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성진의 가창신공] 아이유, '꽃갈피 셋'을 이해하는 시각
원곡 대하는 방식 더 낮추고 겸손
임팩트 강한 해석보다 편한 어법 지향
눈에 띄는 가창‧표현 대신 ‘느낌 그대로’ 중시
‘네버 엔딩 스토리’, 타이틀곡으로 최적
소리 더 좋아졌다…‘로우’까지 잘 채워져
30대 아이유 행보의 중요한 단서 제공
세부편집 최소화한 믹싱 지향
‘꽃갈피 넷’선 더 많은 중저음 가창 기대

[스포츠한국 조성진 기자] 맵고 짠 또는 그 외 강렬한 맛엔 금세 반응한다. 반면 다소 싱거운 듯 또는 담백한 맛엔 반응이 약하다. 쉴 틈 없이 몰아붙이는 할리우드 영화나 '막장'이라 욕하면서도 계속 보게 되는 드라마가 비슷한 경우다.
음악도 맵고 짜거나 슬픈 또는 '달달한' 작품이 있는 반면 밋밋 담백한 느낌의 곡도 수없이 많다.
품질 여부를 떠나 모든 작품엔 의미(의도)라는 게 있다. 펜타토닉의 정통 록 패턴에 디미니시나 홀톤 스케일을 첨가한 데에도 이유(의도)가 있으며, 심플 담백한 구성으로 곡을 진행한 데에도 깊은 뜻이 있다. 이러한 숨은 의도까지 이해할 수 있다면 감상의 묘를 더할 수 있다. '아는 만큼 들린다(보인다)'란 말은 여전히 진리다.
아이유가 지난 27일 발매한 세 번째 리메이크 시리즈 '꽃갈피 셋'을 처음 접하는 순간 '담백' 또는 '살짝 밋밋'한 느낌을 받았다. 전작인 두 시리즈를 처음 접할 때 느낀 '우와'라고 놀랐던 것과는 다른 결이다. 그러나 다시 들으면 그만큼 더 좋아지는, 곱씹으며 음미하게 되는 리메이크였다.
아이유인데 설마 강렬하게 부르지 못해서 처음 듣는 순간 임팩트 약한 리메이크를 선보였을까. 이 또한 숨은 의도(의미)를 이해하는 게 중요하다.
그간 아이유는 '나이'란 화두를 가장 집요하게 작가주의 근성으로 탐구·표현했다. 그 나이 또래의 아티스트가 할 수 있는 최상의 작품성을 보였고, 이런 아이유가 30대로 들어서면서 변화를 선언했다. 세상을 바라보는 시각에서 음악 전반에 이르기까지….
20대에 발매한 두 장의 '꽃갈피'와 달리 30대 아이유가 선보인 세 번째 '꽃갈피'는 강한 임팩트, 깊은 인상 등과는 거리가 있다. 그보단, 엄격했던 자신에게 좀 더 편해진 어법을 택했다. 첫 임팩트는 약하지만 씹을수록 맛이 느껴지는. 이것은 30대로 들어서며 아이유가 선언한 변화와 맥을 같이하는 부분이기도 하다.
'빨간 운동화'에서 'Never Ending Story', '10월 4일', '라스트 씬', '미인', '네모의 꿈'까지 6곡의 리메이크에서 아이유는 가장 높은 수준의 가창‧발성, 표현력의 끝판왕이란 화려한 수식어보다 원곡에 대해 좀 더 자신의 몸을 낮추고 있다. 표현 방식에 변화를 주다 보니 이전보다 담백하게 '심심한 듯' 들릴 수 있다. '꽃갈피 셋' 미니앨범의 타이틀곡 '네버 엔딩 스토리'가 좋은 예다.
