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인퍼즐', 오랜만에 제대로 느끼는 추리스릴러의 묘미 [드라마 쪼개보기]
아이즈 ize 정유미(칼럼니스트)

도대체 범인은 누구일까? 연쇄 살인범이 보내는 아홉 개의 퍼즐 조각이 맞춰지는 순간 과연 어떤 일이 벌어질까? 디즈니플러스의 오리지널 한국 시리즈 '나인퍼즐'은 모처럼 시청자에게 추리 스릴러의 묘미를 느끼게 하는 드라마다. 11부작으로 첫 주에 에피소드 6편을, 둘째 주에 에피소드 3편을 공개한 지금까지도 드라마 속 범인의 정체는 오리무중이다. 주인공을 포함해 등장인물 대다수가 용의선상에 올라와 있다. 극 중에서 이미 죽음을 맞이한 인물도 배제할 수 없다.
'나인퍼즐'은 윤종빈 감독의 복귀작이자 디즈니플러스 첫 진출작으로 관심을 모았다. 첫 드라마 연출작인 '수리남'과 제작에 참여한 '악인'으로 넷플릭스에서 몸을 푼 윤종빈 감독이 디즈니플러스에선 색다른 작품을 보여줄까 기대했다면 이 드라마가 흡족할 것이다. 남성성이 두드러진 전작들과 다르게 여성 주인공이 전면에 나서고, 시대극이 아닌 추리극을 내세웠다는 점에서 새로운 시도로 다가온다. 그동안 윤종빈 감독의 작품이 범죄 액션 성격이 강한 스릴러였다면, '나인퍼즐'은 미스터리와 추리 요소가 두드러진 스릴러다.
'나인퍼즐'의 주인공 윤이나(김다미)는 감정이나 속내를 드러내지 않는 캐릭터다. 고등학생이던 10년 전, 경찰 총경인 삼촌 윤경훈(지진희)의 죽음을 목격했을 때도 충격을 드러내지 않았다. 사건 당시의 기억을 잃었다고 하지만 믿을 수 없다. 프로파일러가 된 이나에게 삼촌 살해 현장에서 범인이 남긴 퍼즐 조각과 이어지는 퍼즐이 10년 만에 배달되고, 우연인지 의도인지 이나는 같은 날 벌어진 살인사건의 최초 목격자가 된다.

드라마의 또 다른 주인공으로 윤경훈 사건 당시에 신참이었던 강력팀 형사 김한샘(손석구)는 이나를 용의자로 지목하고 수사를 이어간다. 이나가 프로파일러가 된 이유도 삼촌을 살해한 범인을 찾기 위해서가 아니라 사건을 은폐하기 위해서라고 생각한다. 한샘이 여전히 이나를 의심하는 상황에서 두 사람은 10년 만에 다시 시작된 연쇄 살인 사건을 해결하기 위해 한 팀이 된다. 범인이 살인을 하고 이나에게 퍼즐 조각을 보내는 이유, 퍼즐 그림이 뜻하는 의미, 살인 동기를 밝혀나가는 과정이 흥미롭게 펼쳐진다.
김다미가 연기한 윤이나는 호기심을 불러일으키는 캐릭터다. 외형상으로는 '명탐정 코난'의 여성형에 가깝다. 커다란 안경을 착용하거나 옷차림, 어린이 같은 말투가 그렇다. 한샘의 팀으로 온 이나가 책상을 꾸밀 때 '명탐정 코난' 만화책들을 책꽂이에 꽂는 장면도 나온다. 트라우마를 가지고 있는 데다가 만화 주인공 같은 탐정 설정이어서 잘못하면 극에서 붕 뜰 수 있는 캐릭터인데, 김다미의 자연스러운 연기와 특유의 엉뚱하면서도 귀여운 매력이 캐릭터를 살렸다.
형사 한샘은 손석구의 필모그래피에서 보자면 개성이 확연하게 드러나는 캐릭터는 아니다. 넷플릭스 시리즈 '살인자o난감'에서 연기한 장난감 형사처럼 외모나 성격이 센 인물은 아니어도, 예리하면서도 집요한 형사 연기로 극에 안정감을 불어 넣는다. 도드라지려 하기보단 성실하게 연기하는 손석구의 모습이 믿음을 준다고 할까. 상대 배우인 김다미의 연기를 잘 받쳐주면서 티격태격하는 연기가 남매 사이 같은 새로운 '케미'를 보여주기도 한다.

'나인퍼즐'에선 퍼즐 살인과 또 다른 살인 사건들이 엮이며 예상치 못한 범인들과 피해자, 용의자들이 속속 등장한다. 연쇄 살인범 하나만 잡는 단순한 스토리가 아니다. 범인 가해자와 피해자의 입장을 바꿔서 생각해보라고 일러주기도 한다. "극한의 상황에 몰렸을 때 남을 찌르는 사람이 있고, 자신을 찌르는 사람이 있다"는 대사는 내가 남에게 해를 끼칠 수 있는 유형의 인간인지 자문하게 만든다.
이 드라마가 특별 출연을 활용하는 방식도 주목할 만하다. 1화 특별 출연에 이름을 올린 지진희부터 이희준, 이성민, 황정민, 박성웅까지 회차를 거듭할수록 유명 배우들의 등판에 놀라고, 이 배우들의 짧고 굵고 강한 연기에 감탄한다. 이들이 맡은 역할이 모두 연쇄 살인범과 관련되어 있기 때문에 인물들의 연결 고리를 유심히 따져봐야 한다. 특별 출연 대부분이 윤종빈 감독의 전작에 출연한 배우들이라는 공통점이 있는데, 남은 2회에서는 어떤 거물급 배우가 얼굴을 내밀지 궁금해 하지 않을 수 없다.
사건을 해결해 나가면서 범인을 찾는 추리극의 스릴을 안겨주는 '나인 퍼즐'은 6월 4일 공개하는 두 개의 에피소드를 남겨두고 있다. 드라마의 호흡이 빠르지 않아 몰입도가 높은 작품이라고 할 수는 없지만, 퍼즐 맞추기처럼 사건의 단서를 하나씩 차분히 맞춰나가는 재미를 준다. '관상' '남산의 부장' 고락선 촬영감독과 한국 영화음악을 대표하는 조영욱 음악감독이 참여도 드라마의 완성도를 높였다. 범인의 정체가 드러나는 다음 주까지 다시 보기를 시작하면서 무심코 지나친 대사, 놓친 장면이 새롭게 보이기 시작할 거다. 정체를 드러내지 않은 범인이 연쇄 살인을 저지른 이유가 무엇인지, 퍼즐 그림의 단서를 생각해 보느라 시청자의 머릿속을 복작복작하게 만드는 드라마다. 간만에 원작 없는 오리지널 드라마가 쫄깃한 즐거움을 준다. 짜릿한 결말을 기대한다.
정유미(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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