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김문수·이준석, 가장 '위험한 언론관' 누구?
공약부터 과거 일화까지…선거일 앞두고 돌아보는 언론 대응 사례들
[미디어오늘 노지민 기자]

언론을 불신하고 탄압하던 윤석열 전 대통령은 극우 유튜버들 음모론에 기반한 비상계엄 선포(12·3 내란사태)로 스스로 무너졌다. 윤석열 정부 3년간 한국은 언론자유지수가 추락하며 기존 '양호함'에서 '문제 있음' 국가로 분류됐다. 세계언론자유지수를 매년 발표하는 국경없는기자회(RSF)는 이번 한국 대통령 선거가 한국 언론을 향한 탄압·공격에 종지부를 찍는 선거가 돼야 한다고 촉구했다. 제21대 대통령이 탄생할 6·3 대선을 앞두고 주요 대선 후보들의 언론 독립성 관련 공약과 비판적 언론에 대한 대응 사례를 살펴봤다.
이재명, 언론 독립성 강조하지만 비판 보도에 공격적
이재명 후보는 이번 대선 공약을 통해 언론에 대한 독립성, 자율성 강화를 강조했다. 공영방송의 정치적 독립성 보장을 위한 지배구조 개선과 공적기능 및 역할 명확화, 방송 자율성 확보를 위한 제도 법제화 및 명문화, 방송미디어의 자율 심의 기능 강화 등이 주요 골자다. 실제로 국회 다수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윤석열 정권의 거부권(재의요구권)에 무산된됐던 '방송 3법'을 대선이 끝난 뒤 조속히 처리한다는 방침이다. 법적 근거 없이 정당이 영향력을 행사해온 공영방송 이사 추천권을 다양한 주체에 부여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고 있다. 다만 정치권 추천 몫을 3분의1 이하로 제한해야 한다는 언론계 요구와 달리, 절반 수준으로 두는 법안이 유력하게 논의된다고 알려지면서 우려를 불렀다.

이재명 후보 개인을 놓고 보면 언론이 본인 의혹을 왜곡 또는 불필요하게 제기한다는 불신을 드러낸 사례들이 여러 차례 확인된다. 먼저 2017년 성남시장으로 재직하던 이 후보는 TV조선이 본인 가족 관련해 왜곡 보도를 하고 있다는 이유로 해당 매체를 “독극물 조작언론”으로 칭하고 “반드시 폐간시키겠다”고 했다. 당시 TV조선이 이 후보 사생활 의혹에 주력했다는 일각의 평가를 감안하더라도 유력 정치인이 특정 언론사의 문을 닫게 한다는 발언은 위험하다는 비판을 불렀다.
이후 2018년 6월 경기도지사 당선이 확실시됐을 땐 MBC와 생방송 인터뷰 중 '선거 막판에 여러가지 어려움을 겪으셨다'며 질문을 이어가려는 앵커의 말을 끊고 '잘 안 들린다' '열심히 하겠다'며 방송을 중단한 일이 있다. 당시 그는 앞선 TV조선 인터뷰에서 스캔들 의혹 질문을 받자 'TV조선 관심사는 오로지 그것 같다'며 넘겼고, 이후 방송사들 인터뷰가 이어지는 동안 '여기는 그런 질문 안 하겠지' '엉뚱한 질문을 자꾸 한다' '예의가 없다' 등 민감한 반응을 보인 끝에 MBC 인터뷰를 중단하기에 이르렀다. 이에 대해선 이후 “시간이 지나고 나니 지나쳤다는 생각”이라 밝힌 바 있다.
지난해에는 쌍방울그룹의 불법 대북송금 의혹 관련 사건으로 기소된 뒤 기자들에게 “희대의 조작 사건으로 결국은 밝혀질 것”이라면서 “여러분은 진실을 보도하기는커녕 마치 검찰의 애완견처럼 주는 정보를 받아 열심히 왜곡 조작을 하고 있지 않나”라고 말해 한국기자협회, 전국언론노동조합, 방송기자연합회 등으로부터 사과를 요구 받았다. 최근 들어선 지난달 21일 본인 유튜브 채널 '이재명TV' 라이브에서 정치인과 국민의 직접 소통을 강조하며 “그걸 안 하면 언론에 의해서 왜곡이 된다. 제가 SNS를 통한 국민과의 직접 소통이 없으면 살아남았겠나”라면서 “언론들, 왜곡 가짜 정보에 옛날에 다 사라졌을 거, 가루가 됐을 것”이라고 말해 다시금 언론관 우려를 불렀다.
