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 밥상 지킴이] (2) ‘창원시 로컬푸드 직매장’ 1일 아르바이트 해보니

김태형 2025. 6. 2. 21: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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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장 2시간 전 청소로 일과 시작
기한 지난 농산물 품목별로 꺼내
할인 코너 매대 정성스레 진열

농민, 생산·포장부터 가격 책정
“고정 판로 생긴 후 매출 늘어”
소비자, 당일 수확 농산물 구매
“생산자가 브랜드, 믿고 사게 돼”


창원시 성산구 대원동에 자리한 창원시 로컬푸드 직매장. 지난 16일, 310㎡(100평) 남짓한 이곳에서 하루 동안 아르바이트를 하며 우리 지역 농산물이 어떻게 소비자 밥상에 닿는지 체험해보는 시간을 가졌다.

오전 8시. 개장 두 시간 전부터 매장에는 분주한 손길이 이어졌다. 전등과 바코드 출력기, 키오스크, TV를 켜고 앞치마를 두른 뒤 밀대걸레로 바닥을 닦았다. 계산대 뒤편으로 발걸음을 옮기자 작은 공간이 드러났다. 한쪽에 놓인 저온냉장고에서 진열 기한이 지난 농산물을 꺼내 카트에 옮겨 담았다. 진열 기한이 지나 할인 코너에서 판매할 농산물이다. 이곳 로컬푸드 직매장은 품목별로 진열 기한을 엄격하게 관리한다. 엽채류는 1일, 엽경채류 2일, 버섯류는 3일, 과실 및 과채류는 4일이다.

할인 코너 매대에는 ‘품질에 문제가 있는 상품이 아니라 로컬푸드 기준 진열기한이 초과된 상품’이라는 안내문이 붙어 있었다. 겉보기엔 일반 매대에 있는 농산물과 다를 바 없이 싱싱한 농산물을 할인 코너 매대에 정성스럽게 진열했다.

직원 임정화(50)씨는 “신선도를 최우선으로 하는 로컬푸드 특성상 일반 마트보다 진열 기한이 짧다”며 “기한을 넘긴 농산물은 할인을 해서 판매하고, 농가에서 직접 회수하거나 푸드뱅크에 기부하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이날 할인 코너에 진열한 부추와 방아, 마늘종, 쑥 등 농산물은 최대 50%까지 저렴하게 판매됐다.

오전 9시부터는 매대를 돌며 진열된 농산물의 신선도와 출하일시를 꼼꼼히 확인했다. ‘진북면 토마토’, ‘대산면 애플수박’, ‘동읍 무전리 상추’, ‘대산면 갈전리 당근’, ‘북면 외감리 돌미나리’, ‘동읍 신방리 대파’ 등 농산물에는 생산자 이름과 주소, 출하일시, 무게가 적힌 라벨이 붙어 있었다. 모두 창원에서 생산된 농산물로, 상세한 정보는 소비자 신뢰의 밑거름이었다. 진열기한이 남았더라도 신선도가 떨어진 품목은 곧바로 수거했다.
김태형 기자가 창원시 성산구 대원동 경남사회적경제혁신타운 본관동 1층 창원시 로컬푸드직매장에서 하루 지난 채소를 할인 매대에 진열하고 있다./김승권 기자/

김태형 기자가 창원시 성산구 대원동 경남사회적경제혁신타운 본관동 1층 창원시 로컬푸드직매장에서 하루 지난 채소를 할인 매대에 진열하고 있다./김승권 기자/

오픈 시간인 오전 10시가 되자 시민들이 하나둘 매장에 들어섰다. 주 2회 이곳을 찾는다는 김진곤(52·진해구)씨는 “직거래라 신선하고 가격도 합리적이다”며 “농민들에게 도움 된다고 생각해 지역농산물을 소비하려 노력한다”고 말했다. 출하일을 꼼꼼히 살피던 김인순(62·대원동)씨도 “일반 마트보다 확실히 싱싱해 믿음이 간다”고 웃어 보였다.

두부와 당근, 가시오이, 딸기, 토마토를 장바구니에 담은 박상훈(56·성산구)씨는 “작년 연말 인근에 볼일 보러 왔다가 우연히 직매장을 알게 됐다”며 “직매장에서 판매하는 농산물은 순환이 빠르고 더 안전하다는 느낌이 든다”고 말했다.

