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수위 없이 출범하는 차기 정부... 초기 국정 혼선 최소화해야
인수인계 없는 새 정부…국정운영 공백 메워야
업무 공백 줄이면서 공약 실현 가능성 등 점검
'제왕적 대통령제' 공고화·충성 과잉 비판도
"성과 중심으로 위원회 구축…국민 참여 창구도 마련"

3일 제21대 대통령 선거에서 승리한 후보는 곧바로 대통령 임기를 시작해야 한다. 통상 당선 후 설치되는 대통령직 인수위원회가 보궐 선거로 치뤄지는 이번 선거에서는 생략되는 것이다. 다만 새 정부는 인수위 공백을 메우기 위해 임시 준비 조직을 별도로 꾸릴 것으로 전망된다.
이재명도 김문수도 "집권하게 되면 원활한 국정운영 위한 준비단 운영"

2일 본보 취재를 종합하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와 김문수 국민의힘 대선 후보는 집권하게 되면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이후 2017년 대선에서 당선된 문재인 정부의 '국정기획자문위원회'(국정기획위)와 유사한 조직을 구성할 가능성이 크다. 이재명 후보 측은 "현실적으로 인수인계 없이 국정 밑그림을 그리는 작업을 거치기 어렵다"며 "정책 일관성을 확보하고 국가 비전도 국민들에게 제시하기 위해 전례에 따라 위원회를 꾸릴 수밖에 없지 않을까 싶다"고 설명했다. 김문수 후보는 지난달 27일 대통령실 산하 '국정준비단'과 '국민내각추천위원회'를 꾸리겠다고 약속한 바 있다. 이준석 개혁신당 대선 후보는 따로 인수위 유사 조직을 꾸릴지 아직 밝힌 바 없다.
새 대통령은 임시 국무회의 혹은 첫 정기 국무회의에서 인수인계 및 국정과제 업무를 맡을 조직 구성과 관련한 안건을 의결할 가능성이 크다. 문재인 전 대통령도 취임 후 첫 국무회의에서 대통령령으로 관련 규정을 의결했다. 문재인 정부 당시 국정기획위는 자문위원 30명, 전문위원 65명 등 총 120여 명 규모로 구성돼, 60일간 인수인계 및 국정과제 선정 작업을 진행했다.
국정준비위, 공약 현실성 따진다…'국정 혼란' 축소
거대 양당 대선 후보 모두 사실상 인수위 역할을 하는 조직을 추진하기로 한 건 국정 혼란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다. 인수위 역할 조직이 전 정부의 정책 중 유지할 내용과 수정·보완해야 할 내용을 가려내는 작업을 해야 혼란을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문재인 정부 국정기획위가 일본군 위안부 합의 재협상을 검토하면서 대국민 소통 및 이해증진을 위한 '국민외교위원회' 설치를 제안해 일종의 '출구전략'을 짠 게 대표적이다.
대통령의 공약 실현 가능성을 따져 '가지치기'를 하기도 한다. 2017년 국정기획위가 △경호처 폐지 잠정 보류 △고위공직자 원천 배제 5대 원칙 완화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기능 유지 등의 조치를 취하며 당시 공약 후퇴 논란을 일으켰지만, 이후 결과적으로 현실에 맞게 공약을 조정을 했다는 평가를 받기도 했다. 전 국정기획위 관계자는 "당선자는 정부 운영현황과 정책 이행에 대한 인계를 받으면서 (공약) 실현 가능성을 다시 따지게 된다"며 "정권 초 이러한 작업을 꼼꼼히 거치지 않으면 (윤석열 정부의) 용산 집무실 이전 과정에서 발생한 혼란과 같은 상황이 다시 생길 수 있다"고 말했다.
국정 운영기조 제시할 국정준비위…'점령군' 지적도
새 정부가 운영할 인수위 역할 조직은 전례에 따라 국정 비전에서부터 100대 과제와 운영계획까지 세부 그림을 제시할 것으로 보인다. 통상 인수위 운영기조가 새 정부 국정 운영기조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문재인 정부의 국정기획위도 '소득주도 성장'과 '적폐청산'이라는 핵심 국정목표에서부터 '5대 비리 인사 배제원칙' 등 인사 기준까지 새 정부의 국정 운영기조를 결정했다. 인수위가 선정한 국정과제의 이행 여부는 향후 정부의 업무평가 지표 역할도 하게 된다.
일각에서는 인수위가 막강한 영향력으로 '제왕적 대통령제'의 일등 공신이라는 비판도 있다. 공무원들 사이에서는 종종 '점령군'이라고 불리기도 한다. 2017년 국정기획위도 탄핵 정부와의 단절을 강조하면서 각 부처들의 역할을 '청와대 지시에 따라 국정과제를 집행하는 것'으로 엄격하게 제한한 바 있다. 당시 국정기획위는 이전 정부의 타당성 검토를 마친 정책도 과거 정부 것이라는 이유로 폐기해 비판을 받기도 했다.
인수위 기간 '어공'(어쩌다 공무원이 된 사람)과 '늘공'(늘 공무원인 사람) 사이 충돌도 직면 과제 중 하나다. 이명박 정부 당시 인수위는 어공이 주도해 '오렌지' 표기를 '어륀지'로 바꾸자는 말로 대표되는 개혁 과제를 제시하고, 대통령 말 한마디에 대불공단 전신주를 철거해버리는 등 급격한 변화를 추구해 과잉 충성 논란을 일으키기도 했다. 반면 늘공 중심의 위원회가 구성되는 경우 국민 공감에서 멀어지거나 대통령의 국정철학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한다는 한계가 있다.
문재연 기자 munjae@hankookilbo.com
우태경 기자 taek0ng@hankookilbo.com
박준규 기자 ssangkkal@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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