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보영, '동안외모'만 변함없고 내면은 깊고 넓어진 '천생배우'

아이즈 ize 이설(칼럼니스트) 2025. 6. 2. 09: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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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지의 서울'서 1인4역 열연! 연기인생의 분수령

아이즈 ize 이설(칼럼니스트)

'미지의 서울', 사진제공=tvN

배우 박보영이 데뷔한 것은 그의 나이 16세이던 2006년. EBS 드라마 '비밀의 교정'을 통해서다. 교복 입은 학생 역이었다. 당시엔 실제 10대 학생 신분이니 별다른 몸짓을 하지 않아도 자연스레 연기가 되는 그런 캐릭터였달까. 교복과 천진난만한 언행이 찰떡같이 어울렸다. '교복이 가장 잘 어울리는 배우' 박보영의 출발점이다.

그런데 박보영도 내년이면 어느덧 배우 생활 20년. 하지만 외모나 캐릭터에서 여전히 '동안' 매력을 뿜고 있다. 30대 중반의 나이가 믿어지지 않을 만큼 앳되고 순수해 보인다. 다시 교복을 입고 연기해도 전혀 어색하지 않을 것 같다. 

'아직도 교복이 어울리는 배우' 박보영의 가장 큰 장점은 바로 이 변함없는 청순함과 순수함에 있다. 도무지 노화할 기미를 보이지 않는 외모 덕이 크지만, 그래도 20년 가까이 이런 역할을 했으면 물린 법도 한데 싫증이 나지 않는 것을 보면 그에겐 분명 뭔가 다른 게 있어 보인다.
그건 아마도 매너리즘에 빠지지 않는 부단한 노력의 결과가 아닐까 생각해 본다.

박보영은 개성적인 캐릭터는 유지하되, 이를 똑같이 반복하는 우(愚)를 범하지는 않는다. 자신의 장점을 꾸준히 드러내면서도 그 안팎으로 다양한 경험을 쌓으면서 연기 지평을 조금씩 넓혀왔다. 그는 촬영이 없을 때는 종종 본업과는 동떨어진 일에 몰두하며 몸과 마음을 다스린다고 한다. 예를 들어, 형부가 운영하는 식당에서 빈 그릇을 치우는 등 아르바이트를 하는 모습이 그렇다. 그런 일을 일부러 하는 이유는 "(아르바이트) 일이 진짜 힘들다는 생각도 들고, 또 내가 지금 하는 일의 소중함을 깨닫게 되기 때문"이라고.

오랜 기간 박보영에게는 트레이드마크 같은 별명이 따라 다녔다. '뽀블리'(박보영+러블리)다. 귀엽고 사랑스러운 외모를 바탕으로 보호 본능을 자극하면서도 때론 당찬 역할을 영리하게 보여줬다. 하지만 최근 그는 진짜 터닝 포인트에 서 있는 듯하다. 이전과는 사뭇 다른 행보로 자신의 또 다른 연기 인생 20년의 문을 활짝 열고 있다.

2022년 개봉한 영화 '콘크리트 유토피아'가 변신의 시작이었던 것으로 짐작된다. 박보영은 이 영화 속에서 재난 상황을 주체적으로 타개해가는 강인한 캐릭터를 연기했다. 처음엔 남편과 가족의 안전과 평화를 위해 속마음을 숨기고 이웃들의 부조리를 외면하지만 끝내 참을 수 없는 정의감으로 떨쳐 일어선다. 남편의 그림자, 주인공들 뒤에서 조연에 머무는 줄 알았으나 특유의 은근함과 당돌함으로 캐릭터의 성장을 이끌어낸다.

이어 2023년 이재규 감독의 '정신병동에도 아침이 와요'에서도 변신의 의지를 확실하게 입증했다. 이 드라마는 정신질환자 역시 인간관계에 어려움을 겪다가 마음을 다친 보통사람일 뿐이라며 기존의 편견을 허물었다. 박보영은 자신과 닮은 간호사 정다은 역을 맡아 지금까지와는 같은 듯 다른 면모를 선보였다. 매사에 성실하고 누구에게도 상처를 주지 않으려고 하지만 그런 모습도 못마땅하게 여기는 사람들 앞에서 용기를 낼 수 있는 인물. 박보영은 한 인터뷰에서 "이 작품을 보고 공감했고, 또 위로받았다는 내용의 메시지를 많아 받았다"며 "겉으론 괜찮아 보이지만 고민을 품고 있는 이들이 많다는 뜻이다. 그분들에게 작게나마 위로를 드릴 수 있어 기뻤다"고 말했다.