이번 선거일이 임박하면서는 발언 수위를 어느 정도 조절하는 모양새다. 과거 자신이 도입을 주장했던 언론 대상 징벌적 손해배상제 도입에 대해선 지난달 25일 “급한 일 아니니까 나중에 생각해보자”고 즉답을 피했다. 2일 기자회견에선 언론에 대한 중요성과 보호 필요성을 말하면서도 “일부 언론은 '이게 언론인가' 의심이 될 정도로 자신의 특별한 위치를 악용해 가짜뉴스를 퍼뜨리거나 정치적 편향을 가지고 정치 일선에 나서는 경우가 꽤 있다. 정치적 목적을 가지고 악의적 가짜뉴스를 만들거나 실제 사례를 조작 왜곡하는 것에 대해선 특별한 제재를 가해야 한다”고 했다.
김문수, 윤석열식 언론 탄압 계승할 우려 가장 높아
김문수 국민의힘 후보는 공약에서부터 언론을 적대시하는 관점을 숨기지 않고 있다. 대선 공약집의 방송공약 첫 문장이 '오염된 방송의 질적 변화 개선'이다. “민주노총 언론노조에 의한 오염된 조직 구조와 보도행태의 질적 변화”를 추구하겠다면서 “주요 부서 책임자 임명 시 임명동의제 폐지”를 한다는 내용이다. 언론 노동자들의 노동조합을 악마화하고, 다수 언론이 단체협약에 따라 시행하는 임명동의제를 정부가 나서서 폐지한다는 위법적 주장을 앞세웠다. 김문수 후보는 주요 후보들 중 유일하게 방송 독립이나 자율성 보장에 대한 공약도 없다. 민영방송사에 한해선 성장을 위해 규제 개혁을 하겠다고 공약했는데, 이를 두고 과거 이명박 정부의 종편 특혜 출범이나 윤석열 정부에서 민영화한 YTN의 급격한 친정권 행보를 떠올리게 된다는 반응도 있다.

김문수 후보 본인도 공영방송을 정권에 발맞춰야 할 도구로 표현한 사례가 있다. 매일노동뉴스에 따르면 지난 2023년 6월 김문수 당시 경제사회노동위원장이 서울대총동창회 조찬 포럼에서 “노동개혁 추진 동력은 국민 여론으로 가장 중요한 게 KBS다. 여론 없이는 정치를 못한다”며 “KBS, MBC, SBS 방송언론이 언론노조라는 강력한 조직을 통해 일사불란하게 윤석열 대통령에 대해 상당히 비판적으로 하고 있다”고 말했다. 당시 현장에는 이명박 전 대통령 특보 출신으로 KBS 낙하산 사장에 취임한 뒤 탐사보도 부서 해체 등 정부 비판 보도를 무력화한 김인규 전 사장이 있었는데, 그를 향해 “훌륭한 방송을 만들기 위해 애쓰셨다”고 말한 것 또한 김문수 후보다.
본인 관련 의혹을 해소하기 위한 질문을 '불공정'으로 규정하기도 했다. 역시 경사노위 위원장이던 2022년 10월 CBS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했을 당시 그는 자신의 과거 발언('노조는 머리부터 세탁해야 한다' '전교조도 김정은의 기쁨조')에 대한 입장을 묻는 질문에, “자극적인 몇 개를 모아서 쭉 늘여놓고 이러냐”면서 질문 자체를 문제 삼았다. 자신에 대한 야당 비판에 대한 입장을 묻는 질문을 받았을 때에도 “왜 야당이 한 이야기만 전하나”라면서 “그런 식으로 일방적인 이야기를 하기 때문에 언론이 공정하지 않다고 우리가 이야기하는 것 아닌가” “답변 안 하겠다”고 답변을 거부해 논란을 부른 바 있다.
본인에게 질문하는 기자에게 '불법'이라고 주장한 일도 있다. 2023년 5월 당시 김문수 경사노위 위원장은 노조탄압에 항의하며 분신한 고 양회동씨(민주노총 건설노조 강원건설지부 3지대장) 죽음에 관한 음모론을 페이스북에 공유해 비판 받았다. 이후 고인을 추모하는 시민분향소가 강제로 철거된 날 시민, 기자들을 맞닥뜨린 그가 “길 가는 사람을 이렇게 하는 건 완전히 불법”이라면서, “퇴근하는데 인터뷰하고 이러는 건 불법”이라고 주장한 내용이 뉴스타파 보도로 공개된 바 있다.
