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능력을 이식 받은 5인... "'하이파이브'는 동네형 히어로물"

라제기 2025. 6. 2.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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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주말 개봉 ‘하이파이브’로 관객 40만 명
'과속스캔들' '써니' '스윙키즈'의 강형철 감독
“연기가 가장 재미있는 영화… 배우 대잔치”
“신 빙자한 사이비종교가 가장 겁없는 악당”
영화 '하이파이브'는 평범한 사람들이 장기이식으로 초능력이 생기면서 벌어지는 일을 그린다. NEW 제공

강형철 감독에게 ‘하이파이브’는 만감이 교차할 영화다. 2021년 코로나19 대유행 시기에 촬영했다. 방역 규칙을 준수하며 힘들게 현장을 지켜야 했다. 2023년 주연배우 유아인이 마약 복용 혐의로 수사를 받았다. 개봉 시기를 적극 검토하던 때였다. 관객과의 만남은 하염없이 미뤄졌고, 지난달 30일 늦장 개봉했다. 크랭크업 후 4년 만이다. 강 감독은 ‘스윙키즈’(2018) 이후 7년 만에 신작을 선보이게 됐다.

지난달 29일 오후 서울 삼청동 한 카페에서 강 감독을 만났다. 그는 “처음엔 (속편 제작 등) 아주 큰 꿈을 갖고 만든 영화였다”며 “지금은 극장 상영에만 집중하려 한다”고 말했다. 강 감독은 '과속스캔들'(2008·824만 명)과 '써니'(2011·736만 명) 등 히트작을 여럿 냈다. ‘하이파이브’는 1일까지 40만 명이 봤다. 폭발적인 흥행세는 아니나 1일 관객이 전날보다 늘어 뒷심 흥행이 예상된다.


"2014년 한 문장만으로 시작한 영화"

강형철 감독의 전작들처럼 '하이파이브'에는 귀에 감기는 옛 히트곡들이 많이 담겼다. 강 감독은 "좋은 음악은 대규모 폭발 장면보다 더 효과가 크다"며 "이번에는 영화적인 음악들을 골랐다"고 밝혔다. NEW 제공

‘하이파이브’는 독특한 발상을 담고 있다. 슈퍼히어로로 추정되는 정체 불명의 존재가 죽으면서 장기를 남긴다. 심장과 간, 신장, 폐, 췌장, 각막을 각기 이식 받은 6명에게 특별한 능력이 생긴다. 5명은 선하나 1명은 악하다. 초능력이 생긴 악당은 5명의 능력을 흡수하려 하고, 5명은 이에 맞선다. 할리우드 유명 영화 ‘엑스맨’ 시리즈를 떠올리게 하는 내용이다.

강형철 감독은 “데뷔작 ‘과속스캔들’ 이후 계속 일해온 유성권 프로듀서가 2014년 말해준 로그라인(한 문장 줄거리)이 출발점이었다”고 밝혔다. 할리우드식 슈퍼히어로물을 한국식으로 변형한 것 아니냐는 질문에 그는 “한국형 슈퍼히어로물이라기보다 동네형 히어로물”이라고 답했다.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사람들이 주인공”이라는 이유에서다.

출연진이 화려하다. 배우 안재홍이 엄청난 폐활량을 지니게 된 지성을, 김희원이 치유 능력을 가진 약선을, 라미란이 감춰진 힘을 지닌 선녀를, 이재인이 괴력을 지닌 완서를, 유아인이 두 손가락을 튕기는 것만으로도 모든 전자기기를 통제할 수 있는 기동을 연기한다. 오정세가 완서의 아버지 종민으로 출연한다.

살아 있는 전설 신구는 사이비종교 교주 영춘 역할을 맡았다. 강 감독은 “각본을 완성한 후 영춘으로 신구 선생님이 떠올랐다”며 “출연 제안을 드렸을 때 흔쾌히 받아들여주셔서 스태프와 환호성을 지른 기억이 있다”고 돌아봤다. 사이비종교 교주를 악당으로 설정한 이유는 “신을 빙자해 사람들 영혼을 갈취하는 사기꾼으로 우리 사회에서 가장 겁없는 악당이라는 생각”에서다.


비범해진 사람들의 평범함이 웃음 제조

영화 '하이파이브'. NEW 제공

등장인물 작명이 독특하기도 하다. 완서는 강 감독이 “존경하던 박완서(1931~2011) 작가 책이 눈에 띄어서 지은 이름”이고, 지성은 “‘산소탱크’라 불리던 축구선수 박지성”에서 따왔다. “선녀는 친구 동생”에게서, “약선은 약손”에서 비롯됐다.

‘하이파이브’는 액션과 웃음이 119분 동안 교차하는 영화다. 비범해진 사람들의 평범한 대화와 행동이 웃음을 부른다. 야쿠르트 카트를 활용한 추격 장면처럼 독창적인 대목이 눈에 띄기도 한다. 강 감독은 “특수효과가 적용되는 장면을 위해 촬영 전 관련 스태프와 입에 단내 나도록 한 컷 한 컷 회의를 했다”며 “그럼에도 우리 영화의 최고 볼거리는 배우들 연기 향연”이라고 자평했다. 그는 “배우 대잔치’라고 표현하기도 했다.

‘스윙 키드’ 이후 영화계는 급변했다.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의 급부상과 극장의 쇠퇴로 위기감을 느끼는 영화인이 적지 않다. 드라마로 향한 유명 감독들이 많은 이유다. 강 감독은 여전히 영화에만 전념하고 있다. 그는 “드라마와 영화는 만드는 방식이 다르다고 생각하는데 저는 아직 준비가 안 됐다”며 “관객이 층간소음 걱정 없이 극장에서 발을 구르고 박수를 치며 ‘하이파이브’를 즐겼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라제기 영화전문기자 wender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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