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큘라는 19세기 하이테크 스릴러물


박균호 | 교사·‘나의 첫 고전 읽기 수업’ 저자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듯이 드라큘라는 실존한 인물이었다. 루마니아 트란실바니아에서 태어난 그의 실제 이름은 블라드 3세 드라큘레아였는데, 사람들이 흔히 드라큘라라고 불렀다. 1436년 영주가 된 그는 당시 궁핍했던 루마니아인들을 구호하기 위해서 막대한 부를 축적한 독일계 작센인 상인에게서 혹독한 세금을 거뒀다.
예나 지금이나 가혹한 세금은 저항을 불러일으킨다. 드라큘라 백작은 세금에 저항하는 작센 상인들을 창대에 꽃아 죽이는 등 잔인한 방법으로 처벌했다. 이를 두고 작센인들이 자신들의 ‘피를 빨아먹는 흡혈귀 드라큘라’라고 묘사하기 시작했고 1897년에 이르러 아일랜드 출신 소설가 브람 스토커가 이 상황을 토대로 소설 ‘드라큘라’를 출간했다.
드라큘라 백작은 루마니아에서 태어나 루마니아에서 죽은 루마니아인이지만 소설 ‘드라큘라’는 아일랜드 사람이 쓴 것이다. 이 소설은 드라큘라 백작을 그저 선량한 사람을 헤치는 사악한 악마로만 그린다. 그러나 오늘날 드라큘라 백작이 살았던 성채 입구에는 드라큘라 백작이 문장으로 사용한 철로 만든 용이 걸려 있다.
루마니아어로 용을 의미하는 ‘드라코’는 힘과 지혜를 상징한다. 루마니아인들에게 드라큘라는 흡혈귀가 아니라 자신들의 가난을 구제하려고 애썼던 영웅인 셈이다. 자신들의 영웅을 흡혈귀로 그린 아일랜드 출신 영국인 작가 브람 스토커를 루마니아 사람들은 너무 원망할 필요는 없다. 비록 드라큘라를 이방인 시각으로 왜곡했지만 소설 ‘드라큘라’는 루마니아는 돈 주고도 살 수 없는 귀한 관광자원을 선물했으니까 말이다.
‘드라큘라’는 루마니아에 관광자원을 선사했을 뿐만 아니라 세계 문화계에도 흡혈귀 즉 뱀파이어라는 대체할 수 없는 캐릭터를 선물했다. 1897년 ‘드라큘라’가 출간되면서 뱀파이어는 문학작품, 연극, 뮤지컬, 영화의 단골 소재로 재생산되었다.
전 세계 뱀파이어 소설의 가계도가 있다면 ‘드라큘라’는 당연히 시조를 차지할 것이다. 어떤 분야의 시조는 그 내용과 형식에 있어서 다소 원시적인데 ‘드라큘라’는 예외적으로 시조이면서 파격적인 형식을 자랑한다. 이것을 문예 작품 특히 소설이라고 불러야 할지 고민스러울 정도로 ‘드라큘라’는 오직 편지, 항해일지, 의사의 진료일지, 일기, 축음기 음성, 신문 기사로만 이루어져 있다. 그러면서도 서사 흐름을 이해하는 데 아무 무리가 없다.
‘드라큘라’를 읽다 보면 그냥 기록에 미친 자들이 만든 하나의 세계라는 생각이 든다. 모든 등장인물이 철저하게 기록한다. 드라큘라를 ‘19세기 하이테크 스릴러물’이라고 부르기도 하는데 기록을 위한 장비 즉 코닥 카메라, 휴대용 타자기, 음성녹음이 가능한 축음기가 이 소설에 등장한다. 드라큐라를 물리친 것은 결국 기록하는 습관이었다. 모든 것을 기록하는 사람을 이길 사람은 없다.
Copyright © 한겨레신문사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 이재명 “김문수 당선 땐 윤석열 귀환”…김문수 “이준석 찍으면 이재명 된다”
- 김용균 숨진 태안화력서 또…50대 노동자 끼임 사망
- 아내·두 아들 차에 태워 바다로 돌진…혼자 빠져나온 40대 가장 체포
- 보수연합단체 ‘위국본’도 댓글 달기 교육…강사는 리박스쿨 대표
- 권영국 강남역 유세장 어느 유권자의 눈물…“그러지 말고 살아봅시다”
- [단독] 리박스쿨 ‘네이버 댓글조작’…3년 전부터 어르신 단체교육
- 2차 이스탄불 회담…우크라이나 “송환받을 아동 명단 러시아에 전달”
- 정부 “중국 서해 부표, 군사정찰 목적 운용 가능성도 염두”
- 폴란드 대선, ‘친트럼프’ 민족주의 후보 접전 끝 당선
- 땅 밑에 천연수소 ‘석유 17만년분’ 있다…매장지는 어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