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NN] ‘한덕수 대망론’, 언론개혁 절실함을 보여주다

뉴스어디 2025. 6. 2.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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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기사는 뉴스타파함께재단과 한국탐사저널리즘센터가 연대 협업하는 한국독립언론네트워크(KINN) 회원 언론사인 ‘뉴스어디'(https://newswhere.org/)가 취재했습니다.(뉴스레터 구독)  

21대 대선이 하루 앞으로 다가왔다. 이미 기억에서 사라지고 있지만 이번 대선 레이스에서 느닷없이 ‘대망론’의 주인공으로 급부상했다 사라진 인물이 있다. 5월 2일 대선 출마를 선언했다가, 5월 10일에 퇴장한 한덕수다. 8일간 유력 후보로 대접받았지만 지금은 존재감 ‘0’이다. 경찰 수사와 출국금지라는 단어와 함께 이름이 오르내릴 뿐이다.

‘한덕수 대망론’은 당내 대선후보 경선 결과도 무시한 이른바 친윤 세력의 공작에서 비롯됐지만, 근원을 따져보면 언론이 만들어냈다고 볼 수 있다. 현직 대통령 파면으로 치러지는 조기 대선에 불법계엄의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한덕수가 집권 여당 대선후보가 될 뻔한 사건은 한국 정당사에 최악의 사건 중 하나로 기록될 일이다.

내란 동조 혐의 피의자 한덕수가 헛된 꿈을 꾸게 만든 건 바로 언론이다. 조선일보, 채널A 등은 이른바 ‘한덕수 총리 차출설’을 퍼트리며 영어 잘하는 통상 전문가라는 점 등을 강조했다. 초기에는 지지율이 미미했으나 약 2주 만에 30%대까지 치솟았다.

뉴스어디는 ‘한덕수 대망론’을 만든 주요 시점별 언론 보도를 모아, 각 매체가 어떤 방식으로 한덕수를 부각했는지 분석했다. 분석 대상은 포털사이트 네이버에 등록된 기사 중, 불법계엄 선포 직전부터 한 전 총리가 출마 선언을 하기 전인 5월 1일까지의 보도다. 계엄 이후 보도는 ‘한덕수’가 포함된 기사 중 ‘대망’, ‘차출’, ‘영입’, ‘출마’ 중 하나의 키워드가 함께 들어간 기사를 선별했다.

0. 불법 계엄 전

“요즘은 한동훈도 이재명도 아니고 한덕수 인기가 최고” 라고 하자, 76세의 노 총리가 “어이구!”하며 손사래를 쳤다.

지난해 9월 30일 조선일보가 보도한 한덕수 당시 총리 인터뷰 기사 첫 문장이다. 이때는 당시 대통령 윤석열과 국민의힘 지지율이 바닥을 찍고, 10ᐧ16 재보궐 선거에도 빨간 불이 켜졌다. 이 기사는 “최근 대정부 질문에서 “미몽에서 깨어나시라” “정치의 힘은 모욕과 능멸에 있지 않다고 호통쳐 여론의 주목을 끌었다”라며 한 총리를 띄웠다. 또 “레프트(좌)와 라이트(우)는 없다. 오로지 국가를 잘되게 하느냐, 못되게 하느냐의 업(위) 또는 다운(아래)만 있다”는 발언도 인용했다.

조선일보 2024년 9월 30일 자 한덕수 당시 국무총리 인터뷰

이 기사는 한덕수의 입을 통해 윤석열 정부 실정을 덮는 내용을 주로 다룬다. 의료 대란에 대해 기자가 “큰 사고 없이 (추석)연휴가 지나갔다” 라고 하자, 한 총리는 의료 대란을 전공의와 과거 정부 탓으로 돌렸다. 이른바 ‘응급실 뺑뺑이’로 사망자도 나왔지만 언급하지 않았다. 한덕수 총리는 또 김건희의 명품 가방 수수에 대해 “(대통령이) 사과도 하셨다. 그 정도면 국민께서 이해해주셔야” 라고 했고, 윤석열을 “대인이다. 제일 개혁적인 대통령”이라고 비호했다.

‘한덕수 띄우기’도 있다. “소통을 중시”하고 “달변에 유머가 넘치는”이라 했고, “왜 이렇게 열심히 일하시나”, “공직에 전성기가 있었다면?” 같은 ‘자기 자랑’ 시간도 줬다. 기자는 “민생 현장에 있던 총리 모습이 좋더라” 라고도 했는데, 8개월 뒤 대권 예비후보가 된 한 전 총리는 민생 현장 쪽방촌을 찾았다. 주민들은 “(한 후보가) 사진만 찍고 갔다”고 했지만, 이 부분을 지적한 기사는 거의 없었다.

