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은 귄위 있는 음악 시상식 만드는데…한국은 우후죽순 난맥상

이정국 기자 2025. 6. 2. 1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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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림과 스밈
‘뮤직 어워드 재팬’ 누리집 갈무리

“일본의 예술과 문화를 세계에 알리는 것은 국가의 매우 중요한 역할이다. 이번 ‘뮤직 어워드 재팬’은 그러한 역할을 적극적으로 지원하는 획기적인 플랫폼이라 할 수 있다. 앞으로도 일본 음악 산업이 세계와 함께 성장하고 발전할 수 있도록, 정부 차원에서도 전폭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

지난 22~23일 일본 교토 롬 극장에서 열린 1회 ‘뮤직 어워드 재팬’ 시상식에 참가한 도쿠라 슌이치 일 문화청 장관의 발언이다. 작곡가 출신인 도쿠라 장관은 지난 2023년 9월 “제이(J)팝을 해외에 알리기 위해 전세계에서 주목받을 음악 시상식을 교토에서 열고 싶다”며 시상식 제정을 제안한 바 있다. 그로부터 1년8개월 만에 실제 시상식이 열린 것이다.

“전폭적인 지원”이라는 그의 말처럼 공영방송 엔에이치케이(NHK)가 시상식을 이틀 연속 생중계했다. 일본은 무료 온라인 다시보기에 인색한데도, 이번 시상식 영상은 유튜브에서 1주일간 무료로 공개했다. 시상식을 알리기 위해 일본 정부가 힘을 싣는 모습이 역력하다.

케이(K)팝 가수로는 에스파의 ‘슈퍼노바’가 본상에 해당하는 ‘최우수 아시아 송’을 받았고, 뉴진스·로제·세븐틴·알엠(RM)도 수상했다. 국제 부문을 별도로 둬 콜드플레이, 빌리 아일리시 등 영미권 아티스트에게도 상을 줬다. 공식 누리집도 영어와 일어 두 버전으로 만들었고, 누리집 메뉴에 일종의 역사관인 ‘뮤지엄’ 항목을 마련해 시상식을 꾸준하게 이어갈 의지를 드러냈다. “아시아의 그래미를 만들겠다”는 도쿠라 장관의 선언처럼 착착 진행되는 모습이다.

눈길을 끄는 건 정부의 역할이다. 시상식은 지난해 10월 일본 음반산업협회, 음악기업협회, 음악프로듀서연합 등 5개 음악 단체가 모여 창설한 ‘일본 문화엔터테인먼트 산업진흥협회’와 경제산업성이 공동 주관한다. 스포티파이, 빌보드 등 객관적 지표를 기반으로 후보작을 선정하고, 국내외 음악 산업 종사자 5천명으로 이뤄진 국제심사위원단의 투표로 수상작을 뽑는다. 정부가 ‘판’을 깔고 지원하지만, 실제 시상은 전문가 집단에서 하는 방식이다. ‘지원하되 간섭하지 않는다’는 원칙의 문화 정책을 잘 보여준다.

이를 보면서 20개가 넘을 만큼 우후죽순 난맥상인 국내 대중음악 시상식을 떠올리지 않을 수 없다. 상당수 연예 매체들이 수익 추구를 위해 여는 시상식은 공정성 시비를 넘어, 이젠 누가 상을 받았는지 대중의 관심조차 받지 못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오죽하면 “1년 내내 시상식”이라는 웃지 못할 얘기가 가요계에 돌까. 한 기획사 관계자는 “가뜩이나 바쁜 스케줄인데, 시상식 참석 가수 섭외를 요청하는 전화를 받으면 한숨부터 나온다”고 말했다.

‘뮤직 어워드 재팬’ 사례는 케이팝 종주국 한국도 충분히 참고할 만하다. 각 당의 대통령 후보가 케이팝을 포함한 문화산업 지원을 공약으로 내세운 만큼, 차기 정부가 진지하게 고민하길 바란다.

이정국 기자 jg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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