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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는 마지막 순간에도 딸을 걱정했다. "먼저 하늘나라로 간 딸이 집에 있어요." 엄마의 목에 걸려 있던 쪽지를 따라가 보니 50여 일 전 세상을 떠난 둘째 딸이 방 안에 누워 있었다. 지난달 18일 세상에 알려진 '익산 모녀' 얘기다.
모녀는 생활고와 지병으로 고생하던 끝에 세상을 등진 것으로 보인다. 엄마 A씨는 2006년 7월부터 생계·의료·주거급여 등을 받아 두 딸과 함께 생활을 꾸렸는데, 첫째 딸이 지난해 1월 취업을 해 월급을 받게 되면서, 18년 가까이 받았던 생계·의료급여가 끊겼다. 월 120만 원이던 수급액은 주거급여 20만 원으로 줄었다. 우울증을 앓던 둘째 딸, 기관지가 좋지 않던 A씨가 고정적으로 지출해야 할 병원비 부담이 컸을 것이다. 첫째 딸의 적은 월급으론 생활비를 충당하는 것도 버거웠다고 한다.
모녀가 발견될 기회는 있었다. 올해 1월 큰딸이 결혼해 분가했는데, 이렇게 되면 소득이 없는 A씨와 둘째 딸은 다시 생계·의료급여 수급자가 될 수 있다. 큰딸의 연소득이 1억3,000만 원 이하여서 부양의무자 '제외' 기준에 해당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A씨 가족은 주민센터에 생계급여 복원을 '신청'하지 않았다. 다시 지원받을 수 있다는 걸 몰랐을 것이라고 짐작한다. 복지제도는 워낙 복잡하니까. 2014년 '송파 세 모녀', 2020년 '방배동 모자', 2022년 '수원 세 모녀'도 제도 밖에서 비극을 맞았다.
정부는 복지 사각지대 발굴을 강조하지만 발굴 인력은 턱없이 부족하다. 발견되더라도 기준을 충족하지 못하면 도움을 받을 수 없다. 익산 모녀도 생활고를 겪었지만 건강보험료·전기세·수도세 등은 체납하지 않아 위기가구 발굴망에서 빠졌다. 무엇보다 생계유지 능력을 상실했다고 신고하고 입증하는 일차적 책임이 수급자에게 있다. "복지 대상자이니 다시 신청했다면 도움을 받았을 것"이라는 담당 공무원의 해명이 한결같은 이유다.
복지부 출입 기자 시절 체험했던 기초생활수급 신청 과정은 효율적이지만, 인간적이지 않았다. 그때 만난 수급자가 '가난 증명의 참담함'을 토로하던 장면이 잊히지 않는다. 내가 얼마나 아픈지, 근로능력이 얼마나 떨어지는지, 자식은 얼마나 능력이 없어서 나를 부양할 수 없는지 등을 수많은 서류로 말하고 점수로 매겨지는 과정을 그는 "삶이 의심을 당하는 순간"이라고 표현했다.
신청주의를 획기적으로 개선하려면 복지 대상자를 자격이 아닌 존엄의 관점에서 바라보는 정책적 시각 변화가 필요하다. 일할 수 있느냐가 아니라, 지금 살 수 있는지 묻는 것. 새로운 대통령은 이런 비극을 기억하고 약자를 혐오하지 않는 철학의 정치를 고민하길 바란다.
김지현 기자 hyun1620@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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