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주희 청년재단 사무총장 “재단 실험이 청년사업 선도모델 돼 뜻 깊어…연구·법제화 비중 커져야”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경쟁적으로 ‘청년정책’을 쏟아내는 시대다. 주거·금융지원부터 취·창업 알선 사업도 곳곳에서 진행되고 있다. 미혼남녀 간 만남을 주선하는 이색 사업을 선보인 지자체도 있다. 이처럼 최근 몇 년 동안 청년정책이 확대 시행되는 모습은 매우 고무적인 일로, 많은 청년들은 그동안 방치됐던 정책 사각지대가 채워지는 것으로 이해하고 있다. 여성·노인·아동을 대상으로 한 법과 제도적 논의가 오랫동안 이어진 끝에 정책이 나왔듯, ‘청년’도 이제 우리 사회의 핵심 의제로 자리를 잡은 것이다.
박주희 청년재단 사무총장은 본인이 청년으로서 겪었던 시행착오와 어려움을 정책에 담아내기 위해 분주하게 뛰고 있는 인물이다. 여러 공직 경험을 바탕으로 문제 해결·대안 제시를 하기도 하고, 현장에서 직접 청년들과 만나 어려움을 듣고 지원할 수 있는 주체와 연결하는 것도 그의 몫이다. 이렇듯 누구보다 바쁜 박 총장을 지난달 27일 서울 종로구 서린동 청년재단 집무실에서 만났다. 그는 “우리 사회가 청년을 저출생이나 지방소멸 문제에서 바라보는게 아니라, 청년의 자립과 주도성 확립이라는 관점에서 청년정책을 고민하도록 사회적 인식을 개선하고 싶다”며 인터뷰를 시작했다.
―청년재단과 인연을 맺게 된 과정이 궁금하다
“2014년 대통령 직속 청년위원회에 민간위원으로, 2017년 대통령 직속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에 위원으로 참여했다. 모두 청년 자격으로 활동했던 것인데, 어느 조직에 몸을 담더라도 사회 변화를 주도하고 여론을 설득하는 일에 큰 사명감을 갖고 있다. 모든 청년들이 꿈을 갖고 조금 더 행복해지는 일에 기여하고 싶었는데 2022넌 7월 청년재단 사무총장으로서 일할 기회가 주어졌다. 지금까지도 매우 큰 보람을 느끼고 있다.”
―청년재단 사무총장으로 가장 중요하게 생각했던 업무 방향성은 무엇인가?
“사람들은 ‘청년’으로 불리는 것만으로도 건강하고 밝고 도전하는 모습을 떠올린다. 하지만 우리 사회에는 곳곳에서 어려움을 홀로 견디는 위기 청년들도 많다. 우리 재단이 위기 청년들의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 자립을 돕는 핵심 ‘플랫폼’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열심히 현장을 누벼왔다. 현재까지 그런 역할을 충실하게 해 왔다고 자부한다.”
―그동안 전국의 수많은 청년들을 지원하면서 제도적 공백과 사각지대를 많이 봤을 것 같다. 특히 개선이 시급한 부분이 있다면?
“약 130만 명에 이르는 경계선지능 청년들이 정책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 학령기부터 취업준비까지 누적된 실패 경험과 미숙한 대인관계 등으로 취업과 자립, 정상적 사회생활이 매우 힘든 상황이다. 청년재단은 지난해부터 경계선지능 청년의 직무역량 강화를 돕는 시범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사업을 진행하면서, 경계선지능 청년들도 자신의 강점과 잠재력을 발견하고 사회 적응력과 직무능력을 높일 수 있다면, 우리 사회 일원으로 충분히 성장할 수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경계선지능 청년이 학창 시절 또는 성인기 진입시기에 놓쳤던 다양한 사회 기술을 다시 축적할 수 있도록 법적 근거 마련과 지원 제도 시행이 시급하다고 느낀다.”
―재단 사무총장으로서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은?
“업무 처리 과정 하나 하나가 전부 소중한 경험이지만. 고립은둔에서 회복한 청년들이 많은 사람들 앞에서 떨리는 목소리로 자신의 이야기를 전할 때, 갑상선암 진단을 받은 가족돌봄청년에게 급히 수술할 병원을 연결해서 다시 건강하게 일상을 회복했을 때, 경계선지능 청년이 오랜 기간 직무교육과 일경험을 마친 후 계약직 사원으로 일하게 된 결과를 접했을 때 누구보다 기뻤다. 이런 취약상황에 놓인 청년을 지원할 근거법 제정이 시급했는데, 재단에서 연구용역과 토론회 등 공론화를 진행해 지난 2월 ‘위기 아동.청년 지원법’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의미있는 법률 제정에 작은 힘을 보탠 것이지만, 매우 뿌듯했다.”

