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바뀌어?" 입시 열공 부모들 백기…'10시간 300만원' 여기 몰린다

정인지 기자, 유효송 기자 2025. 6. 2.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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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T리포트]불안한 입시, 커지는 컨설팅 시장 (上)
[편집자주] 2026학년도 대학입시는 역대급으로 혼란스러울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해 의대 1508명이 증원됐다가 취소된 데다 N수생이 사상최고치를 경신해 지난해 데이터를 이용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정부는 학부모와 학생들의 혼란을 막기 위해 대입제도에 중대한 변화가 있을 경우 '4년 예고제'를 실시하고 있지만 유명무실이 된 지 오래다. 매년 바뀌는 입시 환경에서 조금이라도 유리한 대학을 찾기 위해 학부모들은 컨설팅에 수백만원을 지출한다. 입시 정보의 부익부빈익빈이다.

"의대생 생기부 팔아요" 이런 글까지…명문대 가려 돈 '턱턱' 쓴다

초중고 진로진학 학습상담 비용 추이/그래픽=이지혜

#고등학교 3학년 자녀를 둔 A씨는 입시 컨설팅을 알아보다 300만원이라는 가격에 깜짝 놀랐다. A씨는 "대학, 전공마다 반영하는 과목이 다르고 지원 유형도 세분화돼 있어 자녀에게 가장 유리한 대학을 개인이 찾기란 사실상 불가능"이라며 "300만원을 써서라도 같은 성적에 더 좋은 대학을 갈 수 있다면 아깝진 않을텐데, 컨설팅이 틀려도 책임을 물을 수는 없으니 고민된다"고 말했다.

매년 바뀌는 입시 환경에 불안한 심리를 틈타 대입 컨설팅 시장이 우후죽순 커지고 있다. 최근에는 학원 등록을 하지 않고 온라인 상담을 진행하거나 유명 대학에 진학한 학생들이 자신의 '생활기록부'를 유료로 판매하는 사례도 나타나고 있지만 현행법상 마땅히 규제할 기관도, 법적 근거도 없어 컨설팅 시장의 회색지대는 점점 더 확대될 것으로 우려된다.

◆ 컨설팅 시장 1000억 돌파...교습비 상한선 1시간에 30만원

1일 통계청의 '2024년 초중고 사교육비 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진로진학 학습상담' 전체 비용은 1007억원으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는 2021년 758억원에서 3년만에 33%가 급증한 것이다. 같은 기간 전체 사교육비용이 25% 증가한 것보다 빠른 속도다. 조사 기간은 3~5월, 7~9월로 수능 이후 정시 원서 접수 기간이 포함되지 않았다는 점에서 실제 컨설팅 비용은 더욱 커질 수 있다.

이렇게 컨설팅 수요가 커지는 이유는 매년 달라지는 입시 정보를 개인이 파악하기 어려워서다. 우리나라는 중요한 대입제도 변화는 4년 전에 예고해야 하고, 수시·정시 비율 등 '입학전형시행계획'은 입학 연도의 전 학년도가 개시되는 날의 10개월 전까지 발표해야 한다. 2026학년도 계획은 지난해 5월에 발표됐다. 그러나 지난해 의대 증원, 무전공 확대 등이 '국가적 필요성'을 이유로 이례적으로 진행되면서 변수가 대폭 커졌다. 내년에는 마지막 통합수능이, 2028학년도부터는 새로운 대입체제가 시작돼 불확실성은 지속될 전망이다.

컨설팅 비용은 학원법을 적용받아 분당 상한선이 있지만 학원 측에서 시간을 늘리거나 타 수업과 연계해 판매하면 학부모의 부담은 늘어난다. 또 2곳 이상에서 받고 비교하거나 수시, 정시 등 전형방식에 따라서도 여러 차례 받는 경우도 많다.

실제로 강남에 소재한 많은 대입학원은 수시 지원을 위한 '생활기록부 전반 관리' 프로그램을 10시간에 240만~300만원에 판매하고 있다. 전국에서 교습비가 가장 높은 강남서초교육지원청 기준(분당 5000원)은 준수하지만 상담시간이 20시간을 늘어나면 가격이 배로 뛰게 된다. 한 입시학원 관계자는 "고등학교 1학년 때부터 어떤 과목을 집중해서 듣고 추가 활동을 해야 할지 상담하는 경우가 많다"며 "일부 학원의 경우 학생을 통해 교사에게 생기부 작성 예시안을 전달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또다른 유명 입시학원인 시대인재는 유료 컨설팅임에도 3개월간 월 평균 최소 3강좌를 들어야 '신청 자격'이 생긴다. 가격이 낮은 라이브강좌는 해당사항이 없어 지방에 사는 학생들은 주말에라도 서울 또는 지역 학군지를 찾아가야 하는 구조다. 시대인재 단과 가격은 과목과 지점에 따라 다르지만, 교재비 등을 포함하면 주 1회, 3시간30분 기준 월 50만원 가량이다. 최소 월 150만원씩 450만원을 써야 하는 셈이다. 컨설팅은 80분으로 40만원이지만 배보다 배꼽이 더 크다.

