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굿보이' 박보검, 착한 얼굴에 그렇지 못한 주먹 [드라마 쪼개보기]

아이즈 ize 한수진 기자 2025. 6. 2. 11:20
음성재생 설정 이동 통신망에서 음성 재생 시 데이터 요금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글자 수 10,000자 초과 시 일부만 음성으로 제공합니다.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아이즈 ize 한수진 기자

'굿보이' 스틸 컷 / 사진=JTBC '굿보이'

"성화가 꺼지면 우리는 잊혀진다. 하지만 우리의 심장은 여전히 뜨겁고 터질 듯 울어대고 있다."

JTBC 새 토일 드라마 '굿보이'(극본 이대일, 연출 심나연)에서 주인공 윤동주(박보검)의 내레이션은 곧 이 드라마가 무엇을 향해 나아갈지를 선언처럼 내뱉는다. 이 말은 지나간 영광이 현실의 벽 앞에서 얼마나 무력해질 수 있는지, 그럼에도 다시 정의를 붙잡으려는 뜨거운 심장들이 어떻게 살아 움직이는지를 보여주는 서사의 시동이다.

'굿보이'는 그렇게 가슴속에 여전히 활활 타오르는 불씨 하나를 안고 살아가는 이들의 이야기로 첫 주 방송부터 단숨에 캐릭터의 생동감과 팀의 탄생을 설득해 낸다.

드라마는 국가대표였던 이들이 경찰 특채로 다시 활약하는 이야기를 그린다. 1, 2회는 윤동주를 중심으로 '잊힌 영웅'들이 다시 뛰기 시작하는 서사를 속도감 있게 펼쳐낸다. 저 자신을 믿고 뺑소니범을 뒤쫓으며 범죄 조직 소굴에 홀로 뛰어든 윤동주는, 정의는 관념이 아니라 행동으로 증명하는 것임을 보여준다. 맨주먹으로 금토끼파 수장의 금이빨을 뽑아낸 순간, 시청자들은 박보검의 가장 육체적이고 뜨거운 얼굴을 마주하게 된다.

'굿보이' 스틸 컷 / 사진=JTBC '굿보이'

주인공 윤동주는 복싱 금메달리스트 출신 경찰이다. 땀과 근육, 타고난 운동신경으로 무장했지만 경찰 조직에선 늘 예외 취급을 받는다. 정의감 하나로 돌진하다가 사고를 치고, 광수대 작전에도 계획 없이 끼어들어 문제를 일으킨다. 그러나 그 충동적 정의감이야말로 '굿보이'라는 타이틀에 가장 어울리는 자질이기도 하다.

윤동주는 1~2회에서 뺑소니범을 추적하다가 금토끼파 조직원들이 은신해 있는 페인트 공장에 맨몸으로 들어간다. 박보검은 마우스피스를 물고 금토끼파와 정면으로 부딪치는 장면에서 피 튀는 액션과 함께 기존의 온화한 이미지를 부수고 야성의 얼굴로 돌변한다. 이는 착한 얼굴의 대명사였던 그의 변화 아래 눈이 휘둥그레지는 역동적인 장면을 만들어 낸다.

이런 동주의 곁엔 각기 다른 상처와 현실을 품은 이들이 있다. 사격 천재 지한나(김소현)는 홍보 요원으로 전락해 이미지 소비만 강요받고, 펜싱 선수 출신 김종현(이상이)은 내부고발 이후 따돌림을 당한다. 고만식(허성태)은 기러기 아빠로 생계를 위해 애쓰며, 원반던지기 국가대표 신재홍(태원석)은 좌천된 교통과에서 포돌이 탈을 뒤집어쓰고 일한다.

'굿보이' 스틸 컷 / 사진=JTBC '굿보이'

다섯 명 모두 각자의 사연 속에서 정의라는 단어는 이미 녹슬어 있었고, 조직 안에서는 특채라는 꼬리표로 무시당하기 일쑤다. 그러나 금토끼파 소탕 작전과 그 이후 이어지는 사건들은 이들에게 다시 불을 붙인다.

각자의 이유로 꺾였고, 특채라는 이유로 조직 내에서 소외된 이들. 그러나 이들이 금토끼파 소탕 작전과 잠복 수사 과정에서 하나둘 다시 움직이며 보여준 건, 제 몸에 각인된 종목만큼 선명한 정의의 감각이다. 펀치, 총구, 삼단봉, 레슬링, 원반처럼 각기 다른 액션이 교차하는 1회 마지막 장면은 캐릭터의 정체성을 가장 정확하게 그려낸다.

2회에서는 다섯 명을 위한 팀이 만들어지고, 동시에 그들이 얼마나 허약한 존재인지 상기한다. 홍보팀으로 전락한 이들은 청장의 시연회에 끌려가고, 지한나는 청장에게 끊임없이 "한나양"이라 불린다.

'굿보이' 스틸 컷 / 사진=JTBC '굿보이'

그러다 드라마는 2회 말미 스릴러의 색채를 짙게 입는다. 뺑소니 피해자의 장례식장에서 윤동주는 낯익은 금장 시계를 본다. 그는 기억을 좇아 조문객 명단을 확인하고, 사진과 얼굴을 대조하며 진실에 가까워진다. 그리고 마침내 한 인물 앞에 멈춘다. 바로 인성시 최대 빌런 민주영(오정세). 윤동주와 민주영의 눈빛이 교차하는 장면은 1~2회의 전체적인 서사를 조용히 응축해 낸다.

'굿보이'는 묵직한 드라마가 아니다. 그러나 그 안에 담긴 감정의 진폭은 가볍지 않다. 코믹한 리듬 속에 현실의 벽을 녹여내고, 액션 속에 청춘의 절박함을 끼워 넣는다. 박보검은 윤동주라는 인물을 통해 멋이 아닌 무게를 짊어진 정의를 연기하고, 김소현을 비롯한 배우들은 저마다의 상처와 이유를 가진 인간을 보여준다. 이들의 정의는 완벽하지 않지만 불완전하기에 더 생생하다.

과거의 명예로는 아무것도 해결되지 않는 현실 속에서 무너졌던 청춘들이 다시 정의를 붙잡는 순간들을 한 회 한 회 성실하게 쌓아간다. 웃기지만 허술하지 않고 통쾌하지만 가볍지 않다. 기억에서 잊힌 메달리스트들, 그러나 몸 어딘가에 여전히 살아 있는 정의감과 뜨거운 심장을 지닌 이들이 다시금 세상에 맞서는 이야기. '굿보이'는 그 서사의 시작을 단 두 회 만에 속도감 있게 그리고 감정적으로 충분히 당겨냈다.

Copyright © ize & iz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