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왕설래] 병사 자동진급제 폐지

입영일에 따라 선·후임이 갈리는 이른바 ‘짬밥이 계급’이라는 군대 상식이 더는 통하지 않는 시대가 도래한다. 국방부가 지난 4월 자동진급제의 사실상 폐지를 골자로 마련한 병 인사관리 훈령 개정안이 이르면 이달부터 실무에 적용된다. 전에는 병사가 체력 검정 미달 등으로 진급 심사에서 떨어지더라도 최대 2개월 진급이 지연됐었다. 앞으로는 진급이 누락된 병사가 일병에 계속 머무르면 전역하는 달의 1일에 상병, 전역 당일에 병장으로 각각 진급되도록 통일된다.
군 당국은 이처럼 진급 심사를 강화하면 성실한 복무를 유도해 계급에 걸맞은 역량을 키워 병사의 전투력을 높이는 한편 왜곡된 서열문화도 개선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계급은 주어지는 게 아니라 스스로 성취하는 것이라는 취지다. 전적으로 동감하지만, 앞서 이해 당사자를 상대로 설득과 충분한 의견 수렴을 했는지는 의문이다. 일선 병사와 그 부모들이 징병제하에서 진급 차등은 불합리하다며 국민권익위원회 국민청원 등을 통해 이의를 제기하는 실정이다. 선임에 후임 관리와 교육 임무가 주어지는 도제식 업무 환경에서 부작용이 뒤따를 수 있다는 의견도 있다.
“계급을 보고 경례하는 것이지 사람에게 하는 것이 아니다.” 유명한 전쟁 드라마인 ‘밴드 오브 브라더스’에 나오는 대사다. 군에선 계급에 따라 위상과 임무가 크게 달라지는 만큼 진급은 민감한 문제다. 앞서 육군은 2014년 병사 계급을 이병-일병-상병의 3단계를 기본으로 하고 상병 중 우수자를 분대장으로 선발할 때 병장으로 진급시키는 방안을 검토했으나 기존 상하관계에 혼선을 준다는 반대가 많아 흐지부지됐었다. ‘짬밥순’이 깨져 후임 상병·병장이 선임인 만년 일병을 관리하는 시대의 병영문화는 어떻게 바뀔지 자못 궁금하다.
황계식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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