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쏙 들어가봤다]"대통령 오면 세종시 집값 오를까?"
■ '행정수도 이전 공약'에 들썩이는 집값

"(국가 기관은) 원래 여기저기 찢어놓으면 안 됩니다. 다 한 군데로 몰아놔야죠.
김문수/국민의힘 대선 후보(4월 13일)
"저도 세종시에 국회의사당 옮기도록 하겠습니다."
대선 후보들이 대통령실과 국회의 세종 이전을 공약하자, 세종시 아파트값이 소폭 상승세를 보였습니다.

지난 4월, 세종시에서 거래된 아파트 1,197건 가운데 절반 이상인 52%(631건)가 직전 거래보다 높은 가격에 팔렸고, 이 중 일부는 10% 이상 오른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하지만 거래량은 오히려 줄었습니다.
지난 4월 세종시 아파트 거래 건수는 1,100여 건으로, 3월보다 20건 줄었으며, 이달에는 감소 폭이 더 클 것이란 전망이 나옵니다.
각 당의 행정수도 공약이 잇따르자 기대감에 호가를 올리거나 매물을 거둬들이는 움직임도 늘고 있기 때문입니다.

2020년 '행정수도 완성' 기대감에 집값이 40% 넘게 급등했다가 무산된 뒤 하락세를 겪은 전례가 있어, 이번에도 같은 상황이 반복될 수 있다는 우려도 섞여 있습니다.
세종의 한 공인중개사는 "지난 4월 아파트 매매량이 평소보다 3배 이상 많았지만, 지금은 다시 예년 수준으로 돌아왔다"며 "세종은 자족 기능이 부족해 정치인들의 말 한마디에 시장이 크게 흔들린다"고 말했습니다.
■ '뜨거운 감자' 아파트, 상가 시장은 '찬바람'
아파트 시장이 어느 정도 활기를 되찾은 것과 달리, 상가 매매는 여전히 부진한 모습입니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올해 들어 4월까지 세종시의 상업·업무용 부동산 매매 거래는 116건에 그쳤습니다.
또 지난 4월 세종시 상가 경매 낙찰률은 18.3%로, 경매에 나온 상가 5곳 중 1곳만 낙찰됐습니다.
한국부동산원의 '2025년 1분기 상업용 부동산 임대동향조사'에 따르면, 세종시 중대형 상가의 공실률은 25.2%로 전국 평균의 두 배에 달해, 상가 4곳 중 1곳은 비어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 '사람 없는 도시' 세종의 불편한 민낯

지난달 기준 세종시 인구는 39만 명으로, 2018년 이후 30만 명대를 좀처럼 벗어나지 못하고 있습니다.
2030년까지 인구 80만 명 달성을 목표로 했던 세종시는, 국회와 대통령실이 이전하더라도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보고 목표 시점을 2040년으로 10년 늦췄습니다.
민간 일자리와 생활 인프라가 부족한 미완의 도시 구조가 세종시 인구 정체의 주된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습니다.

세종시에 본사를 둔 대기업은 한화에너지 한 곳뿐인데, 그조차 주요 사업장이 전북과 전남 지역에 몰려 있어 일자리가 밖으로 빠져나가는 구조입니다.
이렇다 보니 세수 기반도 약해졌습니다.

세종시 전체 세입예산에서 지방세 비중은 2019년 59.9%에서 올해는 51.5%로 낮아진 반면, 중앙정부에 의존하는 지방교부세의 비중은 같은 기간 2배 이상 늘었습니다.
정치 테마주란 오명이 따라붙는 세종시 집값, 그 뒤엔 자족 기능을 갖추지 못한 도시의 민낯이 숨어 있는 셈입니다.
■ '진행형 도시' 세종, 경제 자립 전략은

지난해 발표된 '2040년 세종도시기본계획'에서는 도시의 경제적 자립을 위한 핵심 과제로 국가 행정과 국책연구 기능을 연계한 신성장 동력 확보를 제시하고 있습니다.
이를 위해 국가 시범도시와 연계한 규제혁신지구 지정, 민간기업과 연구소가 규제 없이 신기술과 서비스를 실험할 수 있는 환경 조성 등을 통해 혁신 산업 생태계를 구축하고, 미래 산업 경쟁력을 높여야 한다고 명시했습니다.
전문가들은 이 과정에서 인접 지역과의 연계 협력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합니다.
진종헌 공주대 지리학과 교수는 "대전이 과학 산업도시를 지향하며 R&D 자원을 전략적으로 활용하고 있는 만큼, 세종도 대학과 국책연구기관 등 지역 자산을 보다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한다"라고 말했습니다.
또한 "세종에는 분야별 국책연구기관들이 밀집해 있는 만큼, 이런 연구 역량을 충청권의 특화 산업과 국립대학의 전문 학문 분야와 유기적으로 연계할 필요가 있다"라고 강조했습니다.

여전히 '완성형 도시'가 아니라, '진행형 도시'인 세종시.
대통령실이 오고 국회가 이전하더라도 결국 사람을 끌어들이고 머무르게 할 수 있는, 도시의 내실을 채우는 전략이 필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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