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 협상 하루 전 러 공군기지 대규모 드론 공격
2일 이스탄불서 러-우 2차협상

우크라이나와 러시아의 협상이 시작되기 하루 전인 1일(현지시각), 우크라이나군은 수천킬로미터 떨어진 곳을 포함한 러시아 영토 내 군사시설에 대규모 무인기(드론) 공격을 감행했다. 양국은 튀르키예 이스탄불에서 두번째 협상을 진행할 예정이지만 연일 고강도 공세를 벌이고 있는 상황이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이날 저녁 연설에서 “오늘 훌륭한 작전이 수행됐다. 이 작전을 준비하는 데 1년 반 이상이 걸렸다”며 “모두 117대의 드론이 작전에 사용됐고, 여기에 상응하는 수의 조종사들이 참여했다”고 말했다. 작전을 맡은 우크라이나 보안국(SBU)은 러시아 본토 공군기지 4곳을 드론으로 공격했다고 밝혔다.
러시아 국방부도 우크라이나의 공격을 “테러 행위”로 규정하고, 일인칭 시점(FPV) 드론 공격을 받은 것을 인정했다. 국방부는 이번 공격이 러시아 무르만스크주와 이바노보주, 랴잔주를 비롯해 이르쿠츠크주와 아무르주 5곳의 공군 비행장을 대상으로 자행됐다고 밝혔다. 다만 러시아군은 무르만스크와 이르쿠츠크주 기지의 항공 장비가 화재 피해를 입었고, 나머지 세 곳에선 모든 공격을 격퇴했다고 주장했다. 현재 화재는 모두 진압됐고, 군인과 민간인 등 인명 피해는 없다고 덧붙였다.
공격 대상이 된 이르쿠츠크주 벨라야 공군기지는 우크라이나에서 4300㎞ 가량 떨어진 곳이기도 하다. 이르쿠츠크주의 이고르 코브제프 주지사도 텔레그램에 시베리아 영토가 처음으로 공격 목표가 됐다고 말했다. 우크라이나가 수천킬로미터 떨어진 지역을 드론으로 타격한 것은 2022년 2월 전쟁 발발 이후 처음이다.

우크라이나는 이번 작전을 성공적인 것으로 평가했다. 우크라이나 보안국은 러시아의 전투기 41대가 파괴됐으며 공군 기지에 배치된 전략 순항미사일 운반체의 34%가 타격을 받았다고 주장했다. 우크라이나는 러시아의 피해 규모는 비용으로 환산시 약 70억달러(약 9조7000억원)에 달한다고도 했다. 우크라이나 주장한 피해 규모가 맞다면 이번 공격은 우크라이나가 러시아에 가한 가장 큰 드론 공격으로 꼽힌다. 보안국 등이 공개한 공격 영상을 보도한 로이터 통신은 러시아 전략폭격기 투폴레프(Tu-95·Tu-22)로 추정되는 항공기 여러 대가 불타는 모습을 전하기도 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이날 작전을 총괄한 바실 말리우크 보안국 국장에게 보고를 받았다며, “절대적으로 뛰어난 성과다. 우크라이나가 홀로 달성한 결과”라고 치하했다. 실제로 미국 악시오스와 영국 비시시(BBC) 등은 미국 행정부도 작전 관련 정보를 사전에 제공받지 못했다고 보도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작전 준비에 참여한 우리 인력은 적시에 러시아 영토에서 철수했다”고도 말했다. 그러나 러시아군은 “테러에 가담한 일부 인원을 체포했다”고 해 주장이 엇갈린다.

일명 ‘스파이더웹(거미줄)’이라고 불린 이번 작전은 젤렌스키 대통령이 직접 지휘한 것으로 알려졌으며, 작전 기간만 18개월하고도 9일이 걸렸다. 보안국은 목조 창고에 드론을 숨겨 트럭에 싣고 러시아 공군기지 외곽까지 운반했으며, 원격 자동 장치로 창고의 지붕이 열리도록 설계해 드론이 곧장 공격을 시작할 수 있도록 했다고 설명했다. 보안국은 창고에 드론이 숨겨진 모습도 사진으로 공개했다. 실제 공개된 영상 중엔 이르쿠츠크주 벨라야 기지 근처의 한 컨테이너에서 드론 두 대가 발사되는 장면도 있었다고 뉴욕타임스는 전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이러한 대규모 공격을 퍼부은 날 이스탄불에서 2일 열릴 협상에 우크라이나도 참여한다는 확정 의사를 표했다. 그는 루스템 우메로프 국방부 장관이 이끄는 대표단을 꾸렸다는 소식과 함께 “첫째는 완전하고 무조건적인 휴전, 둘째는 죄수 교환, 셋째는 납치된 아이들의 송환”을 요구하며 “믿을만하고 지속적인 평화를 수립하기 위해선 고위급 수준의 회담을 준비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우크라이나는 러시아로부터 협상에 앞서 평화각서를 받아야 대화에 나선다는 입장이었지만, 젤렌스키 대통령은 각서를 받았는지 여부는 공개하지 않았다. 이날 러시아 대표단 단장인 블라디미르 메딘스키 러시아 대통령 보좌관은 “우리는 우크라이나에 대한 러시아 입장과 관련해 2일 모든 세부 사항을 말할 것”이라고 로시야1 방송에 말했다.
두 나라는 지난 16일 이스탄불에서 1차 협상을 진행했지만, 포로교환 합의 외엔 별다른 성과를 내지 못한 채 회의를 끝냈다. 우크라이나는 신속하고 전면적인 휴전을 주장하나, 러시아는 갈등의 “근본 뿌리”부터 살펴야 한다는 입장이라 접점을 찾지 못한 채 팽팽한 긴장 상태가 계속되고 있다.
베를린/장예지 특파원 penj@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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