선거일이 임박해 불거진 의혹에 대해서도 김 후보는 제대로 답하지 않고 있다. 극우단체 '리박스쿨'이 댓글 여론을 조작해 김문수 후보를 지지했다는 뉴스타파 보도가 나온 뒤, 김 후보는 1일 기자들 질의에 “질문 자체가 성립하지 않는다”며 답을 거부했다. 표현의 자유 보장에 대한 김 후보 의지도 알 수 없다. 국제앰네스티가 주요 대선 후보들에게 표현의 자유 보장 항목을 비롯한 10대 인권 의제 관련 질의서를 보냈으나 김 후보는 유일하게 답변 자체를 하지 않았다. 나아가 2011년 김문수 도지사 시절 경기도에서는 대변인실이 대변인 의혹 관련 보도가 있는 신문을 무단으로 수거했다는 지역 언론인들 반발도 제기된 바 있다.
이준석, 물리력으로 취재 방해…의혹 보도 압박
이준석 개혁신당 후보도 이재명 민주당 후보와 마찬가지로 '방송법 개정으로 정치권력으로부터 공영방송 보호' 등 공영방송의 정치적 독립성을 강조하는 공약을 냈다. 관련해 공영방송 사장을 선임할 때 임명동의제를 시행하고, 정권 낙하산 및 보도 기능의 정치 편향성을 방지하겠다는 원칙을 밝혔다. 이와 관련된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선 법안(방송3법)에도 찬성하는 입장을 밝혀왔다. 다만 TV수신료를 폐지하고 공영방송을 조세로 지원한다는 공약은 공영방송의 정치적 독립성을 강화하겠다는 공약과 충돌한다는 한계도 지적된 바 있다.

그러나 앞선 두 후보에 비해 경력과 연령대가 낮은 이준석 후보의 언론관 문제가 이번 대선 기간 집중적으로 불거졌다. 본인에 대한 이른바 '명태균 게이트', '성상납 의혹' 등을 취재하는 뉴스타파 기자에 대한 강압적 취재 저지가 대표적 사례다. 이 후보는 지난달 27일 국회 프레스센터가 위치한 소통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진행하면서 관련 의혹에 질문하는 뉴스타파 기자에게 “뉴스타파 보도에 대한 거면 답 안 하겠다”며 답변을 하지 않았다. 이후 이 후보에게 추가 질의를 위해 다가가는 기자를 이 후보 측 관계자가 몸으로 밀치면서 고성을 지르고, 또 다른 관계자가 기자의 질문을 “헛소리”로 규정하는 장면이 영상으로 공개됐다.
이 후보가 이날 저녁 생방송 TV토론에서 상대 후보 공격을 위해 언어 성폭력을 재현한 발언으로 비판을 받은 뒤, 본인을 향한 비판을 수용하지 못하는 그의 태도가 재확인됐다. TV토론 이틀 뒤인 지난달 29일 기자회견을 연 자리에서 이 후보는 “불편함을 느끼신 분들께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말했으나, 자신이 발언한 내용은 “워낙 심한 음담패설에 해당하는 표현들이라 정제하고 순화해도 한계가 있었다”며 합리화했다. 특히 자신에 대한 비판에 반박하는 과정에서 “오늘 오후 2시까지 사실관계를 반대로 뒤집어 저에 대한 허위 사실을 유포하거나 게시한 이들은 자진 삭제하고 공개 사과하라”며 “그렇지 않으면 강력한 민형사상 대응에 나서겠다”고 경고성 발언을 했다.
비판적 보도를 대상으로 한 법적 조치 압박은 전형적인 언론 탄압 유형으로 분류된다. 윤석열 정부에서 윤석열 전 대통령 부부 등을 비판한 언론인들이 고소 고발 내지 압수수색을 당한 사례는 국제 사회에서도 한국의 언론 자유가 위축됐다는 우려를 불렀다. 이에 국경없는기자회는 21대 대선 후보들을 향해 △보도를 이유로 언론인과 언론사에 벌어지는 폭력, 법적 괴롭힘 또는 차별적 관행 근절을 공개적으로 약속할 것 △공영방송의 정치적 재정적 독립성을 강화하고 이사 임명 과정에 투명성과 다원성을 확립할 것 △악의적인 전략적 봉쇄 소송에서 언론인과 언론사 보호를 위해 즉각적인 기각을 청할 수 있는 법안을 도입할 것 △국제 표준에 따라 허위 정보 규제를 시행하고 디지털 플랫폼이 신뢰할 수 있는 정보 출처를 대중에게 공개하고 이에 대한 정당한 보상을 제공하도록 의무화할 것 △윤리적 기준을 준수하는 독립적인 언론을 지원할 것을 권고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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