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빨라진다더니?”…인당 1억씩 내야 한다는 ‘이것’의 진실
정부가 재건축의 가장 큰 걸림돌로 지목돼온 ‘안전진단’ 제도를 사실상 폐지 수준으로 완화했다. 정부는 이번 제도 개선을 통해 재건축 활성화의 신호탄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으나, 현장에선 여전히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가 높다.
특히 공사비 급등과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재초환) 등 잔존 규제로 인해 체감 효과가 미미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재건축 패스트트랙’ 도입…안전진단 없이 조합 설립 가능
3일 업계에 따르면 오는 4일부터 개정된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도정법)이 시행된다. 이번 개정안의 핵심은 이른바 ‘재건축 패스트트랙’ 제도 도입이다. 준공 30년이 넘은 아파트 단지는 주민 동의만 있으면 기존처럼 까다로운 안전진단 없이도 조합 설립 등 재건축 후속 절차를 진행할 수 있게 된다.

평가 항목도 구조 중심에서 주거환경 중심으로 바뀌었다. 주민공동시설, 지하 주차장, 녹지환경, 승강기 등 항목이 추가되면서, 전체 평가에서 주거환경이 차지하는 비중은 40%까지 늘었다.
◆“수억원 아끼게 돼”…기대감 내비친 일부 주민들
이번 제도 완화로 재건축을 기다려온 주민들 사이에서는 기대 섞인 반응도 나온다. 안전진단을 준비하면서 소요되던 비용만 수억 원에 달했던 현실을 고려하면, 조합 설립 문턱이 낮아졌다는 점만으로도 긍정적인 변화라는 것이다.
한 주민은 “예전엔 안전진단 비용만 해도 수억원이 들어가다 보니 주민들끼리 모금하느라 부담이 컸다. 이번 제도 개편으로 그 벽이 낮아졌다니 기대된다”며 “지금 사는 아파트가 준공 32년 차인데, 안전진단 걱정 없이 조합부터 만들 수 있게 된 건 큰 변화”라고 흡족해했다.
◆동의율 완화, 절차 단축…사업 기간 ‘최대 3년 단축’ 기대
이번 개편은 재건축 추진의 절차상 병목도 함께 해소한다. 정부는 이번 조치로 전체 재건축 절차가 최대 3년까지 단축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앞서 지난달 1일부터는 재건축 조합 설립 요건도 완화됐다. 조합 설립 동의율 기준이 종전 75%에서 70%로 낮아졌으며, 토지 면적 기준도 70% 이상이면 인가가 가능해졌다. 특히 복리시설(상가)에 대해서는 소유자 동의 요건이 기존 절반 이상에서 3분의 1 이상으로 완화됐다.
이에 따라 노원·도봉·강북 등 노후 아파트 밀집 지역에서 사업 추진에 속도가 붙을 것이란 기대감도 조심스레 나온다.
◆“공사비 치솟고 재초환 남아”…여전히 ‘신중 모드’
현장의 반응은 정부 기대와 사뭇 다르다. 수도권 곳곳의 노후 아파트 단지에서는 “규제 하나 풀리면 뭐하냐”는 반응이 적지 않다. 가장 큰 이유는 급등한 공사비와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라는 두 가지 ‘대형 변수’ 때문이다.
또 다른 주민은 “규제는 풀렸다고 하지만 솔직히 공사비가 너무 올라서 재건축한다고 해도 남는 게 있을지 모르겠다. 기대보다는 걱정이 앞서는 게 사실”이라며 “안전진단 문턱이 낮아졌다고는 해도, 결국엔 재초환 때문에 또 막힐까봐 조심스럽다. 조합 만들고 나서 부담금 폭탄 맞을까봐 망설이는 이웃들도 많다”고 전했다.

여기에 재초환이 본격화된 점도 조합의 ‘발목’을 잡고 있다. 2023년 기준 부담금이 부과된 단지는 전국 68곳에 달하고, 조합원 1인당 평균 부담금은 약 1억원 수준으로 추산된다.
이 주민은 “겉으로 보기엔 절차가 빨라졌다고 하지만, 실상은 공사비랑 부담금이 너무 올라서 우리 같은 서민들은 감히 꿈도 못 꾼다”며 “재건축 쉽게 하라고 하면서 초과이익은 또 절반이나 가져가겠다니 결국 정부가 돈 되는 건 놓치지 않겠다는 것이다. 조합원들 입장에선 손해 보자는 건데 누가 추진하겠냐”고 꼬집었다.
◆전문가 “실효성 확보 위해선 후속 대책 필수”
전문가들 역시 이번 개편안이 제도적 병목을 해소한 측면에서는 긍정적이나, 재초환과 공사비 부담이라는 핵심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서는 기대만큼의 효과를 얻기 어렵다고 입을 모은다.
정부가 진정한 재건축 활성화를 원한다면 이번 제도 완화에 그치지 않고 재초환 폐지 또는 조정, 금융 지원 확대, 공사비 통제 방안 등 후속 대책을 병행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커지고 있다.
한 도시정비 전문가는 “이번 안전진단 개편은 재건축 추진의 구조적 장벽을 허문 것으로 의미 있는 변화”라며 “특히 노후 단지 밀집 지역에서 사업 속도는 빨라질 수 있다”고 평가했다.
반면 또 다른 전문가는 “안전진단 완화만으로는 재건축 활성화를 장담하기 어렵다”며 “재초환 제도나 공사비 리스크를 해소하지 않으면 조합 입장에선 여전히 신중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김현주 기자 hj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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