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문수 ‘국토종단’ 유세…“이준석 찍으면 이재명 된다”

전광준 기자 2025. 6. 2. 19:50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김문수 국민의힘 대통령 후보가 2일 오후 부산역에서 열린 유세에서 지지자들을 향해 인사하고 있다. 윤운식 선임기자 yws@hani.co.kr

김문수 국민의힘 대통령 후보는 6·3 대선 전날인 2일 제주와 부산, 대구, 대전, 서울을 잇는 ‘국토 종단’ 유세를 하고 “이재명 괴물 총통 독재의 출현을 막아달라”며 지지를 호소했다. 김 후보는 ‘이준석 사표론’을 직접 제기하고, 12·3 비상계엄 자체도 뒤늦게 사과하는 등 막판 표 결집에 온 힘을 쏟아부었다.

김 후보는 이날 제주 첫 유세부터 서울 마지막 유세까지 유시민 작가의 김 후보 배우자 설난영씨 비하 발언을 집중 거론했다. 그는 “어떤 촉새가 제 아내한테 고등학교밖에 안 나온 여자가 (대선 후보 배우자가 돼) 제정신이 아니다라고 했지만, 나는 내 아내를 아주 존경하고 사랑한다”고 말했다. 또 “본인은 12개 죄목으로 5개 재판을 받고 있고, 아내는 법카(법인카드)로 유죄 판결받고, 아들은 상습 도박에 인터넷으로 욕설을 하는 이런 사람이 대통령이 되면 되겠냐”며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의 사법 리스크와 가족 문제를 공격했다. 여성 노동자 학력 비하 발언에 대한 비판을 부채질하며 선거 막판 뒤집기에 나선 것이다. 특히 이날 서울시청 앞 광장에서 열린 마지막 유세 현장엔 김 후보자의 아내와 딸, 사위, 손주, 손녀 등 온가족이 총출동해 지지자들을 향해 큰절을 하며 ‘문제 없는 가족’의 면모를 과시하기도 했다. 그는 이 자리에서 ‘국민이 자랑스럽습니다’라고 써진 티셔츠를 공개하며 “저는 방탄 조끼가 필요없다. 저의 양심과 국민 여러분들이 저의 방탄조끼다”라고 했다.

부산 유세에선 “내일은 자유민주주의가 괴물 독재를 몰아내고 정의와 법치를 세우는 날”이라며 지지층의 투표를 독려했다. 대전에선 “민주당이 아예 중국말로 ‘셰셰’(감사합니다) 유세를 한다”며 이 후보가 자신을 향한 보수층의 ‘친중’ 공세를 반박하려고 한 말을 꼬투리잡기도 했다.

김 후보는 이날 부산 유세 도중 ‘긴급 입장 발표’를 통해 “이준석 후보와 단일화를 성사시키지 못해 송구하다”며 “이준석 후보를 찍으면 이재명 후보만 도와주게 되지만, 김문수를 찍으면 김문수가 (대통령이) 된다. 저와 함께 국민희망시대를 열어가도록, 압도적 지지를 당부드린다”고 했다. 그동안 국민의힘에선 보수층의 사표 방지 심리를 자극해왔지만, 김 후보가 직접 이런 언급을 한 건 처음이다.

김 후보는 “있어서는 안 될 비상계엄에 대해 다시 한번 사과드린다. 깊이 반성한다”고도 했다. 그간 계엄 자체가 아니라 그로 인한 경제적 피해와 국민의 불편에 사과했던 것보다 수위를 높인 것이다. 그는 “당내 민주주의, 당과 대통령의 수평적 관계, 대통령의 당무불개입, 당과 정부의 건강한 관계 등 과감한 당 혁신을 추진하겠다”고도 했다. 선거를 하루 앞두고 중도층 끌어당기기를 시도한 모양새다.

김 후보는 이날 제주 4·3평화공원을 찾아 “4·3은 우리 대한민국을 건국하는 과정에서 일어났던 아픔이고 무고하게 희생된 분들이 많다. 민족적 비극이고 건국의 비극”이라고 말했다. 이 역시 비상계엄 사과와 마찬가지로, 중도 확장 전략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김 후보는 “4·3은 대한민국 건국 자체를 부정하는 명백한 공산 폭동” 등 지난해 고용노동부 장관 인사청문회 당시 망언을 사과하라는 유족들의 요구를 묵살해, 거세게 항의를 받았다.

한편 이날 서울시청 앞 광장 마지막 유세 땐 미국 하와이에 머물고 있는 홍준표 전 대구시장을 제외한,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와 나경원·안철수 국민의힘 의원 등 당내 경선 경쟁자들이 나란히 단상에 올라 손을 맞잡고 인사를 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날 한 전 대표가 입은 유세 옷엔 여전히 김문수 후보의 이름이 적혀 있지 않았다.

전광준 기자 light@hani.co.kr

Copyright © 한겨레신문사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