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엔 2번” 목사들의 불법 선거운동…솜방망이 처벌에 상습 범행

“이번은 2번입니다.”
지난 1일 경기 양주시 신광두레교회 두레수도원 원장 김진홍 목사는 6·3 대선을 앞둔 마지막 예배에서 이렇게 말했다. 김 목사는 “내가 대구와 광주에 가서 ‘이번은 2번입니다’ 했더니 중앙선거관리위원회(선관위)에서 나와 ‘선거법 위반입니다’ 했다”며 “(선관위에서) ‘법적 제재를 받는다’고 해서 ‘서너달 성경 읽다가 나오면 된다’ 그랬다”고 말했다. 선거법 위반을 경고받았지만, 기호 2번으로 출마한 김문수 국민의힘 후보 지지 뜻을 밝히겠다는 얘기다. 김 목사는 지난달엔 수도원 누리집 ‘아침 묵상’ 게시판에 ‘김문수가 대안이다’라는 글까지 올렸다.
종교인이 종교 단체에서 특정 후보의 당선 또는 낙선을 목적으로 선거운동을 하는 건 불법이다. 공직선거법에선 누구든지 종교적인 기관·단체 등의 조직 내에서 직무상 행위를 이용해 그 구성원에 대해 선거운동을 해선 안 된다(85조 3항)고 규정한다. 선거운동 기간 중 선거운동을 위한 각종 집회나 모임도 제한된다(103조). 이를 어기면 3년 이하 징역 또는 600만원 이하 벌금형이 가능하다.
몇몇 목사들은 처벌 조항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불법 선거운동을 이어갔다.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는 지난달 3일 광화문 집회에서 “이재명은 악하기가 김일성하고 똑같다”며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통령 후보를 비난했다.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 반대 집회를 주도한 세이브코리아의 대표 손현보 부산 세계로교회 목사는 지난달 11일 신도들을 상대로 한 교회 예배에서 “이재명은 히틀러에 못지않은 사람”이라고 주장했다.
선관위는 이들을 이번 대선 들어 불법 선거운동 혐의로 고발했다. 그러나 수사를 거쳐 재판에 넘겨지더라도 벌금형이 나올 가능성이 크다. 앞서 대선과 지방선거 등에서의 불법 선거운동 혐의로 기소된 김진홍 목사와 손현보 목사는 각각 벌금 200만원과 80만원을 선고받았다. 전광훈 목사는 2018년 선거법 위반으로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이 확정돼 선거권이 박탈된 상태에서 2021년에 선거법 위반으로 기소됐는데 이때 나온 형량도 벌금 200만원이었다. 선거법을 위반해도 벌금만 내면 되는 ‘솜방망이 처벌’로 마무리되면서 불법 선거운동이 상습적으로 이어지고 있는 셈이다. 평화나무 기독교회복센터 소장 김디모데 목사는 2일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김진홍 목사나 전광훈 목사는 어쩌다 실수한 게 아니라, 상습적으로 공직선거법을 위반해왔다”며 “동일한 전력이 있는 종교인들의 불법 선거운동에 사법부가 강력히 제재하고 있는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앞서 불법 선거운동으로 처벌된 다른 목사들이 선거법 조항이 위헌이라며 헌법소원을 냈지만 헌법재판소는 지난해 1월 재판관 전원일치 의견으로 합헌이라고 판단했다. “정치와 종교가 부당한 이해관계로 결합하는 부작용을 방지해 (선거법 조항으로) 달성하는 공익이 더 크다”는 이유였다. 12·3 내란을 계기로 교단의 극우화가 심각한 사회갈등 요인으로 떠오른 만큼 종교인들의 불법 선거운동 행위를 엄벌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배덕만 기독연구원 느헤미야 원장은 “대통령이든 국회의원이든 교회에 달려와 지지와 후원을 받으려 애를 쓰다 보니, ‘정치 목사들’ 스스로 정치나 법 위에 있다 여기는 듯하다”며 “사법부와 행정부 모두 종교인에 대해서 공정하게 법을 집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임재희 기자 limj@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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