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M의 中 공략인가, 텐센트의 韓 잠식인가

안진용 기자 2025. 6. 2. 0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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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中 텐센트, SM 2대 주주로
텐센트, SM 지분 9.66% 확보
알리바바 지분까지 합치면 15%
현지 아이돌 그룹 제작 등 탄력
한한령 극복 물꼬 트일 가능성
1대 주주 카카오, 시세조종 혐의
리스크 해소 위해 지분 넘길수도
차이나머니에 K팝 휩쓸릴 우려
걸그룹 에스파(위 사진)와 보이그룹 NCT 등 SM엔터테인먼트 소속 K-팝 그룹들은 중국에서 높은 인기를 누리고 있다. 중국 자본이 SM엔터테인먼트 지분에 눈독을 들이는 이유다. SM엔터테인먼트 제공

중국 거대 정보기술(IT) 기업 텐센트 산하 텐센트뮤직엔터테인먼트(텐센트뮤직)가 K-팝 시장의 맏형 격인 SM엔터테인먼트(SM)의 2대 주주로 올라섰다. 한한령(限韓令·한류수입금지령) 해제가 기대되는 상황 속에서 중국 시장에 안정적으로 진출할 수 있는 교두보가 마련됐다는 긍정적 반응이 표면적으로 쏟아지고 있다. 하지만 그 이면에는 ‘차이나 머니’가 K-팝 시장을 잠식할 것이란 우려와 두려움도 섞여 있다. SM 지분 확보 이전에도 텐센트뮤직은 이미 유통·팬플랫폼 등 다양한 영역에서 유력 K-팝 기업들과 손잡고 전방위적으로 영향력을 키워오고 있었기 때문이다.

하이브는 지난 2023년 매입한 SM 지분(9.66%)을 지난달 30일 약 2430억 원에 텐센트뮤직에 매각했다. 이로써 텐센트뮤직은 최대주주인 카카오·카카오엔터테인먼트(41.50%)에 이어 SM 2대 주주로 등극했다.

텐센트의 K-팝 기업 지분 확보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이미 자회사를 통해 YG엔터테인먼트(4.30%)와 카카오엔터(4.61%) 등 주요 기획사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향후 텐센트가 SM의 2대 주주로서뿐만 아니라 카카오엔터의 주주로서 SM에 직간접적으로 목소리를 낼 수 있다는 의미다.

그 과정에서 또 궁금해지는 것이 있다. 하이브는 왜 지분을 텐센트뮤직에 넘겼을까? 하이브는 2023년 텐센트와 중국 내 음원 유통 계약을 맺었다. 이미 협력 관계라는 의미다. 같은 해 큐브엔터테인먼트 역시 음원 유통을 텐센트에 맡겼고, JYP엔터테인먼트도 지난해 텐센트뮤직과 음원 공급 계약을 3년 연장했다. 결국 국내 4개 가요기획사 모두 텐센트뮤직과 지분 및 유통 관계로 얽혀 있는 셈이다.

게다가 중국 최대 전자상거래 업체인 알리바바는 자회사를 통해 2016년 SM 지분 4%를 매입했다. 이후 양사의 지분 관계는 공시된 바 없다. 하지만 텐센트뮤직의 지분과 합치면 중국 자본이 15%에 육박한다. 양측 역시 경쟁 관계라 볼 수 있지만, 알리바바가 텐센트뮤직의 우호 지분으로 역할을 한다면 “차이나 머니가 SM을 집어삼킬 수 있다”는 우려가 결코 가볍게 들리지 않는다.

익명을 요구한 K-팝 업계 관계자는 “지금 분위기는 ‘텐센트뮤직 앞으로’ 줄을 서는 모양새다. 그들과 손잡지 않으면 원활한 중국 활동이 어렵다는 말도 나온다”면서 “현재 카카오와 텐센트뮤직의 SM 지분 격차는 32%포인트 정도이지만, SM 인수전에서 시세 조종 혐의로 재판 중인 카카오가 리스크를 해소하기 위해 텐센트에 지분 16%를 추가로 넘기면 SM의 주인은 한국이 아닌 중국이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텐센트뮤직은 향후 K-팝 팬플랫폼 시장에서도 영향력을 높일 것으로 예상된다. 팬 소통 플랫폼인 ‘버블’을 운영하는 SM 자회사 디어유는 일찌감치 텐센트뮤직과 손잡고 중국 진출을 선언했다. 하이브가 SM의 지분을 보유하면서 SM 대표 지식재산권(IP)인 NCT, 에스파, 라이즈 등이 일제히 하이브의 팬플랫폼 위버스에 입점했으나, 하이브의 지분 청산을 계기로 버블을 중심으로 재편될 것으로 예상된다.

반면 이 상황을 막연하게 부정적으로 바라볼 필요는 없다는 시선도 적지 않다. 중국 시장이 상대적으로 폐쇄적이고 배타적인 것을 고려할 때 지분 참여한 중국 기업이 향후 K-팝의 중국 진출에 윤활유 역할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신한투자증권과 하나증권은 지난달 28일 보고서를 통해 “최근 중국 내 K-팝 팝업스토어의 지역 확장, 팬들과 접촉하는 다양한 행사·이벤트·전시회가 다수 개최되고 있는데, 이러한 활동은 더욱 빈번해질 것이다” “텐센트가 카카오뿐만 아니라 SM에도 투자를 진행한 만큼 향후 중국 사업 기회에서 다양한 시너지를 기대할 수 있다”고 긍정적인 전망을 내놨다.

SM 역시 발 빠르게 움직였다. SM은 지난달 29일 텐센트뮤직과 중국 아이돌 그룹을 제작하는 등 전략적 협업에 나서는 내용이 담긴 업무협약(MOU)을 체결하고 전방위적 협력 체계를 구축하기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SM은 “양사가 2∼3년 내 데뷔를 목표로 중국 현지 아이돌 그룹을 선보인다. SM이 캐스팅, 트레이닝, 프로듀싱을 포함한 제작 전반을, 텐센트뮤직은 현지 프로모션, 음반 및 음원 유통을 맡는다”고 밝혔다.

결국 텐센트뮤직의 SM 지분 확보는 기회이자 위기이다. 중국 정부가 한 번도 공식적으로 인정한 적이 없는 한한령이 발효된 후 지난 8년간 K-콘텐츠가 중국에 발붙일 수 없었듯, 중국은 불확실성이 큰 시장이다. 중국 기업의 직접 참여는 이런 리스크를 일정 부분 회피하는 기회가 될 수 있다. 하지만 중국 자본의 추가적인 K-팝 기업 지분 확보 시도에 대해서는 경계의 시선을 늦춰선 안 된다.

이규탁 한국조지메이슨대 교양학부 교수는 “이윤을 추구하는 텐센트뮤직 역시 SM이 자체적으로 만드는 콘텐츠가 경쟁력을 갖췄다는 것을 잘 알고 있기 때문에 무리하게 입김을 넣거나 중국의 색을 입히지 않을 것”이라면서 “K-팝 시장에서 중국 자본의 지배력이 강화될 것이라는 우려 역시 무시할 순 없지만 단시간 내에 크게 걱정할 일은 아닌 것 같다. 그보다는 K-팝의 중국 진출로 인한 긍정적 효과가 더 클 것”이라고 내다봤다.

안진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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