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든 돔과 스타워즈(Star Wars) [아침을 열며]
레이건 SDI 닮은 트럼프 정책
전세계적 군비 경쟁의 신호탄
막대한 관련 예산 조달이 문제

'골든 돔(Golden Dome)'은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적성 세력의 미사일 공격으로부터 미국 본토를 보호하기 위해 추진하는 신개념 미사일 방어 시스템이다. 명칭은 이스라엘의 미사일 방어 시스템인 '아이언 돔(Iron Dome)'에서 차용해왔지만, 아이언 돔이 지상 기반 미사일 방어 시스템인 데 비해, 골든 돔은 우주 기반이라는 점에서 큰 차이가 있다. 아이언 돔은 지상 레이더로 적의 미사일을 탐지하고 지상에서 요격 미사일을 발사해 방어한다. 반면 골든 돔은 기존의 지상 및 해상 기반 방어 시스템을 확장해 수백 개의 위성을 활용하는 우주 기반 탐지 및 요격 시스템이다.
아이언 돔은 이스라엘과 같은 작은 나라의 영토를 주변의 적으로부터 방어하는 데 적합하다. 실제로 '가자(Gaza)' 전쟁에서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의 로켓 공격과 이란의 미사일 공력을 효과적으로 차단하며 그 위력을 입증했다. 하지만 미국은 영토가 커 기존의 지상 및 해상 기반 미사일 방어 체계만으로는 극초음속 미사일이나 신형 탄도미사일에 대한 대응이 어렵다. 골든 돔은 우주 기반 탐지 및 요격 시스템을 통해 적이 우주에서 발사하는 새로운 유형의 공격 무기까지 방어할 수 있도록 설계되었다. 이 시스템이 성공적으로 작동한다면, 미국은 더 포괄적이고 강력한 미사일 방어 능력을 갖추게 될 것이다.
1983년, 로널드 레이건 미국 대통령은 '전략방위구상(Strategic Defense Initiative, SDI)'라는 우주 기반 미사일 방어 시스템 구상을 발표해 전세계를 발칵 뒤집은 적이 있다. '상호확증파괴(Mutually Assured Destruction, MAD)'는 두 국가가 다량의 핵무기를 보유한 상태에서 한쪽이 핵 공격을 시도하면 상대방도 즉각 반격하여 결국 양측 모두 치명적 피해를 보게 되는 상황을 뜻한다. 1962년 쿠바 미사일 위기 당시 미국과 소련은 핵전쟁 직전까지 갔지만, MAD 원리가 작동하여 핵전쟁을 피할 수 있었다. 이후 미국의 대소련 핵 정책은 기본적으로 MAD를 기반으로 유지되었지만, 레이건이 추진한 SDI는 소련의 핵 공격을 방어하는 미사일 요격 시스템을 구축하려는 계획이었기에, 이는 기존 MAD 전략의 근본을 흔드는 시도로 간주되었다.
SDI의 가장 큰 문제는 당시 기술력으로는 우주 기반 미사일 방어 시스템을 실현하는 것이 불가능했다는 점이었다. 다수 언론은 SDI를 '스타워즈(Star Wars)' 프로그램이라는 조롱 섞인 별칭으로 부르며, 공상과학영화보다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비판을 쏟아냈다. 흥미로운 사실은 SDI가 소련 붕괴에 상당한 영향을 미쳤다는 점이다. 소련은 SDI를 심각한 위협으로 인식했고, 이에 대응하기 위해 새로운 미사일 및 자국 방어 시스템 개발에 막대한 예산을 투입했는데, 이는 이미 심각한 위기에 처해있던 소련의 경제에 치명상을 입혔다. 무모해 보였던 SDI 구상은 레이건의 '힘을 통한 평화(peace-through-strength)' 전략이 유효했음을 보여주는 하나의 사례로 평가되기도 한다.
시사 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최근호에서 우주기반 방어 체제가 더 이상 "기이한(outlandish)" 발상이 아니라고 평가했다. 그만큼 기술력도 발달했고, 특히 골든 돔이 인공지능(AI) 기술을 효과적으로 접목할 경우, 트럼프 주장대로 100%는 아니더라도 미국의 본토 방어력은 한층 더 제고될 것으로 전망했다. 트럼프가 골든 돔 구상을 발표하자, 레이건이 SDI 계획을 공개했을 때처럼, 국제사회가 크게 술렁이고 있다. 북한 중국 러시아는 골든 돔이 MAD 기제의 작동을 무력화하여 새로운 군비경쟁을 촉진할 것이라며 크게 반발했다. 하지만 새로운 군비경쟁은 이미 시작됐고, 미국 입장에서는 이 경쟁에서 이기는 것이 중요하다.
관건은 골든 돔 추진을 위한 예산 확보다. 미국 의회예산국(CBO)은 골든 돔의 초기비용을 8,310억 달러(약 1,160조 원)로 예상하고 있지만, 중장기적으로는 훨씬 더 많은 재원이 필요할 것이다. '하나의 크고 아름다운 법안(One Big Beautiful Bill Act)'은 트럼프 행정부가 추진하는 감세 및 예산 조정 법안이다. 트럼프는 대규모 감세 정책을 시행하면서도 국방예산은 확대하려 하고 있다. 이를 위해서는 '메디케이드(Medicaid)'와 같은 사회복지 프로그램을 대폭 삭감하거나 재정 적자 악화를 감수해야 하는데, 다수의 공화당 의원조차 반대하고 있다. 이 법안은 가까스로 하원을 통과했지만, 과연 상원을 통과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골든 돔이 완성된다면 미국 국토 방어는 더 강력해지겠지만, 천문학적 국방예산 지출은 휘청거리는 미국 경제에 치명상을 입힐 수 있다.

김재천 서강대학교 국제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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