'네버엔딩스토리'는 감성의 풍요로 충만했던 80년대 한국 가요사에서도 손에 꼽을 만큼 빛나는 명곡이다. 너무 잘 짜인 코드와 멜로디 구성, 그리고 가창에 이르기까지 결코 손댈 데라곤 찾아보기 힘들 만큼 높은 완성도를 자랑한다. 원작자인 김태원이 작곡가로서 얼마나 대단한 역량의 소유자인지 단적으로 알 수 있게 하는 명곡이다. 따라서 이런 곡을 편곡한다는 건 레전드급 편곡가일지라도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곡을 편곡한 서동환에게도 중압감이 컸을 것이다.
리메이크 행위를 쉽게 생각하는 사람도 많다. 그러나 다른 사람이 불러 대중에게 너무 잘 알려지고 여전히 사랑받는 곡을 또 다르게 재창작(리메이크)한다는 건 매우 어려운 작업이다. 가장 쉽지만 또한 가장 어려운 게 리메이크인 이유다.

그간 서동환은 편곡 분야에서 뻔하지 않은 작법을 가요에 입히며 알찬 사운드를 연출하는 공신이었다. 스트링 세션에서 높은 음역의 바이올린 파트가 대선을 치는 게 일반적이다. 그러나 서동환의 편곡 스타일은 이러한 바이올린의 통념과 달리 바이올린을 더 약하게 표현하는 대신 첼로나 비올라 등을 중시하곤 했다.
많은 음악에서 우리가 흔히 듣는 스트링 편곡 스타일은 5-4-3-2 방식이지만 서동환은 4-4-4-4를 선호한다. 4-4-4-4는 아래(낮은음)를 강조하는, 즉 첼로·비올라 비중이 큰 방식이다. 이처럼 바이올린보다 낮은 음역을 내는, 즉 밑을 강조하는 스트링 편곡방식은 사운드적으로 더 풍성한 느낌을 준다. 위의 (멜로디) 라인을 부각하는 데 초점을 두는 것과는 달리 아래를 중시하는 서동환식 작풍은 아이유의 명곡 'Love Wins All'에서 폭풍 감동을 준 바 있다. '네버 엔딩 스토리'에서도 비록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서동환의 이런 스타일이 잘 드러나 있다.
'네버엔딩 스토리'에서 서동환은 스트링을 통해 곡이 넓어지는 느낌의 사운드를 지향하려 했다. 사운드를 넓게 펼치는 편곡에 특화된 게 그의 강점 중 하나이기도 하다.
아이유 '좋은날' 스트링 세션에 참여했던 김미정 악장은 현 '융스트링'과 '모스트오케스트라' 악장으로 재직 중이다. 이번 '네버 엔딩 스토리' 리메이크에서 들을 수 있는 스트링 세션도 융스트링의 연주다. 김미정 악장에 의하면 아이유 '네버 엔딩 스토리'에서 융스트링은 5-4-3-2, 즉 퍼스트‧세컨드 바이올린과 비올라‧첼로 등 14인조로 연주했다. 김미정 악장은 "스트링 세션은 인트로에 이어 A-B, 사비 등 곡 순서대로 녹음하는 게 일반적이지만 이 곡은 예외였다"고 스포츠한국 '조성진의 가창신공' 인터뷰에서 밝혔다.
"인트로 세션을 하다가 잘 풀리지 않아 인트로를 마뤄두고 노래가 나오는 부분으로 넘어가 세션하고 다시 인트로를 세션하는 방식으로 진행했습니다. 인트로 파트 사운드를 연출하는 게 생각보다 어려웠기 때문이죠. 내성과 사운드적으로 결합돼야 하는데, 다시 말해 비올라 등 몇몇 소리가 좀 튀거나 하면서 전체적으로 좋은 울림이 나오지 않았습니다. 결코 어려운 연주가 아니었는데에도 하나의 소리로 울림이 만들어지지 않는 게 단원들도 의아해 했을 정도였죠. 그만큼 너무 유명한 원곡의 존재감, 그리고 이 곡을 아이유가 가창한다는 등의 이유 때문에 세션 연주에서도 부담이 컸던 것으로 보입니다."
