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경제 버팀목 향토기업] 국내 1호 바이오기업… 글로벌 기업으로 도약

이태희 기자 2025. 6. 2. 18: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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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 문평동 대전산단서 문열어
세계 첫 '384 DNA 합성기' 개발
市와 바이오 분야 연구개발 협약
지역 우수 인재 양성 모델 구축
바이오니아
대전 유성구 관평동에 위치한 바이오니아 글로벌센터 전경. 김영태 기자

지난 1992년 대전 대덕구 문평동 대전산업단지에서 문을 연 바이오니아는 한국생명공학연구원으로부터 스핀오프(Spin-Off, 기업 분할)된 국내 1호 바이오벤처 기업이다. 농기계 창고에서 시작한 바이오니아는 국내 최초로 DNA 합성에 성공했으며, 전국 바이오기업들 중에서 가장 먼저 유전자증폭(PCR) 장비를 개발하는 등 뛰어난 기술력을 자랑한다. 대전의 바이오산업 역량을 강화하기 위해 대전시와 손을 잡는 등 지역 향토기업으로서의 역할도 톡톡히 해내고 있다.

바이오니아의 차세대 분자진단시스템 ExiStation™ HT 모습. 김영태 기자

◇태동 단계였던 바이오산업을 일구다=바이오니아는 국내 최초로 DNA 합성 기술인 '올리고 DNA'를 개발했다. 2000년엔 세계 최초로 '384 DNA 합성기'를 개발, 연구용 DNA와 RNA를 공급해 왔다. 해당 제품은 염기서열이 다른 RNA올리고 384개를 동시에 합성할 수 있는 프로세스로, 인간 유전자 1만 8000여 개에 대한 siRNA(짧은 간섭 RNA)를 전 세계 연구실에 공급해 왔다.

2005년부턴 siRAN 기술을 기반으로 신약 개발을 위해 생체 내 안전하게 투여할 수 있는 방법을 개발, siRNA 물질인 SAMiRNA를 발명하며 신약 개발에 나섰다. SAMiRNA는 나노입자형 siRNA 물질로, 기존 siRNA의 사이토카인 폭풍 부작용을 없애고 상온안정성과 저렴한 생산비용 등의 장점을 지닌 차세대 siRNA 치료제 플랫폼 기술이다.

PCR 기술도 바이오니아에서 개발했다. 국내 최초 PCR용 효소 및 Primer(합성DNA)를 개발했으며, 이후 ISO 9001 품질관리시스템 인증과 유전자 증폭장치(MyGenie™96) 국내 최초 개발 등 다양한 기술력을 보여줬다. 바이오니아의 PCR 진단키트는 신종플루와 코로나19 등 감염병 유행 시기에 널리 사용, 우리나라가 세계 최고 수준의 감염병 대응력을 구축하는 데 기여했다.

바이오니아의 DNA 추출 제품. 김영태 기자

◇끝없는 연구개발로 인정받은 기술력=바이오니아는 지난 2003년 사스 발생 당시 중국 질병관리본부에 PCR 장비와 키트를 공급했다. 이후 전 세계에서 발생되는 감염병 진단을 위해 기술개발을 지속 진행했고, 극미량의 RNA 바이러스도 검출할 수 있는 Dual-hotstatr를 개발했다. 해당 기술로 특허를 획득한 바이오니아는 분단진단분야 중 시장이 가장 큰 인체면역결핍바이러스(HIV) 진단키트를 개발하기 시작했다. 극소량의 바이러스 RNA도 민감하게 검출해야 하는 HIV 진단키트는 소수의 글로벌 대기업만 개발에 성공한 제품이다.

바이오니아는 HIV 진단키트 AccuPower® HIV-1 Quantitative RT-PCR Kit(Cat.no: HIV-1111)를 글로벌 감염병 진단 공공조달 시장에 공급하기 위해 2018년 CE List A 인증을 획득했으며, 지난해엔 아시아 최초로 세계보건기구(WHO)의 사전 적격성 평가(PQ)를 통과했다.

이후 바이오니아는 현재 남아프리카와 동남아, 중남미 등 10여 개국에서 국제 입찰에 참여하고 있으며, 실제 공급 계약과 납품도 이뤄지고 있다. 특히 중저소득 국가에서 HIV 환자 치료 효과 모니터링에 필수적인 제품으로 자리매김, 글로벌 공공보건 시장에서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다.

바이오니아 역사관 모습. 김영태 기자

◇독자 기술로 상품 개발까지=바이오니아는 독자 개발한 SAMiRNA를 통해 세계 최초 siRNA 탈모 화장품 코스메르나 에이알아이(코스메르나)를 개발했다. 해당 제품은 기존 탈모약과 달리 호르몬 생성 과정에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않아 부작용이 덜하고, 국소부위에 도포하는 방식으로 사용이 간편하다는 장점이 있다.

코스메르나의 품질과 안정성도 인정받았다. 글로벌 공인인증 업체인 독일 더마테스트의 안전성 평가에서 최고등급인 '엑설런트 5-STAR'를 받았으며, 유럽 화장품인증포털(CPNP), 영국 화장품인증포털(SCPN)에도 코스메르나를 등록했다.

