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뭐라노] ‘개와 늑대’를 가려야 할 시간

권혁범 기자 2025. 6. 3. 0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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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가 선거를 하루 앞둔 2일 경기 성남 분당 야탑광장 유세에서 시민에게 인사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


두 달 전 ‘뭐라노’에서 알렸습니다. 다시, 개와 늑대의 시간이 왔다고 말이죠. 세상이 어스름해지는 저물녘. 언덕 너머 실루엣이 우리가 기르던 개인지 우리를 해치려는 늑대인지 분간하기 어려운 시간. 그런 얘기도 했습니다. 이제 시작인 것 같지만, 끝이 얼마 남지 않았다고. 정신 바짝 차려야 한다고.

역시나 금세 지나갔습니다. 예측을 딱히 벗어나지 않은 ‘혼돈의 시간’이었습니다. ‘역대 최악’이라는 평가도 나옵니다.

여기저기 납작 엎드린 실루엣은 저마다 충견이 되겠다며 한 표를 호소했습니다. 하지만 보여준 것은 ‘어떻게 국민에게 충성할 것인지’ 방법론이 아니었습니다. 정책의 비교우위를 앞세우거나, 밝아오는 세상을 어떻게 바꿀 건지 설명하는 데 전력을 쏟지 않았죠. 대신 상대를 마구잡이로 헐뜯고, 네거티브를 남발하느라 눈이 벌겋게 충혈됐습니다. 국민이 내내 지켜봐야 했던 것도 ‘경쟁’ 아닌 ‘싸움’. 동네 건달 수준도 안 되는 언어가 배설되기도 했죠. 품격 따위 없었습니다.

실루엣으로 등장한 제21대 대통령 선거 후보들의 잘못은 분명합니다. 갈라치기 물타기 등 온갖 기술로 혼란을 키웠습니다. 국민에게 자기가 개인지 늑대인지 구별할 기회를 주지 않았습니다. 빼앗은 것이나 다름없죠.

국민의힘 김문수 대선 후보가 2일 부산역에서 시민에게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


혼탁한 싸움판은 마지막 날까지 이어졌습니다. 보수 성향 단체의 댓글 공작, 진보 성향 작가의 여성·노동자 비하 발언, 상대측 아내·자녀·지인은 물론 그들의 과거·현재·미래까지 끄집어낼 수 있는 모든 것을 타깃으로 세웠습니다. 비난과 비방, 고소·고발을 쏘아댔습니다. ‘내가 더 뛰어나니 뽑아 달라’가 아니라 ‘상대는 나쁜 후보이니 뽑으면 안 된다’는 주장을 되풀이합니다.

개인지 늑대인지 알아보기 어려운 저물녘, 어둠과 함께 혐오만 번졌습니다. 경찰청이 2일 오전까지 집계한 선거 관련 사범은 2100명(1891건). 이 중 8명은 구속. 특히 사전투표가 진행된 지난달 29, 30일 투표소 안팎 폭력·소란 행위로 58명이 단속돼 2명이 구속됐죠. 2022년 제20대 대선과 비교해 폭력은 2.2배, 현수막·벽보 훼손 등은 3배 급증했습니다. 5대 선거 범죄만 봐도 ▷금품 수수 13명 ▷허위사실 유포 168명 ▷공무원 선거 관여 29명 ▷선거 폭력 110명 ▷불법단체 동원 2명 등이 적발됐습니다.

어쨌든 개와 늑대의 시간은 끝났습니다. 고생은 후보나 정당이 아니라, 진흙탕 싸움에도 마지막까지 인내한 대다수 국민이 했습니다. 드디어 오늘입니다. 6월 3일은 오로지 주권자 국민의 시간입니다.

안타깝지만, 국민이 좀 더 고생해야겠습니다. 혼탁한 진흙탕을 바닥까지 헤집어서라도 누가 충성스러운 개인지, 교활한 늑대인지 국민이 가려내야 합니다. 당장 충견이 보이지 않더라도, 국민이 투표로 충견을 만들어야 합니다.

3일 오전 6시부터 전국 1만4295개 투표소에서 시작된 제21대 대선 투표는 오후 8시면 마무리됩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4일 0시께 당선인 윤곽이 나올 것으로 예측합니다. 3일에서 4일로 넘어가는 시각, 우리 국민이 던진 한 표 한 표의 결과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현명한 국민의 선택으로 저물녘 어둠이 걷히기를.

개혁신당 이준석 대선 후보가 2일 경북 경산시 영남대학교 앞에서 시민에게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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