김미정 악장은 "일반적으로 40분 안에 스트링 녹음 세션이 끝났지만 '네버엔딩 스토리'는 1시간 넘게 걸렸다"며 "서동환과 융스트링은 그만큼 높은 완성도의 사운드를 위해 많은 고심을 했던 것이죠. 결국 서동환이 편곡자로서 추구하는 아름답지만 묵직하고 풍만한 스트링 사운드로 나올 수 있게 된 것"이라고 덧붙였다.
아이유는 'Never Ending Story'에서 자신의 강력한 무기인 가창력을 '낮춘' 대신 원곡에 대한 깊은 존경과 흠모를 담는데 주안점을 뒀다. 물론 그리 몸을 낮췄음에도 이 곡에서 아이유의 발성과 가창력은 탁월하다. 더 강렬한 임팩트를 줄 수 있었음에도 30대로 와 처음 선보이는 '꽃 갈피' 시리즈에선 자신이 원하는 애티튜드에 더 충실하려 한 것이다.
'꽃갈피 셋'에서 소리는 오히려 더 좋아졌다는 게 보컬 관계자들의 시각이다.
보컬트레이너 장효진은 '네버엔딩 스토리'를 예로 들며 "아이유의 소리가 다시 좋아진 걸 알 수 있다"고 평했다. 장효진 보컬트레이너는 이렇게 말했다.
"아이유는 '더 골든아워' 콘서트 때부터 2년 정도 헤드보이스 위주로 소리를 쓰다 보니 소리의 안정성이 떨어진 느낌이었습니다. 노래하는 것도 라이브도. 하지만 이번 '네버 엔딩 스토리' 리메이크의 경우 소리에서 로우가 채워진 것 같아요. 그만큼 소리의 안정성이 좋아졌다는 겁니다. 아이유 같은 가창력의 끝판왕 같은 가수가 더 잘하려고 하는 것보다 문제를 해결하려는데 중점을 뒀다는 게 주목할 부분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동아방송예술대 실용음악과 오한승 보컬 주임교수는 "30대에 접어든 아이유인 만큼 더 원숙해졌다"며 "한국 가요 명곡들의 아카이브에서 마치 도서관에서 책을 골라내듯 선곡해 가창·프로듀싱한 이번 곡들도 너무나 다채롭다"고 말문을 열었다. 이어 오한승 교수는 "이 음반에서 모든 곡이 다 편안하게 들리는 이유는 노래를 마치 지인들과 노래방에 가서 부른 듯한 느낌을 주기 때문인데 '네버 엔딩 스토리'에서 매우 두드러진다"고 평했다.
오한승 동아방송예대 교수는 '네버 엔딩 스토리'에 대해 "보컬 사운드도 드라이하지 않게 작은 '홀 리버브' 정도를 주고 노래를 최대한 자연스럽게 세부 편집을 최소화해 믹싱한 것으로 들린다"며 "이런 리버브는 80년대에 유재하의 음반에서 느꼈던 그것과 매우 유사하다. 그리고 모든 곡에서 기존의 꽃갈피 EP보다 더 겸손하게, 그리고 곡들을 더 존중하는 느낌이 든다. 자신의 가창력과 표현력으로 곡들을 새롭게 만들려고 하는 의도가 과하지 않고 그냥 '자신에게 받아들여지는 대로 부른' 느낌"이라고 평했다. 그리곤 "'미인'을 중저음으로만 부른 것이라던가, '네버엔딩스토리'의 클라이막스 부분에서 벨팅을 과하게 사용하지 않고 가성으로 절제한 부분도 돋보인다. 'Last Scene'은 조원선 원곡의 목소리와 이란성 쌍둥이 같은 느낌으로 불렀는데 아이유 특유의 쓸쓸한 정서가 호흡과 잘 섞여 표현됐다"고 했다. 오한승 교수는 "아이유의 30대는 이제 본격적으로 꽃피우기 시작했고 이번 리메이크 음반은 너무나도 담백하고 자연스럽다. 네 번째 꽃갈피에선 더 많이 중저음으로 노래해 주었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덧붙였다.
스포츠한국 조성진 기자 corvette-zr-1@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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