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인성 아루스 다방' 개관 앞두고... 유족 "대구 떠나겠다" 폭탄선언
"일부서 기념사업회를 장사꾼으로 매도"
중구청 "개관 앞두고 협약에 따른 것"
"이인성 정신 살리도록 유족측과 협의"

일제강점기 대구를 대표하는 천재화가 이인성(1921~1950)의 유족 측이 "대구를 떠나겠다"고 폭탄 선언을 했다. 대구약령시에 조성 중인 이인성 기념 공간의 운영 방식과 의사 결정 과정을 놓고 관할 지자체인 중구청과 갈등이 표면화했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이인성 화가의 유품 관리 문제를 놓고 양측이 언성을 높이다 경찰이 출동하는 소동까지 일었다.
이인성 화가의 아들인 이채원 이인성기념사업회장은 2일 "대구 최초의 다방인 '아루스 다방'에서 수익 위주의 공간 활용 대신 전시 문화 사업을 병행할 수 있게 요청했지만 사업 초기부터 유족들의 의견은 배제됐다"면서 "일부에서 이인성기념사업회를 장사꾼으로 매도하고 있는 데다 중구청이 아버지의 유품을 별다른 협의 없이 마음대로 가져가려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상황이 여의치 않으면 대구를 떠나겠다는 의사도 내비쳤다.

이인성 아루스 다방은 중구 남성로 옛 에코한방웰빙체험관 건물 옆에 연면적 756.44㎡ 지하 1층, 지상 2층 규모로 총 사업비 27억 원을 투입해 조성됐다. 지하 1층 회의실과 문화강좌실, 수장고, 지상 1층 갤러리형 전시공간, 카페, 지상 2층 작가의 방, 실감미디어 공간이 들어서고 외부에는 트릭 아트 포토존도 설치했다.
중구청과 기념사업회는 지난 2022년 '이인성 화백 예술체계 계승 및 활용을 위한 업무협약(MOU)'을 체결하고 본격적인 사업 추진에 나섰다. △이인성이 운영했던 아루스 다방을 재현하고 △이인성 등 근대역사문화자산 발굴 및 유품 780점·연구자료 1,600점 기증 등이 골자다. 당초 올 1월쯤 개관 예정이었지만, 중구의회가 민간위탁 형식 대신 공공위탁 운영 방식을 제안하면서 개관이 지연됐다. 이달 1일자로 기념관 및 다방 관리권이 중구도심재생문화재단에 넘어갔고, 다방 운영권자는 향후 입찰을 통해 선정할 예정이다. 관련 절차가 마무리되면 다음 달 중순쯤 개관할 전망이다.
그러나 최근 중구청과 이인성기념사업회가 이인성의 유품 관리를 놓고 이견을 보이면서 일부 마찰을 빚었다. 중구청은 지난달 29일 이인성 아루스 다방 지하 수장고로 유품 이관 작업을 진행했는데, 기념사업회 측이 "유품 이관 방식이 부적절한 데다 사전 협의도 없었다"며 반발했다. 이 과정에서 이 회장과 구청 직원 사이 몸싸움이 벌어져 경찰이 출동하기도 했다.
이인성기념사업회 관계자는 "100년 가까운 유품들을 장갑도 끼지 않고 이삿짐 박스에 담아 옮기는 것은 부적절하다"며 "수장고도 랙(앵글)과 책상, 제습기 정도만 설치한 정도라 제대로 된 보관이 될리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 "아르스 다방은 단순히 커피를 파는 곳이 아닌 이인성의 작품 정신을 기리는 곳으로 만들어져야 하는데, 공간 운영에 대한 협의가 없었다"고 덧붙였다.

이에대해 중구청은 다음달 기념관 개관이 임박하면서 원활한 운영을 위해 필요한 절차였다는 입장이다. 중구 관계자는 "유족 측이 유품을 기증하겠다는 뜻을 밝혔고, 재단으로 관리권 이관 시점이 다가오면서 물품을 정리하려 한 것"이라며 "행정기관 입장에서는 공식적, 법적 테두리 안에서 사업을 진행할 수 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그동안 공간 구성에 대한 협의가 없었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전시관 구성 과정에서 담당 용역업체와 기념사업회 측 자문을 받아 진행했다"고 말했다.
다만 이인성이 국내 미술사에 차지하는 위상이 큰 만큼, 기념공간이 제대로 운영될 수 있도록 하겠다는 입장도 밝혔다. 중구 관계자는 "이인성의 정신을 살릴 수 있는 공간으로 만들어야 한다는 데는 모두가 공감하고 있다"며 "미비한 부분은 유족 측 의견을 적극 수렴해 보완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1912년 8월 28일 대구에서 태어난 이인성은 대구 출신의 대표적인 근대 서양화가로, 일제강점기 한국 미술계에 한 획을 그으며 '조선의 고갱'이라는 별명도 얻었다. 1950년 총기 사고로 38세 나이에 요절했다.
김재현 기자 k-jeahyu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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