온라인에서 1:1 면담은 학원법 적용 어려워...생기부 판매까지

[서울=뉴시스] 정병혁 기자 = 28일 서울 강남구 대치동 학원가 앞에서 학생들이 이동하고 있다. 정부가 2026년도 의대 모집인원을 기존 3058명으로 동결하기로 공식 발표하면서, 올해 의대 입학을 노리던 수험생·학부모들이 또 다시 혼란에 빠졌다. 특히 의대 증원을 예상하고 재수·삼수를 결정했던 N수생들과, 황금돼지띠 영향으로 높은 경쟁률이 예상되는 올해 고3 재학생 및 학부모들 사이에서 불만이 커지고 있다. 이주호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지난 17일 브리핑을 열고 이같은 내용의 '2026학년도 의대 모집인원'을 발표했다. 단 1년 만에 의대 정원이 증원 전 수준으로 돌아간 것이다. 2025.04.28. jhope@newsis.com /사진=정병혁


최근에는 대입정보 카페나 전문과외 앱 등 온라인을 통해 학생을 모집해 상담하는 사례도 늘고 있지만 이들은 법적으로 '학원'으로 볼 수 없어 교습비 기준을 넘는 초고액 컨설팅비를 받더라도 제재가 어렵다. 학원이란 불특정 다수 10명 이상이 같은 시간에 교습을 받거나 학습장소로 이용할 수 있는 곳을 말하기 때문이다.

개인 과외도 교습자로 신고돼 있다면 교습비 상한선을 적용받지만 단속 기관인 교육청에서 이를 일일이 확인하긴 어렵다. 특히 온라인 개인 과외의 경우 단속 주체도 불분명하다. 학원은 온라인 학습이라도 학원 소재지에 기준해 교육지원청의 감시를 받지만, 개인의 소재는 특정하기 어려워서다. 서울시 교육청 관계자는 "1 대 1로 온라인 진학지도를 한다면 학원으로 등록하지 않더라도 특별히 제재할 수 있는 법적 기준이 없다"며 "수익을 제 때 신고하지 않았다면 국세청 등에서 적발할 수는 있다"고 말했다.

유명 대학에 합격한 학생들이 본인의 학생부를 판매하는 것도 법적 논란이 있다. 대형 입시카페에서는 SKY(서울·고려대·연세대) 또는 의대생들의 생기부, 세부능력 및 특기사항(세특), 탐구보고서, 자소서 판매글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가격은 1만원부터 20만원까지 다양하다. 생기부 등을 공공기록물로 본다면 법적으로 판매가 불가능하지만 개인자료로 본다면 판매가 가능하다. 작성자인 교사들의 저작권 문제도 있다. 교육부는 "판매를 법적으로 제재하기 위해서는 별도 입법이 필요해 보인다"면서도 "주의환기를 위해 올해부터 학생부 기재 훈령에 '상업적 이용 제한'을 추가했다"고 설명했다.

"우리 애는 수시? 정시?"…돈 많이 버는 부모일수록 '여기'에 더 쓴다
초중고 진로진학 학습상담 비용 추이/그래픽=이지혜

금전적 여유가 있는 학부모일수록, 성적이 높은 학생일수록 상위권 대학 진학을 목표로 컨설팅에 더 많은 돈을 투자한 것으로 나타났다. 수시로 바뀌는 대입 정책에 빠르게 대응하기 위해서다. 특히 올해 고교학점제 도입을 앞두고 지난해 중학교 3학년들의 컨설팅 비용이 크게 급증한 것으로 드러났다. 제도가 변화하면 학부모와 학생들의 불안감이 확대되면 사교육시장이 커진다는 지적이 현실화 된 것이다.

성적 상위 10% 이내 학생 참여율 매년 높아져

1일 통계청의 '2024년 초중고 사교육비 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진로·진학 학습상담'을 실제로 수강한 학생들은 월 평균 6만5000원을 썼다. 연간으로 하면 78만원에 해당한다. '진로·진학 학습상담'은 주로 고등학교 때 이용해 전체 초중고 학생을 기준으로 한 월 평균 비용은 2000원에 불과하지만 사교육 관여도가 높을 수록 비싼 비용을 지불하고 있는 셈이다.