오전 11시께 농민들이 농산물을 들고 소포장실로 들어왔다. 소포장실에는 저울, 라벨기, 랩핑기 등이 갖춰져 있어 농민이 주소와 품목과 가격, 무게 등을 입력한 뒤 출력된 라벨을 농산물에 직접 붙였다. 생산부터 포장, 진열, 가격을 책정하는 것까지 농민의 몫이었다.
한 농민이 창원시 성산구 대원동 창원시 로컬푸드직매장 소포장실에서 직접 수확한 농산물에 생산지와 출하일시, 가격 등이 적힌 라벨을 붙이고 있다./김태형 기자/

한 농민이 창원시 성산구 대원동 창원시 로컬푸드직매장 소포장실에서 직접 수확한 농산물에 생산지와 출하일시, 가격 등이 적힌 라벨을 붙이고 있다./김태형 기자/

대산면에서 농사짓는 정봉복(67)씨는 상추와 시금치에 자신의 이름이 적힌 라벨을 정성껏 부착했다. 정씨는 “과거엔 팔 곳이 없어 야외 장터를 전전했지만, 직매장 출하 이후엔 매출이 60% 이상 늘었고 자부심도 커졌다”고 말했다. 그는 “로컬푸드 직매장은 우리 같은 소규모 농가에 큰 희망이 된다”고 전했다. 그도 그럴 것이 이곳의 농산물 판매 수수료는 10%, 그 외 가공품, 수산물 등은 15%다. 나머지는 오롯이 농민의 몫이니 만족도도 높았다.

매장에선 직원과 농민이 수시로 매대를 살피며 신선도를 체크했다. 라벨에 무게나 출하일이 빠져 있으면 농민에게 바로 알려줬다. 진열 기한이 지난 품목을 회수할 건지 할인 판매할 것인지 여부도 확인해야 했다.

직매장은 단순 유통 공간을 넘어 농민과 소비자가 직접 소통하는 장이었다. 농민과 소비자가 대화를 주고받는 모습은 일반 마트에선 보기 어려운 낯선 모습이었다.

권정혜(66·동읍)씨가 직접 수확한 오디 6팩을 매대에 진열할 때 한 소비자가 “다 사려고 하는 것이냐”고 묻자 권씨는 “방금 막 따온 신선한 오디”라며 웃었다. 소비자는 “너무 맛있겠다”며 한 팩을 장바구니에 담았다. 바로 옆에서 마늘종을 진열하던 한 농민은 “벌써 오디가 수확할 때가 됐느냐”며 “우리 농장에도 가봐야겠다”고 말했다. 마트에서는 보기 힘든 대화지만 여기서는 자연스레 오갔다.

권씨는 “애써 기른 작물을 팔 곳이 없어 힘들었는데, 고정 판로가 생기니 활력도 생기고 믿고 구매하는 소비자를 위해 더 친환경적으로 생산하려 노력하게 된다”고 말했다.

특정 농민이 생산하는 농산물 출하 여부를 묻는 소비자도 있었다. 임정화씨는 “같은 품목이라 하더라도 특정 농민의 이름을 말하면서 농산물이 언제 들어오는지 찾는 분들이 있다”며 “농민의 가치를 알아 주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직매장에선 생산자 이름이 곧 브랜드였다.

5년차 청년농민 양동헌(30)씨는 “로컬푸드 직매장이 생기기 전엔 공판장에 출하했다”며 “지금은 그때보다 순이익이 30% 이상 늘었다”고 말했다. 양씨는 또 “직매장에서 다른 농민들도 만날 수 있으니 서로 소통하면서 어떤 작물이 잘 팔리는지 고민도 공유한다”며 “무엇보다 이름을 내걸고 판매하다 보니 품질에도 더 신경 쓴다”고 말했다.
한 농민이 창원시 성산구 대원동 창원시 로컬푸드직매장에서 직접 수확한 농산물을 매대에 진열하고 있다./김태형 기자/

한 농민이 창원시 성산구 대원동 창원시 로컬푸드직매장에서 직접 수확한 농산물을 매대에 진열하고 있다./김태형 기자/

물론 아쉬움도 있었다. 느타리버섯을 재배하는 장현미(63·북면)씨는 “직매장은 다른 판로보다 수수료가 낮아 매출엔 도움이 되지만 로컬푸드 특성상 진열기한이 짧아 폐기해야 할 때는 너무 안타깝다”며 “신선하고 저렴한 만큼 더 많은 소비자들이 찾아주면 좋겠다”고 말했다.

소비자 박금이(50·성산구)씨는 “그날 수확한 신선한 농산물이 눈앞에서 진열되니 믿을 수 있어서 자주 직매장을 찾게 된다”면서도 “비교적 품목이 다양하진 않아 일반 마트를 또 가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다”고 전했다.

하루 동안의 체험은 분명했다. 생산자와 소비자의 거리가 이보다 더 가까울 수 있을까. 이곳은 단순한 유통장이 아닌, 얼굴을 맞대고 신뢰를 쌓는 ‘내 고장 밥상’을 지키는 현장이었다. 다음 편에서는 경남지역 로컬푸드 직매장 운영 현황을 짚어 본다.

글·사진= 김태형 기자

※이 기사는 경상남도 지역신문발전지원사업 보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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