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원한 이별의 슬픔과 그리움을 넘어

한겨레 2025. 6. 2. 1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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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an style="color: rgb(0, 184, 177);">연재 ㅣ 고광윤의 영어 그림책 여행</span>
‘Ocean Meets Sky’

고광윤 | 연세대 영어영문학과 교수
·슬로우 미러클 대표 봉사자

사랑하는 사람을 떠나보낸 경험이 있으신지요?

사랑하는 사람의 죽음과 그 죽음에 뒤따르는 이별에 대해 생각해보셨는지요?

늘 함께 있으면서 큰 사랑을 느끼게 해주셨던 할아버지, 지금은 더 이상 곁에 계시지 않습니다. 돌아올 수 없는 먼 곳으로 떠나셨기 때문이지요. 그런 할아버지를 핀(Finn)은 그냥 보내드릴 수 없었습니다. 그래서 할아버지가 말씀하셨던 ‘하늘과 바다가 만나는 곳’을 찾아 항해를 떠납니다. 항해 도중 핀은 거대한 황금빛 물고기를 만나 신비로운 바다의 이곳저곳을 탐험합니다. 그리고 마침내 도착한 그곳, 핀의 입에서는 탄성이 터졌습니다. 대체 어떤 곳이었기에 그렇게 놀랐을까요?

테리 팬(Terry Fan)과 에릭 팬(Eric Fan) 형제가 함께 만들어낸, 환상적인 아름다움을 지닌 작품입니다. 사랑하는 할아버지와의 마지막 이별 과정을 황홀하리만큼 아름답게 그려내고 있습니다. 표지에서부터 느껴지는 몽환적인 분위기가 책 속에 가득하고, 아련한 슬픔의 기운이 곳곳에 배어 있습니다. 죽음으로 인한 이별의 슬픔까지도 아름답게 느껴집니다. 추억할 아름다운 것이 남아 있는 한 여전히 함께 있는 것이라고 속삭입니다. 그런 추억을 소중히 간직하고 극한의 슬픔을 풀어낼 지혜를 책 속에서 찾아보라고 말해줍니다.

달과 구름, 열기구와 비행선, 고래와 해파리, 배와 잠수함 등 바다와 하늘의 많은 것들이 함께 어우러져 눈부시게 아름다운 한 폭의 그림을 만들어내고 있습니다. 작가의 상상력과 표현 능력에 감탄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감수성이 풍부한 어린아이들은 물론 세상사에 찌들어 가슴이 메마른 어른들에게도 두고두고 다시 보고 싶은 최고의 작품이 되리라 확신합니다.

사랑하는 이의 죽음과 그 죽음에 이어지는 이별의 슬픔을 가슴 시리도록 아름답게 담아낸 책. 아이들은 물론 어른들의 눈과 마음까지도 완전히 사로잡을 책. 반드시 종이책으로 읽어야 하는 책입니다. 유튜브나 디지털 이미지로는 각 장면의 환상적인 아름다움과 벅찬 감동을 온전히 느낄 수 없기 때문입니다.

험한 세상을 살아가며 모든 걸 바칠 수 있을 만큼 깊이 사랑하는 사람을 만난다는 것은 인생 최고의 행운이며 큰 축복입니다. 하지만 동시에 그런 사람을 영원히 떠나보내야 한다는 것은 도저히 견딜 수 없는 극도의 슬픔이 될 것입니다. 축복의 순간부터 이미 큰 슬픔을 필연적으로 잉태하고 있는 것이지요.

사랑하는 사람과의 이별, 단어를 떠올리는 것만으로도 가슴이 저려옵니다. 과연 그 슬픔을 감당할 수 있을까요? 계속 살아갈 의미를 찾을 수 있을까요? 도저히 자신이 없어 같은 날 같은 시간에 함께 떠나게 해달라고 기도합니다. 사랑하는 이와의 이별을 견디어 낼 지혜가 필요합니다. 그 슬픔을 통해 삶을 더 깊고 순도 높게 만들고 싶습니다.

누군가를 진심으로 사랑한다면 변하게 됩니다. 세상을 바라보는 눈도, 삶을 대하는 태도도. 그런 변화를 가져온 이와의 예견된 이별은 죽음에 대한 생각을 더 이상 미룰 수 없게 합니다. 더 늦기 전에 준비를 시작하세요. 함께하는 시간을 소중히 여기세요. 잠시의 시간도 낭비하지 마세요. 그리고 지금 당장, 사랑한다 말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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