'미지의 서울', 사진제공=tvN

그 연장선에서 지난달 24일 첫방송된 '미지의 서울'(극본 이강, 연출 박신우·남건)은 더이상 '뽀블리'는 없다고 외치는 것 같다. '미지의 서울'은 성격도, 가치관도 전혀 다른 쌍둥이 자매의 이야기다. 언니 유미래는 명문대를 졸업하고 서울의 금융공기업에 다니는 엘리트 직장인. 그러나 직장 상사에 대한 내부 고발 사건에 연루돼 다른 동료에게 따돌림당하면서 극단적인 생각을 하게 된다. 동생 유미지는 학창 시절 단거리 육상선수. 그러나 부상으로 운동을 중단하고 방황하다가 결국 자리도 잡지 못하고 고향 시골 마을에서 하릴없이 반백수처럼 지낸다. 그런데  미래가 극단적 선택까지 생각할 정도로 고민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된 후 서로의 인생을 맞바꾸자고 제안하면서 일이 커진다. "내가 너로 살게, 네가 나로 살아". 미국 작가 마크 트웨인의 아동소설 '왕자와 거지', 혹은 추창민 감독, 이병헌 주연의 영화 '광해, 왕이 된 남자'(2012)와 같은 1인 2역, 역할 체인지 스토리다.

배우로서 1인 2역은 언제나 큰 도전이다. 그만큼 누구나 쉽게 할 수 없는 캐릭터다. 이에 대해 박보영은 "배우로서 제2막이 이미 시작된 것 같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미래와 미지의 캐릭터와 주변인과의 관계를 풀어놨던 1∼2회에 이어 지난 주말 3∼4회에서는 역할을 바꾼 미래와 미지의 좌충우돌 드라마가 펼쳐졌다. 서울의 금융공기업에서 미래인 척하며 업무를 해결하는 미지, 시골 딸기 농장에서 미지인 척하며 세상에 쉬운 일은 없다는 것을 자각하게 되는 미래의 이야기가 제법 흥미진진했다.

'미지의 서울', 사진제공=tvN

더욱 흥미로운 것은 박보영의 4가지 버전 캐릭터 연기. 본래의 미래와 미지, 그리고 미래인 척하는 미지와 미지인 척하는 미래 등 1인 2역을 넘어 4역을 소화하는 모습을 지켜보는 재미가 컸다. 3회에서 미지가 자신을 알아보는 옛 학창시절 짝사랑 상대 이호수(박진영)와 감정의 깊이는 더하는 장면들, 그리고 반대로 미래가 자신을 미지로 아는 딸기농장 주인 한세진(류경수)과 감정을 키워가는 로맨스가 가슴을 몽글몽글하게 했다. 박보영에겐 시청자들의 마음을 따뜻하게 하는 힘이 있다.

이 힘은 현실에선 기부라는 선한 영향력으로 나타나고 있다. 기부에 있어서 박보영처럼 진심인 배우를 찾아보기 어렵기 때문이다. 박보영은 지난 5년간 약 3억 원의 성금을 전달했다. 해마다 어린이날을 즈음해 어린이병원 환아나 취약 계층 아동청소년을 위해 5000만 원씩 기부해왔다. 지난 3월 영남 지역에 대형 산불이 발생했을 때는 산불·화재 진압에 헌신하는 소방관을 위해 또 5000만 원을 쾌척했다. 박보영은 데뷔 이래로 국내외 저소득층 가정의 아동청소년에게 뜻깊은 마음을 전달해왔다. 금전적인 후원뿐 아니라 병원에서 직접 봉사활동도 실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주위를 살피고 생각하는 마음이 지난 20년간 그를 남들과 다르게 만들었을지도 모른다. '미지의 서울'은 박보영 배우 인생의 또다른 20년을 여는 드라마가 될 게 분명해 보인다.

이설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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