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빌린 돈, 조달금리보다 낮은 초저리

삼성전자가 최근 산업은행에서 차입한 약 2조원의 투자자금은 반도체 설비투자를 위한 정책금융상품으로 산은의 조달금리보다 낮은 초저리가 적용됐다. 은행으로선 돈을 빌려줄수록 손실을 볼 수밖에 없다는 뜻인데, 이를 메워준 건 다름 아닌 국가 재정이었다.
삼성전자가 이용한 상품은 지난 1월 출시된 산은의 ‘반도체 설비투자지원 특별프로그램’이다. 대형 종합반도체 기업이나 반도체 관련 개별 공정 수행 기업에 산은이 저리로 대출해 주는 정책금융상품이다. 해당 상품 기준금리는 대출 상품 만기에 따라 △6개월 △12개월 △36개월 등 국고채 금리 수준을 반영해 결정된다. 금융투자협회 채권정보센터를 보면 2일 오전 기준 국고채(1년물) 금리는 2.273%다. 금융권 관계자는 “국고채 수준으로 대출이 지원되는데, 산은 입장에서는 손실이 날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말했다.
이날 증권정보포털 세이브로를 보면, 지난 5월 발행된 산업금융채권(1년 만기)의 표면이율(발행금리)은 연 2.42%~2.49%다. 상환 기간 등 정확한 대출 조건은 알 수 없지만 1년 만기 대출로 가정하면, 산은은 2.4%대로 돈을 조달해 2% 초반대로 빌려주는 것이다. 2조원대 대출 규모를 대입하면 해마다 수십~수백억원의 차액 손실을 감내해야 하는 셈이다. 이같은 역마진 대출이 가능했던 이유는 정부가 손실의 일부를 메워주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정부가 지난해 발표한 ‘반도체 생태계 종합지원 추진 방안’에 따라 올해 산은은 정부에서 2500억원 출자를 받고 있다. 앞으로 3년간 총 1조원 현금 출자가 계획돼 있다.

문제는 삼성전자가 받는 금리 수준이 소상공인·자영업자 등이 취약계층에 제공되는 정책대출보다도 낮은 수준이라는 점이다. 문화체육관광부 관광진흥개발기금, 산업통상자원부 환경정책자금(최저금리 1%대) 등 일부 특수한 정책대출을 제외하면, 소상공인·자영업자 등 취약계층에게 제공되는 대출 금리는 최저 2%대 중반 수준이다. 한 은행권 관계자는 “신성장·일자리지원 등 특정 요건이 되는 소상공인·기업에 대해 한국은행의 저리자금을 중개 받아 맞춘 대출 최저금리가 2% 중반”이라고 말했다. 재정 지원까지 이뤄진 초저리 정책대출이 취약계층인 자영업자·소상공인 대신 수십조원대 현금성 자산을 축적하고 있는 삼성전자에게 돌아간 셈이다.
다른 국책은행에서도 이처럼 낮은 금리는 찾아보기 힘들다. 현재 한국수출입은행에서 가장 낮은 금리를 제공하는 상품은 ‘관세 전쟁’ 한복판에서 어려움을 겪는 중소·중견기업을 상대로 한 ‘위기대응 특별프로그램’이다. 그러나 수은 관계자는 “최대 2.0%포인트까지 우대금리를 적용해 주지만, 국고채 금리 수준까지 내려가진 않는다”고 말했다.
삼성전자가 대출받은 금리는 시중은행 정기예금 금리보다도 낮다. 은행연합회에 공시된 이날 기준 5대 은행(케이비(KB)국민·신한·하나·우리·엔에이치(NH)농협) 정기예금(1년 만기)의 최고금리는 2.55~2.63% 수준이다. 산은의 조달금리보다 높은 수준이기 때문에, 삼성전자가 산은에서 받은 저리의 자금을 은행에 예치하는 것만으로도 기업이 이익을 보는 게 이론적으로는 가능하다는 의미다.
이주빈 기자 ye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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