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소비자원 '가짜 백수오' 발표 위법이지만 주주 배상 책임은 없어"
회사 아닌 주주 손해 인과관계는 부정해

2015년 큰 파장을 일으켰던 한국소비자원의 '가짜 백수오' 발표는 위법하지만, 소비자원 등이 관련 주주들에게 손해를 배상할 책임은 없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2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1부(주심 노태악 대법관)는 김모씨 등 내츄럴엔도텍 주주 18명이 소비자원과 그 직원들, 그리고 정부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최근 원고 패소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
소비자원은 2015년 4월 '한약재 백수오를 사용했다며 시중에서 유통 중인 제품 상당수가 가짜'라는 내용의 보도자료를 언론에 배포했다. 백수오 제품 원료 공급 회사인 내츄럴엔도텍에 보관된 원료에서 백수오와 유사하지만 식품 원료로 사용이 허가되지 않은 이엽우피소가 일부 검출됐다는 내용이었다. 소비자원 발표 전 주당 8만6,600원이던 내츄럴엔도텍 주가는 발표 후 한 달간 대부분 하한가를 기록했고, 같은 해 5월 22일에는 10분의 1 수준인 주당 8,550원까지 하락했다.
검찰은 그러나 같은 해 6월 내츄럴엔도텍을 무혐의 처분했다. 백수오 샘플에서 이엽우피소가 검출됐지만 그 비율이 평균 3% 정도이고, 내츄럴엔도텍이 원가 절감을 위해 고의로 이엽우피소를 섞어 썼다고 볼 증거가 부족하다는 이유였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2017년 '백수오는 뜨거운 물로 추출한 형태로 사용하면 안전하고, 여기에 이엽우피소가 미량 섞이는 것으로 건강상 위해 우려는 없다'고 발표했다. 김씨 등은 2018년 소비자원 등을 상대로 '충분한 증거 없이 내츄럴엔도텍이 원가 절감을 위해 의도적으로 이엽우피소를 혼입한 것처럼 허위사실을 적시했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1, 2심은 소비자원 발표를 허위로 보긴 어렵다고 판단했다. 소비자원 입장에선 식품 원료로 사용할 수 없는 이엽우피소가 검출됐다는 사실을 알릴 필요가 있고, 유해성 등을 단정적으로 언급하지 않았다고 봤다. 2심은 "공표에 위법성이 있다 하더라도 그 상대방은 내츄럴엔도텍으로, 원고들은 단지 주가 하락이라는 반사적 손실을 입은 것"이라고 판단했다. 소비자원 등이 주주에 대한 배상책임은 지지 않는다는 취지다.
대법원은 1, 2심과 달리 소비자원 발표가 위법하다고 결론 내렸다. 이엽우피소 양이나 혼입 경위를 확인하지 않은 채 내츄럴엔도텍이 의도적으로 혼입했다는 내용을 공표하고, 해당 제품에 인체에 유해한 이엽우피소가 상당량 혼입됐다는 걸 암시했다는 것이다. 다만, 소비자원 발표와 주주 손해 간 충분한 인과관계가 부족하다는 2심 판단에는 문제가 없다고 봤다. 대법원은 "원심 판단에 다소 부적절해 보이는 부분이 있으나 인과관계에 관한 사실오인, 법리 오해로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없다"며 상고를 기각했다.
정준기 기자 jo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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