지난 5월 2일 쪽방촌을 방문한 한덕수 당시 대선 예비후보가 단일화 관련 질문을 받고 있다. (출처: SBS 유튜브)

그는 진즉에 물러나야만 했던 총리다. 2023년 9월 이태원 참사, 잼버리 사태 등으로 국회가 해임안을 통과시켰지만 윤석열이 거부했다. 또 지난해 4월 총선 참패 후 사의를 표명했지만 마땅한 후임자가 없어 어쩌다 최장수 총리가 됐다. 12.3 불법 계엄 이후에도 총리 자리를 지켰고, 대통령 권한대행까지 했다.

한 전 총리는 내란 혐의 피의자인 데다 계엄 직후 행적도 다 드러나지 않았다. 지난달 27일 뉴스 토마토 보도에 따르면, 한 전 총리가 비상계엄 선포 직전 포고령 문건을 받아 확인하는 장면이 대통령실 CCTV에 담겼다고 한다. 그간 한덕수는 "계엄 선포 당일 대통령실에서 계엄과 관련된 문건을 보거나 받은 기억이 없다"고 했다.

1. 윤석열 탄핵 직후

채널A·조선일보, ‘한덕수 대망론’ 확산의 시작

4월 4일 헌법재판소의 윤석열 탄핵심판 당일, 채널A가 ‘한덕수 대망론’을 처음 언급했다(네이버 기준). <한덕수 대망론?…국민의힘 일각선 출마 요구 움직임>은 “개헌 이룰 적임자”, “통상 전문가”, “정책으로 압도” 등 한덕수에 대한 익명의 국민의힘 의원 평가를 기사화했다. 긍정 일색이다. “양쪽을 아우를 수도 있는 후보라는 의견도 나온다”처럼 기자 의견인지 국힘 내부 의견인지 출처가 불명확한 문장도 있다.

채널A는 윤석열 파면 당일인 4월 4일 한덕수 전 총리가 출마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국민의힘 의원 발언을 익명으로 보도했다. (출처: 채널A 뉴스A 4월 4일 방송)

“트럼프 관세폭탄에 대처할 수 있는 통상 전문가이자, 국정 전반을 가장 잘 꿰뚫고 있다"
“탄핵 찬반으로 지지층이 나뉜 상황에서 양쪽을 모두 아우를 수 있는 후보라는 의견도 나온다”
"대정부 질문 때 야당과 맞서는 걸 보면 이재명 민주당 대표와도 잘 붙을 것 같다" "정책으로 압도하지 않겠나"
“대선과 총선 주기를 맞춘 개헌을 이룰 적임자라는 의견도 있다”

채널A는 “선거 관리 역할을 저버리고 선수로 뛰는 게 부담”일 거라는 우려를 덧붙였다. 이는 한 총리와 국민의힘 의원이 느낄 우려다. 불법계엄에 연루됐고, 마은혁 헌법재판관 후보자를 임명하라는 헌재 결정을 외면해 헌법과 법률을 위반한 인물이 ‘깜짝 후보’로 거론되는 것이 한국 사회에 미칠 영향에 대한 우려는 찾을 수 없다.

이튿날 주말에도 채널A는 <민주 “尹 참모 사표 수리”…‘한덕수 대망론’ 견제>(4/5), <빨라진 대선 시계…후보들 움직임은?>(4/5), <한덕수 침묵에도…국민의힘 일각 “대선 출마 설득해야”>(4/6), <민주당 “한덕수, 집중해야 하는 일은 민생” 주문, 왜?>(4/6)에서 ‘한덕수 대망론’을 다뤘다.

채널A의 이 기사들은 대통령 대행이던 한덕수의 주말 일정을 살피고, 국힘 내부 목소리(“중도가 뽑을 인사를 내세워야" 등)를 재차 보도했으며, 민주당이 그를 겨냥해 산불 대응 등 민생에 집중하라고 한 것에는 “‘한덕수 대망론’을 차단하려는 뜻도 담겼을까요?” 라고 의미를 부여하며 한 당시 총리의 몸값을 올렸다.

바로 다음 주 월요일부터는 조선일보도 가세했다. <안간힘 쓰는 국민의힘⋯ ‘대선 단합’ 강조>(4/7)는 국민의힘 의원 총회에서 “관세 문제를 포함한 한미 관계를 안정적으로 풀어나갈 적임자는 경제와 통상 전문가인 한 권한대행밖에 없다”는 말이 나왔다며 ‘대망론’을 재생산했다.

하루 뒤에 보도한 <윤 재구속, 김건희 특검, 내란 공범 수사…’적폐청산 시즌2’ 예고>(4/8)는 한 발 더 나갔다. 한 대행 등을 ‘내란 동조 혐의’로 수사하라는 건 ‘정치 보복’, ‘사정 광풍’이라는 취지다. 한덕수는 윤석열 정권 국무총리로 내란 혐의 관련 수사를 피할 수 없었다. 보도 시점에도 피의자 신분이었고, 현재도 수사 대상이다. 정당한 수사를 두고도 보도를 통해 ‘정치 보복’이라는 프레임을 내세운 건 한덕수에게 ‘방패막이’였다.(전체 기사 보기: https://newswhere.org/news/report/2082/)

뉴스타파 뉴스어디 rin@newswhere.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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