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은 시인의 하루 5분 빨간약 처방…산문 신간 ‘뭐 어때’

오은 시인이 던지는 농담에는 위로가 담겼다. 특유의 감출 수 없는 장난기, 마르지 않는 미소를 머금은 채 시인이 쏟아내는 직언들에 한바탕 웃고 나면 왠지 눈가를 훔치게 된다. 시인의 새로운 산문집 ‘뭐 어때’(난다)에서도 이와 같은 시인의 진가는 빛을 발한다.
시인은 10년이 넘는 시간동안 각종 지면을 통해 연재하는 사람으로 살았다. 가만히 흘러가는 오늘의 일상에 지난 과거를 불러오고 미래를 불러들여 단단히 묶었다. 새 산문집에는 그중 시인이 2020년부터 2025년까지 쓴 글이 한데 담겼다.

제목은 오 시인이 지난 2020년 8월에 쓴 글에서 빌렸다. ‘빗길 위에서 미끄러지지 않기 위해’ ‘두 다리와 발 끝에’ 힘을 줘봐도 이내 몸은 나동그라져 엉덩방아를 찧고 만다. 우산이 뒤집히고 몸은 비바람에 젖고, 머리는 헝클어진다. 그까짓거 너털웃음 지으며 넘어가라고 시킨 것도 아닌데 시인은 “뭐 어때, 본 사람도 없는데” 혼잣말을 한다. 다음 날 동네 책방을 찾은 시인 앞에 다시 비가 쏟아지고 바보같은 그는 갑작스러운 비에 발을 동동 구르는 사람들에게 자신의 우산을 건넨다. 그리고 뛴다. 탈진하도록 전력질주한 시인은 젖은 몸을 씻어낸 뒤 생각한다. 뭐 어때. 그는 비상약처럼 그 말을 가지고 지내보자고 다짐한다. ‘뭐 어때, 덕분에 샤워할 때 더 개운했잖아.’ ‘뭐 어때, 덕분에 좀 걸을 수 있었잖아.’
시인의 글은 시집과 산문집, 어린이 책까지 넘나들며 마음에 담은 문장을 쥐어준다. 그의 폭넓은 글쓰기, 보다 폭넓은 말하기의 시간이 오롯이 담겼다. 그는 마음 속 깊은 곳 간직한 사회적 참사의 기억을 철마다 잊지 않고 다시 한 번 새기고, 친구의 기일에는 소중한 마음 한 줄 띄우는 일도 놓치지 않는다.

그 모든 시간에 걸쳐 시인은 ‘탐구’라는 단어를 꺼낸다. 단어의 마술사 답게. 찾을 탐(探), 구할 구(求)를 쓰는 낱말과 찾을 탐(探), 연구할 구(究)를 쓰는 낱말. 그리고 탐낼 탐(貪)에 구할 구(求)까지 찾아낸 뒤에야 시인은 고백한다. ‘탐구 과정에서 배우는 것은 어쩌면 욕심을 내어 가지려 할수록 지식이든 진리든 더 멀어진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고 말이다. 그렇기에 다시 반성(反省)을 찾아낸다. ‘내가 걸어온 자취를 살피는 것’. ‘걸어온 길이 걸어갈 길을 일러주기’에 탐구의 다른 말이 된다. 또한 탐구도, 반성도 ‘늦게’는 없고 ‘제때’만 있다며 독자들의 등을 떠민다. 길어도 다섯 페이지, 잠들기 직전 머리맡에 놓아두고 꺼내볼 빨간약 같은 책이 도착했다.
장상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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