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르가모의 신’ 가스페리니, 영광만 가득했던 아탈란타 9년 [세리에 와치]


[뉴스엔 김재민 기자]
아탈란타와 가스페리니의 아름다운 9년 동행이 끝났다.
아탈란타 BC는 6월 2일(이하 한국시간)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구단을 떠나는 지안 피에로 가스페리니 감독에게 작별 인사를 남겼다.
구단은 "우리의 이야기는 축구계에서도 보기 드문 독특하고 멋진 이야기였다. 우리는 이탈리아와 유럽에서 탁월한 성과를 거두며 9년이라는 특별하고 강렬한 시간을 보냈다. 아탈란타의 역사에서 지울 수 없는 한 페이지, 아니 거대한 장이 될 것이다"며 "우리에게 준 감정, 베르가모와 팬들에게 준 기쁨에 대해 충분히 감사할 방법이 없다. 그 기쁨은 상상을 초월한다"고 감사의 뜻을 전했다.
지난 9년간 아탈란타 그 자체였던 가스페리니 감독의 여정이 끝났다.
밀라노 근교 소도시 베르가모를 연고로 하는 중소 구단 아탈란타는 2016년까지만 해도 지구 반대편 축구팬에게는 인상을 남길 만한 일이 없었다. 아탈란타는 리그 우승은 커녕 상위권과도 거리가 멀었고, 세리에 A와 세리에 B를 오고가는 흔한 중하위권 팀이었다. 아탈란타는 2011-2012시즌 세리에 B 우승으로 재승격에 성공한 후 5년간 단 한 번도 10위 내에 들지 못했다. 2014-2015시즌에는 17위로 가까스로 2부리그 강등을 피하기도 했다.
2016년 아탈란타의 역사를 바꿀 선택이 있었다. 2011년 인터밀란에서 실패한 후 부침을 겪다 제노아에서 반등한 '백3 달인' 가스페리니 감독을 선임한 것이다.
첫 시즌부터 엄청난 성적을 거뒀다. 직전 시즌 13위였던 아탈란타는 2016-2017시즌을 리그 4위로 시즌을 마쳤다. 가스페리니 감독 부임 첫 해에 1947-1948시즌에 기록한 구단 역대 최고 성적 5위를 경신했다.
이 때만 해도 가스페리니 감독의 역량보다는 아탈란타의 유소년 농사가 결실을 맺은 덕분이라는 평가가 있었다. 아탈란타에는 2016년 U-17 유소년 대회를 싹쓸이했던 '황금세대'가 있었기 때문이다.
'황금 세대'의 동시다발적인 폭발로 한두 시즌 이변을 일으키는 팀은 흔하다. 그런 사례 대부분은 빅클럽에 그 유망주를 모두 빼앗긴 후 동력을 잃고 추락한다. 아탈란타 역시 마티아 칼다라, 프랑크 케시에, 안드레아 콘티, 로베르토 갈리아르디니 등 유소년 시스템의 결과물을 1~2년 사이에 모두 잃었다.
그럼에도 아탈란타는 추락하지 않았다. 아탈란타는 가스페리니 체제 9년간 단 한 번도 8위 밑으로 떨어진 적이 없다. 2018-2019시즌부터 3년 연속 리그 3위 놀라운 성적을 거둔 것을 포함해 4위 안에만 6시즌이나 들었다. 그리고 1962-1963시즌 코파 이탈리아 우승이 유일한 트로피였던 아탈란타는 2023-2024시즌 유로파리그 우승을 맛보며 정점을 찍었다.
'황금세대'는 2년 만에 해체됐지만, 아탈란타는 빅클럽에서 두각을 보이지 못했던 미완의 대기, 폭 넓은 스카우팅을 통해 발굴한 중소 리그 유망주들을 발판으로 호성적을 이어갔다.
이 때문에 국내 축구팬 사이에서는 '믿고 거르는 아탈란타산'이라는 우스갯소리가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아탈란타에서의 한 시즌 활약 이후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로 7,200만 파운드에 판매된 라스무스 호일룬이다.
호일룬 외에도 아탈란타에서만 유독 잘했던 선수가 많다. 칼다라, 콘티, 갈리아르디니 등 2016-2017시즌 가스페리니 체제의 시작을 알렸던 유망주 대부분은 빅클럽 진출 후 기대만큼 성장하지 못했다. 아데몰라 루크먼, 샤를 데 케텔라르, 마리오 파살리치도 다른 팀에서는 애매했다가 아탈란타에서 비로소 잠재력을 터트린 경우다. 루이스 무리엘, 두반 자파타 등 아탈란타 시절에 보여준 '고점'만 유난히 튀는 사례도 적지 않다.
이는 '백3 장인'으로 유명한 가스페리니 감독이 자신의 전술에 맞게 선수를 개조시키는 지도력이 뛰어나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이제는 아탈란타의 본체가 가스페리니 감독이라는 것을 부정하는 사람은 없다.
그 가스페리니 감독이 이제 아탈란타로 떠난다. 가스페리니 감독은 곧바로 AS 로마에 부임할 거로 알려졌다. AS 로마 역시 최근 명성 대비 성적이 어중간했던 팀. 가스페리니와 함께 영광의 시절을 재현할지 주목된다. 동시에 가스페리니와 함께 한 9년을 통해 체급을 키운 아탈란타가 가스페리니 없이도 홀로서기에 성공할지도 주목된다.(자료사진=지안 피에로 가스페리니 감독)
뉴스엔 김재민 jm@
사진=ⓒ GettyImagesKore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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