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안미경중' 경고한 미국, 새 정부 어깨 무겁다

피트 헤그세스 미국 국방장관이 ‘안보는 미국, 경제는 중국’이라는 아시아 국가들의 이른바 ‘안미경중’식 외교 전략에 대해 경고 메시지를 던졌다. 사실상 미국과 중국 중 어느 편에 설 것인지 양자택일하란 압박이다. 한국 외교가 갈림길에 섰다.
헤그세스 장관은 지난달 31일 싱가포르에서 열린 아시아 안보회의에서 “중국은 아시아를 지배하고 통제하려 한다”며 “안미경중은 중국공산당의 덫에 걸려드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중국의 위협은 실제적이고 즉각적”이라며 중국의 대만 침공 가능성을 기정사실화하면서 “중국의 침략을 저지하는 쪽으로 전략 방향을 재설정하고 있다”고도 강조했다. 이를 위해서는 사실상 주한미군의 규모나 작전 범위 등도 유연하게 조정할 수 있다는 뜻을 드러낸 셈이다. 주한미군 4,500명 감축설을 공식 부인했던 미 국방부도 다시 “감축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는다”며 오락가락하는 상황이다. 더구나 미국은 이를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과 연계할 수도 있다. 헤그세스 장관은 동맹국의 국방비 증액은 “요청이 아니라 요구”라고 못 박은 뒤 증액 기준으로 국내총생산(GDP)의 5%선까지 제시했다.
동맹 미국의 압박은 유감이 아닐 수 없지만 우리로선 발등에 불이 떨어진 만큼 대비를 서둘러야 한다. 주한미군을 '전략적 유연성'이라는 이름 아래 한반도 밖의 지정학적 위기에 투입할 경우 대북 안보망엔 구멍이 생길 수도 있다. 미국과 적극 협상에 나서 우리의 동의나 최소한의 협의도 없이 주한미군을 갑자기 다른 곳으로 이동시켜선 안 된다는 점을 역설해야 한다. 주한미군 조정으로 북한이 자칫 상황을 오판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만큼 이에 대한 대비에도 철저해야 한다. 장기적으로는 외국에 의존하지 않고 우리 힘으로 나라를 지킬 수 있는 국방력을 키울 수밖에 없다. 안보는 항상 최악의 상황을 상정하고 준비해야 한다.
대선 이후 출범할 새 정부의 어깨가 무겁다. 외교 안보 전략의 방향을 정교하게 설계한 뒤 치밀한 협상으로 국익을 관철하는 수밖에 없다. 정치권의 초당적 협력과 국민적 지지가 유일한 버팀목임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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