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송 참사' 잊었나…인천 '안전 경고등'
지하차도 침수 대응책 미흡
36곳 중 6곳 진입 차단기 無
119소방항공 운영 인력 부족
신포지하보도 주의 처분도

인천시가 지하차도 침수 사고에 대비하지 않고, 초고층 건축물과 섬 지역 구조에 나서는 119소방항공대 인력도 부족하게 운영한 사실이 정부합동감사에서 드러났다. 공사비 급증 문제로 좌초된 '신포지하공공보도' 사업 계획을 변경하는 과정에서 설계비를 부풀렸다는 지적도 받았다.
2일 행정안전부가 공개한 '인천시 정부합동감사 결과'를 보면 시와 남동구·부평구·계양구·서구는 지하차도 침수 대응 계획을 수립하지 않고, 진입 차단 설비도 갖추지 않아 시정·주의 처분을 받았다.
시와 10개 군·구는 박스형 지하차도 36곳을 관리하고 있다. 하지만 감사에서 지하차도 6곳에는 진입 차단 설비가 설치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인천경제자유구역에 운영 중인 지하차도는 인근 하천까지 최단 거리가 500m 이내인데도 진입 차단 설비가 갖춰지지 않았다. 남동구는 3개 지하차도에 대한 침수 대응 계획도 세우지 않았다. 감사단은 "홍수 등 비상 상황 발생 시 지하차도 이용자 안전 확보에 지장을 초래할 우려가 있다"고 밝혔다.
국토교통부는 2023년 14명 목숨을 앗아간 충북 오송 지하차도 참사를 계기로 지난해 4월 도로 관리기관이 침수 위험 지하차도 대응 계획을 수립하고, 진입 차단 설비를 설치해 인명 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주문한 바 있다.
섬 지역과 초고층 건축물을 대상으로 구조·구급 활동에 나서는 119소방항공대 인력도 규정에 미치지 못한 것으로 확인됐다. 감사 보고서를 보면 소방항공대는 헬기 2대를 보유하고 있다. 교대 근무를 고려해 항공기 1대당 기장 3명 등 17명이 필요하다는 점을 고려하면 총 34명이 배치돼야 하는데, 실제 인력은 22명에 불과하다.
항공대 구조·구급대원 9명 가운데 5명은 관련 법령에서 정한 자격 요건도 충족하지 못했다. 감사단은 "백령도 등 서북 5도를 관내로 하고 있고, 인천공항 등 출입국이 이뤄지는 곳에서 신속한 구조·구급 서비스를 위해선 항공대 운영이 필수적"이라며 "고가의 항공 장비가 인력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운행을 멈추고 하루에 한 대만 운용하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지적했다.
시가 정부합동감사를 받은 건 2019년 이후 5년 만이다. 감사단은 사전 조사에 이어 지난해 9월23일부터 12일간 실지 감사를 벌였고, 총 148건의 위법·부당 사항이 지적됐다. 행안부는 "민생 안전과 밀접하거나 대규모 재정 사업 등 파급력이 큰 분야 등에 중점을 두고 감사를 실시했다"고 설명했다.
이번 감사에선 신포지하공공보도 설계비 증액도 도마 위에 올랐다. 동인천역부터 답동사거리까지 이어진 지하보도를 신포역까지 330m 길이로 연장하는 해당 사업은 예상 공사비가 220억원 규모에서 530억원으로 급증하면서 지난해 설계 용역이 멈춰 섰다.
2021년 국제 설계 공모를 거쳐 용역 계약을 체결한 시는 공사비 변동이 예상된다며 설계비를 기존 9억200만원에서 11억6481만원으로 증액했다. 감사단은 "설계 조건을 명시해 공모 당선작을 선정한 것이고, 용역 설계 변경 사유에 해당되지 않는다"며 주의·훈계 처분을 내렸다.
/이순민 기자 smlee@incheon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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