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25년 6월 제4회 조선 미술전람회… 일제 강점기에도 핀 ‘예술의 향기’[송종훈의 백년前 이번週]

1925년 6월 1일 제4회 조선 미술 전람회가 조선 총독부 상품진열관에서 개막됐다. ‘1922년 시작되어 1944년까지 23회째 계속된 이 전람회는 ‘선전(鮮展)’ 또는 ‘조선미전(朝鮮美展)’이라 부르기도 했다. 동양화, 서양화, 조각, 서(書), 사군자(四君子) 등 5개 부분으로 나뉘어 열린 제4회 조선미전의 개막 첫날의 모습을 1925년 6월 2일 조선일보는 이렇게 전하고 있다.
<작품 파상(破傷·물건, 건물 따위가 부딪쳐 상함) 사건이 돌발하여 일반 시민의 의혹을 품게 한 제4회 조선 미술 전람회는 오늘 1일 오전부터 일반 관람자에게 관람을 시키기를 시작하였다. 아침부터 밀려드는 관중은 정오까지 700여 명에 달하였다. 관람자는 글씨와 사군자를 진열한 아래층과 동양화와 조각이 진열된 2층으로부터 서양화의 진열한 곳까지 곳곳마다 만장(滿場)의 성황이었다. 당일 입장자의 대부분은 노소(老少) 남자와 기타의 학생이요 일반 여자계의 관람자는 극히 소수였다. 이번 전람회에 조선 사람 입상 수는 동양화 4명, 서양화 5명, 조각 1명, 서(書) 5명, 사군자 5명 등이다. 이들 작품 중 당일 일반 관중의 시선을 끄는 것은 문제의 김복진(金復鎭) 씨의 ‘나체(裸體) 습작(習作)’과 이영일(李英一) 씨의 ‘매(梅)의 구(鳩)’, 이상범(李象範) 씨의 ‘소슬(蕭瑟)’과 여류 화가 나혜석(羅蕙錫) 여사의 ‘낙랑묘(樂浪廟)’ 등으로 역시 만장의 인기를 모으는 모양이었다.>
개막 이틀째의 모습도 다음날 6월 3일 매일신보에서 전한다. <그제 1일부터 첫 막이 열린 제4회 조선미전은 첫날부터 예측 이상의 대성황을 이루었다. 첫날의 입장자 수가 2000여 명에 달하였고, 제2일인 어제 2일 오전 중에 벌써 700여 명을 돌파하였다. 출품한 서양화 7점과 동양화 3점과 서(書) 3점 합계 13점은 벌써 매약(賣約· 팔기로 약속함)이 있는데...(하략)>
이번 전람회에는 개막 전부터 출품한 조각품의 팔이 부러진 사건이 발생했다. 처음 발견한 사람 자신도 조각품을 출품한 일본 사람이어서 세간의 많은 의혹을 샀는데, 그 사건의 전말을 5월 30일 매일신보를 통해 좀 더 자세히 알아보자.
<조각 출품작 중 김복진(金復鎭) 씨의 조각품이 파상하여 문제가 되었는데 전람회 사무소 주임 전도(田島) 씨는 이렇게 말했다. “몇 시경에 어떻게 되어서 조각품이 그렇게 파손되었는지는 모르나, 이번 전람회의 역원(役員·임원)인 동시에 출품자인 사전(寺畑) 씨가 5월 28일 오전에 그와 같이 파상된 것을 발견하여 알게 되었는데, 부러진 팔은 언뜻 보면 모르도록 가만히 붙여 놓았습니다. 이번에 조각부에 출품한 사전 씨를 역원으로 선정하고 더구나 파상된 것을 사전 씨가 처음으로 발견하였다는 것을 세상에서 어떻게 곡해(曲解)할는지 알 수 없으나, 결단코 사전 씨를 의심할 필요는 없는 줄로 압니다.”>
일제강점기라는 엄혹한 시절에도 자신의 개성을 지키며 예술의 길을 걸었던 인물들. 한국 미술사에 스며 있는 그들의 열정 덕분에 오늘 우리가 예술의 향기를 한껏 누릴 수 있을 것이다.
19세기발전소 대표
※ 위 글은 당시 지면 내용을 오늘의 독자들이 이해할 수 있게 풀어서 옮기되, 일부 한자어와 문장의 옛 투를 살려서 100년 전 한국 교양인들과의 소통을 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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