가구소득별로도 편차가 크다. 가구별 소득이 700만원 미만인 가구는 '진로·진학 학습상담'에 월 1000원을 쓰는데 반해 800~ 1000만원 미만은 2000원, 월 소득이 1000만원 이상인 학생은 한 달에 4000원을 쓴다. 가구 소득별로 최대 4배가 차이가 난다. 평균값(월 2000원)보다도 2배 높다.

학생 성적이 상위 10% 이내인 경우 월 8000원을 컨설팅에 써 역시 평균값(4000원)보다 2배 높았다. 학생 성적 11~30%는 6000원, 31~60%은 3000원 등이다. 상위권들의 진로·진학 학습상담 참여율도 매년 높아지는 추세다. 상위 10% 이내 학생의 상담 참여율은 2020년 5.7%에서 지난해 8.6%로 뛰었다.

남윤곤 메가스터디교육 입시전략연구소장은 "의대 등 최상위권의 교육에 열성적인 가계에서 컨설팅을 많이 찾는다"며 "그 이하의 성적권에서는 실제 도움이 되는 지 여부와는 상관없이 공부 잘하는 학생들의 커리큘럼을 따라가고 싶어하는 심리도 없지 않다"고 말했다.

입시 컨설팅은 수시와 정시 지원 전략을 수립하는 데 주로 쓰인다. 2026학년도 기준 전국 평균으로는 수시가 79.9%, 정시가 20.1%지만 서울 소재 상위권 대학은 약 수시 56~60%, 정시 40~44%의 비율을 보인다. 학생의 성적과 원하는 대학에 따라 수시, 정시 중 어느 유형이 경쟁률이 높을 지 다르다.

수시모집은 또 학생부종합(학종), 학생부교과, 논술, 실기 등 총 4가지로 나뉜다. 이 중 학종은 비교과 영역이 포함돼 여전히 수험생들은 공교육 내에서 준비가 어렵다고 느낀다. 정시 또한 대학마다 국어·수학·영어·탐구 등 과목별 반영 비율이 제각각인데다, 탐구 영역은 변환표준점수 등을 고려해야 해 계산이 복잡하다. 탐구 영역은 같은 원점수라도 표준점수나 백분위 점수의 차가 커 대학이 요구하는 방식으로 변환해 사용하는 것이다.

◆ 2028 대입개편에 중3 컨설팅비 '껑충'

[고양=뉴시스] 전진환 기자 = 19일 경기도 고양시 킨텍스에서 열린 2025학년도 경기도교육청 수시 대학입학정보박람회에서 학부모 및 수험생들이 각 대학 부스에서 입학 상담을 받기위해 줄을 서고 있다 2024.07.19. /사진=전진환

컨설팅 지출의 급증은 입시 현장의 불안을 반영하기도 한다. 특히 올해 고등학교 1학년부터는 고교학점제가 도입되고, 내신 등급은 9등급제에서 5등급제로 완화되는 등 교육과정이 대대적으로 개편된다. 학부모들의 궁금증과 불안감에 컨설팅 시장도 호황을 맞았다는 분석이 나온다. 지난해 중학교 3학년의 1인당 월평균 진로진학 사교육비(참여학생 기준)는 6만5000원으로 전년 대비 27.5%가 뛰었다. 중·고교 전체에서 증가폭이 가장 컸다.

전북에서 학교를 다니고 있는 고교 3학년의 학부모는 "이미 고1때부터 생기부를 관리하기 위해 컨설팅을 받았다"며 "컨설팅을 통해 생기부 세특(세부능력과 특기사항)란에 기재할 수 있는 활동을 추천받았는데 올해도 수시 지원 전략을 위해 받으려고 한다"고 말했다.

정부와 시·도교육청도 입시 불안을 줄이기 위해 무료 진로·진학 컨설팅을 확대하고 있지만, 인력과 예산이 역부족이다. 수험생과 학부모는 정교한 전략을 세우기 위해 반복 컨설팅과 다양한 정보 수집을 원하는 데 공공 영역에서 이 수요를 모두 감당하기는 쉽지 않아서다. 서울시교육청 진로진학센터 관계자는 "현직 교사들이 1 대 1로 무료로 진행하는 특별진학 상담센터는 수요가 몰리는 8월의 경우, 3~4일만에도 1600건을 진행한다"며 "일선학교에 진학지도 가이드집 배포, 교사 연수 등도 확대하고 있지만 인력과 예산이 모두를 만족시키기엔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정인지 기자 injee@mt.co.kr 유효송 기자 valid.song@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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