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경대] 세종대왕의 ‘국민투표’

우리 역사상 첫 국민투표를 꼽으라고 하면, 조선의 4대 임금 세종 때를 떠올리는 이들이 많다. 절대군주가 통치하는 왕조 국가에서 투표라니? 의아해하는 이들이 많겠지만, 엄연한 사실이다. 지금부터 595년 전, 1430년(세종 12년)의 일이다. 토지의 비옥도에 따라 세금을 매기는 새로운 세법인 ‘공법(貢法)’ 시행을 추진할 때인데, 실록에 그 내용이 소상히 실려 있다. ‘정부·육조와 각 관사, 한양 안의 퇴직 관리와 각도의 감사·수령 및 관리로부터 여염(閭閻)의 가난한 서민에 이르기까지 모두 가부(可否)를 물어서 아뢰게 하라.’ 반상(班常)을 가리지 말고 모든 백성에게 찬·반을 물어보라는 것이다. 요즘으로 치면 투표의 형식을 빌린 전 국민 의견 수렴이다. 세종은 곡식의 수확량을 조사해 조세를 징수하는 기존의 세법이 구차스러운 관리들의 결탁과 잔꾀로 멋대로 가·감이 자행되는 등 가난한 백성의 삶을 옥죄는 부정의 온상이 되고 있다고 판단되자, 새로운 세법을 추진하면서 당시로서는 상상조차 어려운 국민투표를 결행했다.
그런데 더 놀라운 것은 세종의 그 다음 말이다. “백성이 좋지 않다고 하면, 시행할 수 없다.” 아무리 뜻이 좋은 시책이라도, 백성이 지지하지 않으면 그만두라는 것이니, 왕국이 아니라 오히려 ‘민국(民國)’의 이치를 담은 사자후이다.
백성의 의견을 중시한 왕은 세종뿐만이 아니었다. ‘탕평’으로 유명한 영조는 청계천 준설을 추진하면서 창경궁 앞에 백성들을 모아 놓고 직접 공청회를 연 임금으로 더 유명하다. 백성의 지지가 확인되자, 영조는 1760년 경진년에 청계천 준설 대공사를 실시했다. 범람 피해가 반복되는데도, 엄청난 비용과 인력 동원 문제 때문에 앞서 어느 임금도 선뜻 시행하지 못했던 ‘경진준천(庚辰濬川)’은 이렇게 왕과 백성들이 의기투합한 소통의 산물이었다.
대한민국의 제21대 대통령을 뽑는 투표일 아침에 역사를 빛낸 두 임금의 행적을 새삼 떠올린 것은 민주공화국을 지탱하는 들보로 국민들과의 소통과 지지만큼 중요한 것이 없기 때문이다. 당선되는 새 리더는 매일 아침 거울을 보듯 투표를 통해 표출되는 민심의 무거움을 거듭 되새기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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