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체장애인 ‘발’ 역할도 선거법 위반… 이번 선거도 "투표소 가기 어렵네"
장애인단체들도 차편 지원 망설여
선관위 투표편 차량운행 지원 불구
대기자 몰려 이용 포기하는 경우도
거소투표소 등 대안도 한계점 뚜렷
"투표권 보장 위한 선거법 개정 필요"

제21대 대통령 선거일인 3일을 하루 앞두고 지체장애인들 사이에서 투표소 이동에 걱정이 앞서는 기류가 흐른다. 과거에 비해 투표소 이동용 차량 제공 등 일부 지원책이 마련됐음에도 지체장애인들의 참정권을 완전히 보장하기에는 역부족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2일 중부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공직선거법 제230조상 개인이 다른 유권자를 위해 투표소까지 차량을 태워주는 행위는 기부 행위로 간주해 위법에 해당한다.
선관위의 차량 지원 대상지로 지정된 곳이 아닌 이상 선의의 뜻이더라도 자율적으로 장애인단체 차량을 투표소 이동 목적으로 사용할 수 없다.
실제로 개인의 차량 제공이 기부 행위로 볼 수 있을지는 사안마다 경찰 수사를 통해 들여다봐야 하겠지만, 장애인단체들은 혹시 모를 시비에 휘말릴 걱정에 차량 운행에 선뜻 나서기 조심스러워하는 분위기다.
도내 한 장애인단체 관계자는 "선거 때가 되면 투표소 이동에 불편을 겪는 어르신들이 많아 단체 차량을 태워야 하는 경우가 생기지만 활동지원사에게 따로 도움을 요청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특히 가족 없이 홀로 지내는 고령 지체장애인들 가운데 활동지원사가 없는 경우도 있어 차량 지원이 필수적으로 요구돼 선관위는 투표편의 차량을 지원하고 있다.
하지만 지금 마련된 투표편의 차량만으로는 상당수 지체장애인의 운반을 돕기에는 역부족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지난 사전투표 당시 군포와 성남 등 일부 지역에서는 부족한 장애인 지원 차량에 한꺼번에 많은 대기자가 몰려 차량 탑승 시간대를 조율하지 못한 일부 장애인이 차량 이용을 포기하는 일이 발생했다.
안산에 사는 뇌병변장애인 기봉설(54) 씨는 "사전투표 이튿날 선관위에 차량 지원을 요청했는데 대기자가 수십 명이어서 저상버스를 타고 힘겹게 투표소에 갔다"며 "투표소엔 승강기조차 없어 계단을 기어올라 3층까지 갔다"고 토로했다.
투표편의 차량 대안으로 장애인시설 등에 거소투표소 설치가 가능하지만, 10인 미만인 소규모 시설은 정당 또는 후보자의 요청으로만 설치를 지원할 수 있다는 한계점을 가진다.
최근 사전투표 때도 양주시의 한 소규모 장애인시설이 선거 당일에 선관위로부터 투표소 운영이 어렵다는 통보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한 장애인단체 활동가는 "다음 선거부터는 투표지원 차량을 대폭 늘리고, 장애인들의 투표권을 보장하고자 개인 차량을 태워주는 행위를 불법으로 규정한 선거법 조항을 개정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노경민·최진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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