―청년재단을 이끌면서 어려웠던 점은 없었는지 궁금하다
“사람들의 생각과 인식을 바꾸는 일이 가장 힘든 일이다. 성인이 되면 저절로 홀로서기를 하게 된다고 단정하면서 청년정책이 확대되는 것에 공감하지 못하는 분들이 생각보다 많다. 일각에선 청년정책의 필요성을 인정하지만, 청년을 복지대상으로 간주한다. 그렇기 때문에 정부를 비롯해 이해당사자들에게 청년정책의 필요성과 역할을 어떻게 설득할지 고민의 연속이었다. 청소년기에서 성인기로 건너가는 과정에서 누군가는 그 간극이 없어 가볍게 지나가면 되지만, 누군가는 그 간극을 넘기 위해 징검다리 또는 튼튼한 다리가 필요하기 때문에, 그렇게 징검다리를 놓아 자립의 출발선으로 안내하는 것을 청년정책의 역할이라고 정리했다. 그래서 어디든 필요할땐 직접 나서 설명한다.”
―청년재단이 올해로 설립 10년이 됐는데, 그동안의 공과 과를 평가한다면?
“2015년 청년재단이 설립될 당시 서울과 대구·광주에 청년기본조례가 제정되는 등 청년정책이 겨우 싹을 틔우기 시작할 때였다. 당시 대한민국은 청년정책이나 청년지원사업이 생소한 국가였던 것이다. 그런 불모지에서 처음 부딪히며 실험했던 재단의 여러 사업들이 정부나 지방자치단체 청년사업의 선도 모델이 된 것은 매우 뜻깊은 일이다. 재단은 현장과 긴밀하게 소통하는 곳인데, 현장에서 느끼는 제도적 미비점과 정책의 한계가 있다. 하지만 재단에 주어진 역할과 자원으로 미비점까지 개선하고 바로 잡는 것은 불가능했다. 그렇기 때문에 현장의 한계점을 정책으로 연결하고 실현시키는 작업이 필수적이다. 새 정부에서는 청년정책 연구와 이를 법제화하는 활동에 대한 비중이 보다 커졌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향후 청년정책 분야에서 재단의 바람직한 역할은 무엇이라고 보나?
“우선, 아직 자립 출발선에 서지 못했거나 사각지대에 놓인 청년들을 발굴하고 그들에게 필요한 지원을 시범사업을 통해 모델링하는 일이 여전히 과제로 남아있다. 그 필요성과 효과를 증명하면서 정책·제도적으로 이어지도록 노력해야 한다. 두번째로, 지역사회 속의 청년을 들여다보며 지역사회와 청년이 상생하도록 네트워킹 구조를 만드는 사업이 필요하다. 청년 개인에게 맞춤형으로 잘 도달하도록 전달체계를 구축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그런데 지역마다 정책과 지원기관 등 환경이 다르고 청년지원서비스가 여러 기관을 통해 전해지는 현실이다, 그렇기 때문에 지역 사회 내 청년지원 플랫폼 구조가 만들어지도록 해야 한다. 이와 함께 지역 현안과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프로젝트를 설계해 추진하는 역량을 갖췄으면 좋겠다.”
―그동안의 경험을 바탕으로 새 정부에 제안하고 싶은 청년정책이 있다면?
“먼저, 다중 취약성을 지닌 청년들을 위해 맞춤형 지원체계가 구축되어야 한다. 청년에게는 취업실패와 소득 불안정, 심리불안, 주변 지지기반 악화, 낮은 정보 접근성, 자산 위기, 사회적 고립 등 복합적인 위기요인이 연쇄적으로 발생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획일적인 정책으로 안되는 것이다. 또한 청년정책은 정부 부처나 담당 부서 간 유기적으로 연계가 안 되면서 지원 서비스가 분절적으로 추진되는 경우가 많다. 중첩적으로 발생하는 여러 문제들을 빠르게 돕기 위해서는, 청년 개개인에 맞춘 종합적 지원체계가 필요하다.”
■박주희 사무총장 △1978년생 △성균관대 대학원 법학 박사 △아리랑국제방송 이사 △대통령직속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위원 △대통령직속 지방시대위원회 위원△한국정책학회 청년정책연구회 위원장 △전자문서.전자거래분쟁조정회 조정위원 △국민훈장 목련장
노기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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