프로바이오틱스도 바이오니아의 대표 제품 중 하나다. 해당 제품은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체지방감소 기능성을 인정받은 최초의 다이어트 유산균이다. 20개 이상 국가에 특허 및 상표를 등록한 상태이며, 우수한 제품력으로 국내 다이어트 유산균 시장의 독보적 지위를 차지하고 있다.

바이오니아 연구원이 전자동 대량 분자진단 장비 ExiStation™ FA 96/384로 병원체를 진단하고 있다. 바이오니아 제공

◇지역 상생 역할도=대전에서 자리 잡은 바이오니아는 지역과의 상생도 꾸준히 이어오고 있다. 바이오니아는 지난해 지역 바이오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해 대전시와 바이오 분야의 연구개발 및 육성을 상호 협력하기로 약속했다.

또 지난 2021년엔 충남대학교 의과대학과 우수 인재 양성 및 연구협력 모델 구축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하기도 했다. 앞서 바이오니아와 충남대는 2006년부터 2013년까지 PCR 장비 운용 인력을 양성해 지역 내 인재를 꾸준히 배출한 바 있다.

"바이오헬스 산업 발전 힘 보탤 것" 박한오 바이오니아 대표이사

박한오 바이오니아 대표이사 회장. 바이오니아 제공

- 바이오니아를 창업하게 된 계기는

"1990년대 초반 국내 바이오산업은 아직 태동 단계에 있었다. 핵심 유전자 분석 장비와 기술 대부분을 외국에 의존하는 상황이었다. PCR 장비와 DNA 합성기, 유전자 추출 시약 등 생명과학 연구의 기반이 되는 필수 도구조차 국산화되지 못한 현실에 깊은 문제의식을 느꼈다. 과학기술의 자립 없이는 국가의 미래도 없다는 확신이 생겼고, 기술을 스스로 개발하고 제품화해 국가 경쟁력에 기여하고자 창업을 결심하게 됐다. 1992년 퇴직금과 함께 동료들이 십시일반 투자한 자금으로 바이오니아를 설립했다. 초기엔 2개의 DNA를 합성할 수 있는 DNA 합성기를 미국에서 수입해 국내 최초 DNA 합성 서비스를 시작했고, PCR에 사용되는 효소도 같이 공급해 회사를 성장시켰다. 이후엔 합성 DNA의 수요 증가에 맞춰 세계 최고속 DNA 합성기를 제작했으며, PCR 장비도 개발했다. 당시엔 누구도 시도하지 않았던 일이기에 수많은 시행착오를 겪었지만, '모두들 불가능하다는 것에 도전한다'는 각오로 기반 기술을 하나씩 확보해 나갔다. 30년이 지난 현재 바이오니아는 세계 최고 수준의 기술력을 보유하게 됐다."

- 중동과 아프리카, 서남아시아를 공략하는 이유는

"선진국보다 감염병 유병률이 높은 지역을 전략적 성장 축으로 설정하고 있다. 이 지역들은 만성 감염병과 신종 감염병의 이중 부담을 안고 있으며, 진단 인프라가 부족한 경우도 많다. 이로 인해 공공 조달 시장의 규모는 크고 안정적이기 때문에 WHO PQ 인증 제품을 중심으로 선점 전략을 강화하고 있다. 중장기적으론 글로벌 펀드 및 WHO 조달망을 통해 해당 지역에서 시장 점유율 30% 이상을 확보하는 게 목표다. 현재 구축한 자동화 생산센터를 활용해 대량 생산과 안정적 납기를 실현하고, 제품 가격 경쟁력도 확보할 예정이다."

- 회사를 이끌어온 경영 철학은

"크게 세 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첫째는 미래를 열어갈 핵심 기술은 어떤 어려움이 있어도 반드시 개발해야 한다는 원칙이다. 둘째는 기술은 차별화된 고객가치를 제공하는 것이라는 신념이며, 셋째는 지속 가능한 가치를 우선한다는 철학이다. 기술 중시와 고객가치 중심, 지속 가능 경영이라는 세 가지 철학은 지금까지 회사를 지탱해 온 기반이자, 앞으로도 변치 않을 기준이 될 것이다."

- 대전시에 희망하는 지원책은

"대전시가 최근 바이오헬스 산업을 전략적으로 육성하고 있다는 점에 대해 매우 환영하고 있다. 바이오헬스 산업 육성 조례 제정과 전담 부서 설치, 종합 계획 수립 등은 지역 생태계 활성화에 실질적인 기반이 되고 있다. 다만 바이오산업은 연구개발 이후 상용화까지 오랜 시간과 많은 비용이 든다. 특히 창업기업은 초기 기술력을 확보하고 있어도 사업화 단계에서 자금 및 인프라 부족으로 한계를 겪는다. 이런 현실을 반영한 정밀한 스케일업 지원책이 필요하다. 우선 임상시험 및 인허가 전 주기 지원 플랫폼 구축이 절실하다. 또 현장 중심의 인재 양성 체계, 바이오 클러스터 내 오픈형 공동 연구공간 및 파일럿 생산 인프라 구축도 필요하다. 바이오니아도 정책 추진 과정에서 대전시에 역할과 경험을 나눌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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