척수 감염으로 마비 겪은 첼로 거장, 딸과 무대 선다
3일 예술의전당서 딸과 '사랑' 주제 공연

"삶은 하룻밤 사이에도 달라질 수 있고, 그 어떤 것도 당연한 것은 없음을 느꼈습니다."
'장한나의 첼로 스승'으로 한국 음악팬과 친숙한 라트비아 출신 첼리스트 미샤 마이스키(77)는 지난해 6개월 넘는 공백기를 가졌다. 한국 공연을 비롯한 아시아 투어를 마친 직후인 지난해 6월 척수 감염으로 마비 증상까지 겪은 그는 수술과 재활 끝에 지난 1월 무대로 돌아왔다. 3일 서울 예술의전당 무대에 서는 그는 서면 인터뷰를 통해 "공백기를 통해 건강하게 오랜 시간 연주할 수 있었던 것이 얼마나 큰 축복이었는지 새삼 깨달았고 더욱 감사하게 됐다"고 소감을 밝혔다.
마이스키는 17세 때인 1965년 레닌그라드 필하모닉과의 협연으로 데뷔한 후 '미래의 로스트로포비치'라는 별명을 얻었다. 이듬해 차이콥스키 콩쿠르에서 입상하면서 러시아 첼로 거장 로스트로포비치(1927~2007)의 가르침을 받기도 했다. 바흐의 무반주 첼로 모음곡 음반을 비롯해 빈 필하모닉, 베를린 필하모닉 등 세계 정상급 오케스트라와 수많은 명반을 남겼다.
"딸과 하는 무대 기쁨, 말로 표현 못 해"

마이스키는 1988년 첫 내한 후 20번도 넘게 한국을 찾았지만 힘든 한 해를 보낸 후 다시 서는 이번 무대는 각별하다. 특히 딸인 피아니스트 릴리 마이스키와 함께 꾸미는 듀오 무대다. 올해는 2005년 3월 이탈리아에서 부녀가 첫 듀오 무대를 선보인 지 20주년이 되는 해이기도 하다. 미샤 마이스키는 "무대에서 내 아이와 함께 음악을 만드는 기쁨은 말로 표현할 수 없다"며 "이 감정을 담아낼 말이 세상에 없는 듯하다"고 했다. 릴리 마이스키 역시 "사랑하는 사람과 삶을 공유하며 세상을 여행하는 것은 정말 특별한 특권이자 커다란 기쁨"이라며 "아버지는 내게 큰 영감의 원천으로, 지난해 믿을 수 없을 만큼 큰 시련을 이겨내는 모습을 보면서 강인함과 의지에 다시 한 번 놀랐다"고 말을 보탰다.
그렇기에 공연의 주제도 '사랑'이다. 1부에서는 모차르트 오페라 '마술피리'의 선율을 바탕으로 한 베토벤의 '사랑을 느끼는 남자들은' 주제에 의한 7개의 변주곡, 차이콥스키의 녹턴, 브루흐의 '콜 니드라이', 마누엘 데 파야의 스페인 민요 모음곡을 연주하며 2부에서는 브람스와 슈만의 가곡, 슈만의 '환상소곡집'을 들려준다. 릴리 마이스키는 "후반부에 선보이는 브람스와 슈만의 조합은 두 작곡가가 서로 훌륭하게 보완해 주는 음악적 궁합을 지녀 개인적으로 정말 좋아한다"며 "베토벤과 슈만, 데 파야의 곡은 마이스키 듀오 20주년을 기념해 2005년 첫 리사이틀에서 연주했던 곡을 포함시킨 것"이라고 설명했다.
마이스키 부녀가 연주자의 가장 중요한 덕목으로 꼽은 것도 사랑이다. 미샤 마이스키는 “'사랑만 있으면 충분하다(All you need is love)'는 것을 비틀스가 등장하기 한참 전에도 우리 모두 알고 있었다"며 "청중에게 음악을 전하고 지적으로 소통하는 것을 넘어 청중의 마음에 다가가고자 하는 감정적 요소야말로 훌륭한 연주자와 위대한 예술가를 가르는 결정적 차이"라고 강조했다. "무엇을 하든 사랑을 담아 하는 게 진정한 차이를 만든다"는 이야기다.

김소연 기자 jollylif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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