가 있습니다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도 자주 흔들리고, 자주 지칩니다. 내가 정말 애정하는 일인데도 지루하고, 버겁고, 어쩌면 도망치고 싶을 만큼 고된 날들이 찾아옵니다. '내가 이걸 얼마나 좋아하는데… 왜 이렇게 힘들지?' 스스로에게 서운해지고, 실망이 찾아오기도 합니다. 내 열정이 식은 건 아닐까 괜히 불안해지기도 하고요.

세상을 살다보면 꽃길만 있는 것은 아니다. 가시밭길이 나타났을때 어떻게 생각하고 대처하느냐가 더욱 중요하다. ⓒ김재원

좋아하는 일이니까 매번 놀이처럼 즐겁고, 늘 가슴 뛰는 일일 거라고 생각하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은 순간이 더 많습니다. 그 일이 여전히 좋아서 시작은 웃으며 하지만, 하루하루 쌓여가는 현실의 무게 속에서 마음이 지칠 때가 있습니다. 누구에게나 그렇듯, 좋아하는 일도 결국 삶이고, 일이고, 책임입니다. 그래서일까요. 어느 순간부터는 '좋아한다'는 감정보다 '견뎌내는' 의지가 더 앞설 때가 생깁니다. 매일 설렘만으로는 지탱할 수 없는 시간들 속에서, 우리는 때로 한숨을 쉬며, 고개를 떨구며, 그러나 다시 일어나 그 일을 계속합니다.

우리들은 아이들에게 '좋아하는 일을 찾아보라'고 자주 이야기합니다. 그 일이 있으면 삶이 더 단단해질 거라고, 행복해질 거라고 말해줍니다. 그러나 정작 그 좋아하는 일도 때로는 버겁고 고된 날이 찾아온다는 사실은 정직하게 알려주지 못할 때가 많습니다. 그래서 부모인 우리가 먼저, 좋아하는 일을 해도 흔들릴 수 있고, 그럼에도 계속 나아간다는 걸 삶으로 보여주는 일아 참 중요합니다. 흔들리면서도 굳건히 걸어가는 그 모습이야말로, 아이들이 언젠가 자신의 길 위에서 맞이할 시간들을 견디는 데 큰 힘이 될지도 모르니까요.

그렇다면 계속 이 길을 걸어가야 할 이유는 무엇일까요? 바로 그 일이 내 마음에 닿아 있기 때문입니다. 백 번, 천 번을 되묻더라도, 여전히 그 일이 나에게 의미가 있으니까요. 나를 지치게 만들기도 하지만, 동시에 나를 살아 있게 만드는 일이니까요.

좋아하는 일을 한다고 해서 늘 행복해야 할 이유도 없습니다. 그 일을 '좋아한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우리는 이미 충분히 애쓰고 있는 걸지도 모릅니다. 때로는 빛나지 않는 날들이 있어도 괜찮습니다. 뿌듯하지 않아도 괜찮고, 재미없다고 느껴지는 날이 있어도 괜찮습니다. 그 모든 시간까지도 내 일이 되어가고 있다는 증거일 테니까요.

어쩌면 진짜 좋아하는 일은 '하고 싶은 날'에만 하는 일이 아니라, '하기 싫은 날'에도 끝내 마주하고 있는 그 일일지도 모릅니다. 그 일이 여전히 내 안에서 의미로 남아 있다면, 오늘 하루, 내가 좋아하는 일을 '조금 더' 견뎌냈다는 사실, 그것만으로도 우리는 충분히 잘하고 있는 겁니다.

그러니 너무 자주 나를 다그치지 않아도 좋겠습니다. 열정이란 언제나 불타오르지 않아도 되고, 좋아하는 마음은 때때로 흔들려도 괜찮습니다. 진짜 중요한 건, 그 흔들림 속에서도 계속 이어가려는 진심 어린 진짜 내 마음이 아닐까요. 오늘도 그 마음 덕분에, 또 하루를 살아내었다면, 꽤 괜찮은 하루를 보낸 것이라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이것은 비단 우리에게만 해당되는 것은 아니고 우리의 자녀들에게도 해당하는 일일 것입니다. 

이 길 위에 있다는 것 자체가 그리고 이 일을 '좋아하는 마음'이 여전히 내 안에 있다면 그저 오늘 하루, 내가 좋아하는 일을 '조금 더' 견뎌냈다는 사실.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행복하면 좋겠습니다. 

오늘은 여기까지입니다. 

*칼럼니스트 김재원은 작가이자 자유기고가다. 세계 100여 국을 배낭여행하며 세상을 향한 시선을 넓히기 시작했다. 이때부터 작가의 꿈을 키웠다. 삶의 대부분을 보낸 도시 생활을 마감하고, 제주에 사는 '이주민'이 되었다. 지금은 제주의 아름다움을 제주인의 시선으로 알리기 위해 글을 쓰고 사진을 찍으며 에세이 집필과 제주여행에 대한 콘텐츠를 생산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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